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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더글라스 아담스 외 지음, 최용준 옮김 / 해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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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 제목은 'Last chance to see'이다.
지금이 그 녀석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시간이다라고 읽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지금이 '그 녀석들을 더 볼 수 있도록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게 더 맞을 거다.
여기서, 그 녀석들이라는 것은 작대기 기술을 가진 우리 인류(라고 잘 알려져 있지만, 작대기 기술은 단지 인류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는 언어도, 문화마저도.)가 멸종으로 몰아넣고 있는 생물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 황당 유머 SF 작가이다.
그런 이유로 이 사람이 쓴 이 책은 순간순간 재치와 냉소가 넘치는 글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잦아들면 그보다 더한 분노가 스치곤, 분노는 기여코 큰 슬픔을 부른다.

그는 '도도새의 멸종으로 인간은 좀 더 슬퍼지고 좀 더 현명해졌다.'라고는 말하고는 이내 '도도새가 멸종한 결과 현재 우리가 좀더 슬퍼지고 현명해졌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우리가 단지 좀더 슬퍼지고 지식만 많이 얻었을 뿐이라는 증거들이 여럿 있다'라고 말한다. 글쎄, '얼마나 슬퍼하고 있을까'라는데에는 의문이 들지만, '단지 지식만을 얻었을뿐(, 현명해지지는 못했다)'이라는 것에는 한점의 의문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다.

오늘도 북극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을 것이고, 아마존의 삼림은 배어지고 있을 것이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종이 자취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간 고마웠어요~'라고 노래부르며 지구를 떠났을지도, 우리는 하얀 수건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좀더 비참해지고 암울해지고 쓸쓸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좀더 비참해지고 암울해지고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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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 환상문학전집 21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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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라는 기분이다. 한창 과학 소설들만 읽어대던 시기가 있었고,
여전히 과학소설들이 새로 출간이 되면 대기중인 목록들의 순서와는 무관하게 최우선 주문 대상에 놓곤 한다.

그러면서도 과학소설의 시작점이라고 불리우는 '멋진 신세계'와 사이버펑크의 효시라는 '뉴로맨서'를 읽지 않고 상태였고, 그건 딱히 근거를 대기는 어려운 뭔가를 빼먹는 듯한 그런 찜찜한 느낌으로 날 붙들고 있었다.
뭐, 그간의 그 찜짐했던 시간들속에서 정말 좋아하는 '평행세계'를 찾아내고는, 이런 저런 세계를 평행하게 배치하면서 혼자서 즐거워하는 이상한 행태를 가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이 쓰여진 시점에서야 놀랄만한 이야기였을 수는 있겠으나,
그간 이 이야기의 흔적을 따른 수많은 영화들을 접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놀랄만하다고는 할 수 없을 순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꽤나 정교하게 꾸며진 한정된 체계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역시나, 누구나가 '사이버펑크'의 시작이라고 말할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재미있거나 좋은 것-혹은 매우 훌륭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의 시작이 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았다는 것. 이는 평단과 독자들 모두가 즐거워 했다고 하는 것.
(더해서 필립 K. 딕 상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이 상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따라간다.
(우리는 이게 해커-크래커의 의미가 아주 담뿍 담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음모, 배신, 폭력, 인간의 의외성, 변증법적인 발전 등을 겪고 도달한 결말은 조금은 난데없긴 하다.
그래도, 초월적인 신 혹은 악마의 탄생보다는 이런 식의 결말이이라면 안심하는 척이라고 할 수 있으니.
혹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그러한 사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러니깐, '드디어'에 어울릴만큼 재미있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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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오 2007-12-0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신세계는 재미가 없었어요. 역시 고전은 어려운건가. -_-
 
나이트 워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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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루키아넨코 씀 /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냄

사실 이 책이 나온건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존 스노우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이트 워치'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삭풍이 불어오는 겨울에의 최전선을 생각해내지 않을까? 난 그런 아류작들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고는 관심의 범위밖에다가 놓았었다.

요즈음 한동안 편식하던 분야가 아닌 책들을 읽다가 보니 뭔가 그 익숙한 다른 세계가 그리웠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완전한 계기는 혼자 재미로 신앰버연대기를 번역하고 있는 사람의 감상을 읽고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런 난데없는 결정이 주는 즐거움이란.

자. 마치 앰버에서 평행한 세계를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앰버의 왕자들처럼, '다른 존재'들은 이 세상과 평행한 세상으로 들락날락할 수 있다. 물론, 앰버의 세계와는 좀 다르다. 그것보다는 소울리버의 카인이 들어가는 영혼의 세상과 더욱 흡사하다. 카인도 다른 세상에서는 끊임없어 혼을 빨아들여 힘을 버틸 힘을 보충하듯이, 이 다른 존재들도 다른 세상에선 일정 에너지만큼만 버틸 수가 있다.

옮긴이는 철학이 어쩌고, 심오가 어쩌고 해놓았지만, 그런 걸 다 차치하고, 앰버의 세계관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평행세계관이 나와서 마냥 기쁘다. 누구는 단순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선악의 구분이 어렵다라는 사실은 크게 새로운 것도 아니잖은가, 게다가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의 선악의 구분은 누가 내릴수 있는가? 하지만 명료하게 본다면 그렇게 복잡한 선악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아무튼 복잡하게 생각을 하던, 아니면 짧게 생각을 하던 일단 재미있다. 2권짜리 꽤 두껍지만 가벼운 책인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3개의 조금 구분된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좋아하는 세계관 때문에 흠뻑 빠진 첫번째 이야기에는 몰입. 그 탄력으로 두번째 이야기는 그럭저럭. 세번째에서는 결말을 마음대로 추측해보는 재미로.(예측과 달랐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충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이다. 꽤나 명쾌.(하지만 결말로 아주 매끄럽다고는 못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너무 서둘러서 정리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오래간만에 가볍게 정신빼고 읽었다.
근데, 그럼 세상은 어떻게 되는거지? 흠. (이 글쓴이는 결말을 던져 놓고 회피했다. 책임감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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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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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러 경고들에서 들은만큼은 아니었다.
지하철에서 실성한놈 마냥 쿡쿡거리며 책에 머리를 쳐박은 것은 서너번 정도? (그런 행복한 순간이라니!)
아무튼, 역시나 또 재미있었다.

요즘은 한창 재미있는 글들만 읽고 있는데, 그럴수가 있는 이유를 고백하자면 여러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한 책을 친구의 책꽂이에서 재미있냐고 묻고 꺼내왔거나, 또 다른데서 재미있다고 몇번이나 들어오기만 했던 책들을 '김영하'의 재미있는 책 목록에서 발견을 하고는 주문을 했다거나, 뭐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다시 한번 나의 확인도장을 여기서 찍는다.)

애팔래치아 산맥(책을 자꾸 읽다가보니 십수년전에 수업시간에 들은 듯한 기억도 스멀스멀 떠오르려다가 말기도 한다.)을 따라 걸어가는 글쓴이와 그의 친구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들을 그에 대한 에피타이져겪으로 조금 곁들여 놓은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분명 앉아서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무작정 걷거나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가끔은 앉아서 있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걸어보지 않아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거다. 아무튼, 난 돌아다는 것도 꽤 좋아하고, 산이나 자연이나 자연처럼 되어버린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도 좋아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사람이 가진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나 편하게 느껴졌다. 그 위대함을 바라보는 †œ놓음과 사람들이 하는 짓에 대한 생각들이나.

"우린 3520km를 다 걷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다."
아무튼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한다. 사실은 '당장 일어나, 어디로든 걸어!' 라고 엉덩이를 한방 걷어 채인 것 같다.
여행가기전에 한번쯤 읽으면 여행에 대한 의지가 불끈불끈 될만한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 앞에 있는 옮긴이의 구구절절한 부러움이 묻어나는 글이 있는데, 그렇게 부러워 하더니 결국 이 인간 걸어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지는 않았지만, 현재 자전거를 타고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달리고 있다. 난 당신도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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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2-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은 저와는 참 코드가 맞는 작가에요.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그의 여행서들도 읽으면서 맨날 뒤집어지는데,
이 책에서는 빌 브라이슨의 조금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좋았지요. ^^

클레이오 2007-12-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다보면 정말 트레킹 가고 싶어진다는. 꼭 애팔래치아일 필요는 없지만요.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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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금은 추운 날, 식어버린 차에 앉으면 얼마되지 않는 사람의 체온에 반응하여 금방 유리안쪽에 습기가 차곤 한다.
그렇게 습기찬 유리로 본 세상은 답답하기도 하고, 명확하지도 않아서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쉽게 알아볼 수가 없다. 보통 어떤 이야기를 읽기 시작해서 그 이야기속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습기찬 유리창을 통해 보는 듯 먹먹한 느낌으로 그 세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보통 불현듯 덥혀진 자동차의 공기에 의해서 그 습기가 순식간에 증발하고 그 답답함이 사라지고 창밖의 세상이 순식간에 현실감을 갖추듯, 이야기와 나 사이를 가로막던 그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때가 이야기를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스밀라'의 세상으로의 창이 깨끗해지기까지 불과 십여쪽이면 충분했다. 시작이 좋다.

2. '슬픔을 달래줄 수 있는 말은 거의 없다. 말은 어떤 일이 되었건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그 외에 우리에게 있는게 뭐란 말인가?'
(번역이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번역된 상태에서 조차 이렇게 짜릿한 구절을 발견하는 건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낄수 있는 즐거움. 바로 그것이다.

3. 남의 책장에서 재밌다고 하는 책을 뽑아올 경우 그 책을 즐겁게 읽은 확률은 꽤나 높다. 나는 별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서, 남들이 재미있어하는 것들은 나에게도 꽤나 재미가 있고, 이 스밀라의 이야기도 역시 매우 재미있었다.

이 이야기에서는 스밀라의 주변 세상에서 일체감을 느끼는데는 별 어려움은 없는 반면에, 글쓴이의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글투 때문에 어느 선 이상으로 접근을 못하게 되었다. 마치 끊임없이 드러나는 독특함에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가던 나에게서 또 다시 저만큼 멀어져 버리는 스밀라의 불친절함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불친절함은 납득할 수 있는 정도다. 갑자기 설명없이 뭔가를 던져놓고 한껏 의아하게 만들지만 곧 조금씩 설명을 해가면서 다시 이끌어 준다. 이것은 마치 스밀라의 독특함 혹은 그녀가 처한 상황의 유별남에 우리는 다시 저만치 밀려나지만 결국은 조금씩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이 이야기를 즐겁게, 비록 스밀라에게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따라다니지는 못할지언정, 계속 쳐다보게 만드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 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서스펜스'라거나 '추리소설'이라고들 하던데, 장르소설에 여전히 천착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선 쥘 베른의 탐험 냄새와 러브크래프트의 음험함이 물씬 풍겨온 탓에 그보다 먼저 조금 모자란 SF로 구분되어 지던데...

누군가 이 책을 읽기전에 이 잡문을 읽는 사람들은 위한 제언.
후반부에 이를 때쯤에는 좀 여유를 갖고 시작할 것. (어짜피 600페이지짜리 책을 한번 잡고 끝날때까지 한번에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상황을 가진 사람은 별로 흔치 않을테니.) '서스펜스'라 불리우고 '추리소설'이라 불리우는 만큼, 이 막판에 그간의 상황을 정리하면서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진행속도는 손에 땀을 쥐고(까지는 모르겠으나) 책장 넘어가는 속도만은 느끼던 느끼지 못하던 빨라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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