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이윤호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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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사람간에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기 수법도 나날이 발전하니 오늘날에 이르러선 면전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못 믿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 사람을 온전히 믿기도 어려운데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역사에 남길만한 큰 사기를 쳤던 사기꾼들이 있다.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사기꾼은 사람을 속인다는 것에 이미 범죄자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사람을 속이는 뻔뻔함, 그리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대담한 행동력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해 사기를 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내게 사기꾼은 실로 신기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기꾼을 꼽자면 캐시 채드윅이다. 자신이 철강 왕 카네기의 숨겨진 혼외 딸이라고 속여 은행과 자산가들은 그녀에게 거액을 빌려주었다. 이후 거짓이 밝혀지자 한 은행은 도산까지 하고만다. 이 외에도 그녀는 종종 신분과 이름을 바꾸며 다녔다. 우연과 조작을 통해 뻔뻔스럽게 주위 사람들을 속여 사치스러운 생활을 영위해 '오하이오의 여왕'이라고까지 불려졌다. 그녀의 거짓 소문이 돌고돌아 사람들 속에 공공연한 비밀로 인지되어 그녀의 말을 믿게된 것이 아닐까. 비밀 속에 또다른 비밂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또 다른 사기 사건을 하나 꼽자면 립싱크로 그래미 상을 받았던 밀리 바닐리이다. 대중들의 환호를 받고 큰 상도 받아 성공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기계적 결함으로 노래가 끊기면서 립싱크임이 탄로나게 되고 그들의 명성을 곤두박질친다. 이 이후로 글래미 무대에서는 꼭 라이브롤 공연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고 한다.

 이처럼 책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만큼 각 사건마다 당시 자료나 인물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다면 더 생생하게 와닿을 수 있을텐데 아쉽다. 여러 사기꾼들의 얘기를 읽고 나면, 사실 지금도 사기는 만연해 있는데 우리가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알지 못하는 사건도 있지 않을까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항상 경계하고 살고 있다는 현대인에게도 사기 사건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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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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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윤홍기 님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집필한 각본가이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도 각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상황 등 장면마다 모두 눈 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생생했다.
 '일곱번째 배심원'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검사 윤진하는 노숙자 강윤호가 여고생을 살해한 사건이 배당된다. 노숙자도 범행을 순순히 인정해 간단히 끝날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배심원의 역할이 재판에 영향을 준다기보다 권고적 효력만을 가진다고한다. 그런 배심원이 이 책에선 과연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일곱번째 배심원'에서 흥미로운 점은,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을 무대로 삼았던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뛰고 범인을 잡는 긴박한 상황은 없더라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심원은 어떻게 뽑히는지, 피의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는 어떻게 말하는지 등 자연스럽게 재판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용어없이 물흐르듯 진행되어가는 장면에 결코 지루할 틈 없었다. 재판이라는 생소한 무대를 이렇게까지 끌어낼 수 있다니 저자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처음부터 사건은 명확하게 보인다. 노숙자들끼리 싸움이 붙어 한 쪽이 죽어버렸다. 하지만 재판을 하고 증인과 증거들, 그리고 배심원이 말하면서 사건은 결말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특히 7번째 배심원인 장석주가 유독 눈에 띈다. 전대통령이었던 그는 어떤 시선으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일까? 검사 윤진하와 초짜라고 생각했던 김수민의 접전도 흥미롭다. 
 처음엔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책장을 넘길수록 어떻게 판결날 지 점점 색다른 방향으로 틀어진다. 감히 사건에 대해 예측도 못한 채 정신없이 스토리를 따라 읽었던 것 같다. 탄탄한 진행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더 알차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소설이 어떤 영화로 재탄생될 지 기대가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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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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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틴은 옛 프랑스에서 죄수를 처리하던 처형기구이다. 높은 곳에서 날이 떨어져 내 목을 쳐간다니 섬뜩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 제목으로 쓰인 기요틴은 한자로 풀어져 있다. 기이할 기, 재앙 요, 견딜 틴으로 풀어쓰자만 기이한 재앙을 견디다 정도인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10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혼, 죽음, 환생 등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영역을 소재로 풀어냄으로써 그 이야기에 신비감을 더한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공포의 소재로 삼는 건 일본 소설에서 종종 보던 방식이기에 처음엔 일본 소설인 줄 알았으나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었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글 이름이 보이니 더 반가웠다. 덕분에 일본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이야기에 이입할 수 있었다.



10가지 단편을 보다보면 미지의 현상 앞에 사람의 힘은 한없이 무력하기만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상하다'라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수렁에 빠지기도 하고 설사 알아차렸다해도 손 쓸 방법이 없다. 공포 소설이 으레 그러하듯 확실한 결말로 끝나지 않기에 이야기를 모두 읽고서도 찜찜함은 가시지 않는다. 우리와 연관없어 보였던 죽음, 저주, 영혼 등의 존재가 의외로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 기요틴 속 이야기가 사실이지 않을까 섬뜩해지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머무르다' 편에서는 현실이 너무 괴로워 그만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리고 남겨진 가족들을 보며 후회한다는 이야기이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죽은 후 되돌아보면 따뜻한 말 한 마디였으면 여전히 가족 옆에 있었을텐데 주인공은 떠나지도 못하고 계속 가족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 이야기를 보며 힘들었던 그의 현실에 공감도 가고 안타까움도 생겨 바라보기 힘들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가족만큼 날 이해하고 잘 아는 사람은 없을텐데. 지금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과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며 당연하게 느껴졌던 일상이 한층 새로워진다. 독특한 소재와 섬뜩한 이야기로 여름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면 기요틴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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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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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안드레 애치먼은 우리에게 '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자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수수께끼 변주곡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들이 사회적 인식이나 고뇌를 담았다기보다 그 감정의 서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쓰여있다. 그래서 여느 사람이나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또 아파하고 헤어지며 상대방에게 느낄 수 있는 과정을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책 속엔 총 다섯편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첫사랑, 봄날의 열병, 만프레드, 별의 사랑, 애빙던광장까지 주인공 폴을 둘러싸고 주변 인물들과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제목인 '수수께끼 변주곡'에 걸맞게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랑은 수수께끼처럼 베일에 쌓여있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똑같은 등장인물, 똑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품고 있어 더 색다르게 느껴졌다. 각 장마다 다루는 이야기는 저도 모르게 주인공에 이입될 정도로 굉장히 흡입력있다. 서로 '사랑한다'는 감정은 똑같을텐데 전혀 다른 생각과 분위기를 뿜는 것이 신기하다. 어떨 땐 풋풋하고 멋모르는 아이같은 시선이었다가, 어떨 땐 연인을 잡지못해 질투하며 끊임없이 열망하는 안타까움이었다가, 어떨 땐 뜨겁게 그만을 바라보는 열정적인 사랑일 수도 있다. 각자 처한 환경과 대상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한 가지 표현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는 게 아이러니하다. 

 5개의 단편 중, 나는 '봄날의 열병'을 인상깊게 보았다. 지금 나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단 연인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모습이 실제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았다. 또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내 감정이 사실은 다른 것이 아닐까. 스스로 돌아보게 될만큼 내면을 섬세하고 잘 표현했다. 사람의 감정을 글로써 완벽하게 묘사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전작인 '그해, 여름 손님'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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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 - 상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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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관이란 역사를 기록하는 관직이다. 우리가 사관의 글을 보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짐작하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후대에 있어 남겨진 역사의 기록이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 중요한 기록을 사관 한 사람의 손 끝에서 기록되기에 사관은 항상 공명정대하고 객관적이어야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보이는 일화만 봐도 사관 앞에선 왕도 사관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거나 끼어들 수 없으며 그들의 기록을 보는 것조차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권력에 역사가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우리 조상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이 '사관'이라는 소설에서는 특이하게도 여자 사관이 존재한다. 조선에는 여자들은 관직에 오를 수 없다. 그런데 사관이란 관직에 여자가 들어가게 된다. 일명 여사라는 존재가 궁궐 깊은 곳에서도 왕의 행실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필요해져 주인공 서은후가 궁궐에 들어오게 된다. 엄연히 법도가 있고 여남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있던 유교 국가에, 그것도 궁궐에 여자가 사관으로서 들어가게 되다니 꽤 신선하다. 


 사관의 배경은 조선시대이다. 특히 조선 초기, 세조가 다스리던 때이다.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내리고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도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파격적인 사건이었기에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이 시기가 소설 '사관'의 배경인 것이다. 누구나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건과 인물들이기에 역사 소설임에도 어렵지 않고 아는 인물이 나오면 반갑기까지 하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적절히 배합해놓아 어쩌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거기다 주인공인 서은후가 모두들 쉬쉬하는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파헤치려 한다! 그녀의 목적은 무엇인지, 어떻게 사관의 자리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행보는 어떨지 두근거린다. 평범한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남장여자임을 의심하는 남자 주인공과 또 숨기려는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질텐데 그런 것없이 바로 여자임을 들켜버린다. 남장여자는 로맨스 소설에 자주 쓰이는 소재이기에 사랑 이야기에만 치중되어 자칫 가벼운 역사 소설이 될까 걱정했는데 사관의 역할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더 깊고 알찬 스토리를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주목하지 않았던 '사관'의 시선으로 세조 시대를 보고 평가할 수 있어 굉장히 신선했다. 조선시대를 좋아하거나 새로운 역사 소설을 맛보고 싶다면 사관은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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