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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슴들이 숲 속 풀을 모두 뜯어먹은 탓에 그 곳에 사는 농민들은 양들을 위한 목초지가 점점 줄고 있어 걱정하고 있다. 주인공 인티는 이를 돕고자 한다. 정확하게는 숲을 다시 살리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인티는 숲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숲에 늑대들을 풀어놓으려한다. 만약 성공적으로 숲에 늑대를 방생시킨다면, 늑대는 사슴 개체수를 줄이고 사슴을 이동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되면 숲에는 다시 식물이 살아날 것이고 새, 벌레들도 찾아올 것이다. 숲은 자연 본래의 순환을 찾아 더 풍족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늑대들의 위험성과 양의 안전을 걱정하며 이 방법에 대해 격하게 반대한다. 과연 인티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숲을 되살릴 수 있을까?

사실 인티는 그만의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바로 대상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을 마치 내 몸인 것처럼 느껴진다. 부모님은 이런 인티에게 각자 다른 교육법을 가지고 있다. 아빠는 자연을 가까이하고 돌보는 삶을, 엄마는 모두를 경계하고 냉혹한 세상을 분명히 직시하길 바랐다.
하지만 인티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보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 애기와 더 많은 공감을 나누고 대화했다. 애기는 인티의 능력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두려워하거나 바꾸려고 두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채 인티가 힘들어할 때 안아주곤 했다. 인티에게 있어 애기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유일한 이해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애기처럼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인티는 마을 사람들과 계속해서 부딪히게 되고 싸움도 불사한다. 가뜩이나 숲에 늑대를 풀어놓는다는 이유로 첫인상부터 미운털이 박힌 인티는 입지가 점점 좁아져간다. 늑대의 일을 신경써야 하는 것 외에 마을 사람들, 애기, 부모님까지. 인티는 늑대와 사람들 사이에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자연과 함께 살면서 이해는 커녕 파괴만 일삼는 사람들에게 환멸나는 것도 이해한다. 눈 앞의 상황에만 급급해 큰그림을 보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이 답답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내를 학대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스튜어트의 존재도 도저히 용납 못하는 존재겠지. 인티를 둘러싼 작은 숲 속 마을은 꽤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찬데 주변 사람들은 도와주기는 커녕 반대만 한다. 거기다 마음에 안 드는 유형을 사람들까지. 내가 원하는 일만 하고 좋은 사람들만 곁에 둘 수 있다면 좋은데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책 '늑대가 있었다'는 단순히 늑대를 키우고 풀어두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티의 주변 상황과 사람들과 관계를 보여줘서 흥미로웠다. 인티의 어린시절, 부모님과 관계, 애기와의 유대, 마을 사람과 반목, 또 그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찾아내는 과정까지 몰입감있게 그려졌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만나는 사람마다 내 모습은 전혀 다르게 비춰질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상대방이 나를 보는 모습은 왜 제각각 다를까? 또 나는 그 사람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 사건이 터지면서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사람들의 생각과 진실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지만 위하진 않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 늑대가 했던 것처럼, 사람은 자연을 다시 풍족하게 만들 순 없을까? 늑대를 매개로 인디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내면을 알아가는 과정이 공감을 자아내면서 또 흥미롭다. 다른 생명의 감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인디조차 다른 이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런 능력조차 없는 우리는 다른 이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도 느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결과만 보지 말고 넓은 시야로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겠다. 마치 숲 속에 푼 늑대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