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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 윤홍기 님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집필한 각본가이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도 각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상황 등 장면마다 모두 눈 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생생했다.
'일곱번째 배심원'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검사 윤진하는 노숙자 강윤호가 여고생을 살해한 사건이 배당된다. 노숙자도 범행을 순순히 인정해 간단히 끝날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배심원의 역할이 재판에 영향을 준다기보다 권고적 효력만을 가진다고한다. 그런 배심원이 이 책에선 과연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일곱번째 배심원'에서 흥미로운 점은,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을 무대로 삼았던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뛰고 범인을 잡는 긴박한 상황은 없더라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심원은 어떻게 뽑히는지, 피의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는 어떻게 말하는지 등 자연스럽게 재판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용어없이 물흐르듯 진행되어가는 장면에 결코 지루할 틈 없었다. 재판이라는 생소한 무대를 이렇게까지 끌어낼 수 있다니 저자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처음부터 사건은 명확하게 보인다. 노숙자들끼리 싸움이 붙어 한 쪽이 죽어버렸다. 하지만 재판을 하고 증인과 증거들, 그리고 배심원이 말하면서 사건은 결말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특히 7번째 배심원인 장석주가 유독 눈에 띈다. 전대통령이었던 그는 어떤 시선으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일까? 검사 윤진하와 초짜라고 생각했던 김수민의 접전도 흥미롭다.
처음엔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책장을 넘길수록 어떻게 판결날 지 점점 색다른 방향으로 틀어진다. 감히 사건에 대해 예측도 못한 채 정신없이 스토리를 따라 읽었던 것 같다. 탄탄한 진행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더 알차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소설이 어떤 영화로 재탄생될 지 기대가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