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씨, 엘리자베트, 오스트리아의 황후
카를 퀴흘러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씨는 오스트리아에서 널리 알려진 엘리자베트 황후의 애칭이다. 희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별 장신구를 단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만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많은 전시와 관광지를 보여주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엘리자베트 황후의 삶이 어땠는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이 책 '시씨, 엘리자베트, 오스트리아의 황후' 역시 엘리자베트 황후의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엘리자베트 황후의 삶은 어떻게 그려냈는지 궁금하다.

원래 프란츠 요제프와 혼담이 오가던 이는 엘리자베트의 언니 헬레네였지만, 프란츠 요제프는 엘리자베트를 보고 반해버린 탓에 운명이 바뀌어버렸다. 프란츠 요제프의 어머니이자 엘리자베트의 이모인 대공비 조피는 자신의 아들에게 그랬듯, 며느리도 자신의 손에 좌지우지되길 바랐다.
공부나 궁정 예법을 가까이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라난 엘리자베트에겐 결혼 이후의 삶이 어색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엘리자베트 황후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환경이 달라지고 배움도 없을 뿐더러 너무 어린 나이에 홀로 떨어지고 시어머니의 핍박까지 받아야 했다. 유일한 자신의 편인 프란츠 요제프마저도 황가의 사람으로서 전통과 규칙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엘리자베트가 어릴 적부터 궁정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면, 원래대로 자신의 언니 헬레네가 황후가 되었더라면, 시어머니의 입김이 크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을 자신이 키웠더라면.. 모든 상황이 엘리자베트 황후에겐 모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돌처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답답한 궁정과 가정을 뒤로 하고 여행을 다닌 것 아니었을까. 따뜻한 안식이 되어줄 집은 마치 감옥같았을테니까. 엘리자베트 황후는 궁정보다 이곳저곳 여행하며 다니는 모험가가 되었다면 훨씬 행복했을 것 같다.
엘리자베트 황후는 자신의 아들 아돌프와도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다. 자신이 낳았지만 대공비 조피 손에 아이들 양육을 맡긴 채, 자신은 여행을 다녔다. 첫째딸의 죽음과 우울증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키울 의지를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아돌프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다. 후에 아돌프의 죽음 이후, 엘리자베트 황후는 상복을 입고 다니며 슬퍼한 것으로 보아 아돌프에게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엘리자베트 황후 스스로가 마음 속에 아돌프를 돌볼 여력이 없었고 또 많은 시간이 지난 탓에 어떻게 관계를 개선할지, 어디부터 손봐야할지 몰라 그대로 거리를 둔 채 지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돌프가 엘리자베트 황후의 사랑을 더 알았더라면 비극적인 결말은 결코 없었을텐데. 아돌프는 엘리자베트 황후의 결혼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이 든다.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를 보며 아름답고 화려한 궁중 생활 속에서 남부러울 것없이 지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엘리자베트 황후에 대해 알게 되며 부와 명예를 가졌다해서 행복도 함께 따라오진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또 사랑받는 것이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