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

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 - 소설·웹툰·영화·드라마, 어디에나 통하는 작법의 기술
김선민 외 지음 / 와이즈맵 / 2021년 7월

누구나 한 번쯤 글쓰기를 꿈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책을 읽으면서 감명을 받고 좋은 소재를 얻어 글을 쓰기위해 연필을 쥐더라도 좀처럼 시작이 쉽지 않다. 내 마음에 담긴 것을 꺼내쓰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지. 수많은 책을 읽어도 글을 어떻게 써야할 지 알기보다 글 자체에 흠뻑 빠질 뿐,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실제 글을 쓰고 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글쓰기는 방법을 얻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바로 이 방법을 이 책 '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에서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에선 총 5명의 작가들이 나온다. 해경이란 필명으로 글을 쓰고있으며 판타지, 무협 장르 웹소설 교육강사로도 활동중인 김선민 작가, '절망의 구'라는 SF소설이 대표작인 김이환 작가, '고시원 기담' 등 공포 소설가인 전건우 작가, 역사 추리소설 '적패'을 쓴 정명섭 작가, 붉은 소파, 로맨스 등 단편소설과 다수의 에세이를 쓴 조영주 작가. 익숙한 작품도 보이면서 많은 작가들이 이 책을 위해 나서주었다. 직접 글을 쓴 작가들이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이라니, 더 신뢰가 느껴지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글쓰기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수필, 소설, 소설이면 로맨스, SF, 추리 등 세세히 분류가 가능하다. 우리도 책을 고를 때 고려하는 조건 중 하나가 장르임에도, 글쓰기에는 따로 구분할 필요를 못 느꼈다. 장르에 따라 이야기의 소재부터 인물, 진행 모두 다를 것인데 당연히 글쓰는 데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하다니 더 믿음이 갔다.

여러 조언들 중, 하나 꼽아보자면 먼저 '좋은 문장을 쓰려면 피해야 하는 표현들'을 설명해놓은 부분이다. '칼의 노래'와 '해리 포터'의 문체가 다르다는 점을 짚어주며 장르와 글의 분위기에 따라 문장의 밀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우리가 글을 쓸 때, '쿠콰쾅', '부우웅' 등 의성어를 직접적으로 적어 표현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를 자주 남발하면 소리를 넣지 않고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잊게 된다.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물음표나 느낌표 등 문장부호를 여러개 이어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사자성어나 상투적인 표현도 글을 딱딱하게 만들 수 있으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여태 글을 쓸 때 문장 하나하나보다 얼마나 참신한 소재인지, 독자의 흥미를 잃지않고 사건을 어떻게 터뜨리는지 등 큰 부분에만 집중했는데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는 없었다. 이참에 내가 쓰는 문장은 이러한 단점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애정이 느껴질만큼 따뜻하고 진심어린 조언들이 많았다. 대중 모두의 의견보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의견을 냈기에 누구에게나 100% 맞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나에겐 여러 상투적인 조언보다 글을 써 본 소중한 경험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어 뜻깊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이들의 조언을 받아 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글을 써보고 싶다.

[100자평]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죽음에 직면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 살짝 그 모습을 엿보고 싶다면 추천!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여기 아내와 함께 버섯을 재배하는 사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남자가 있다. 한 때 경제 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기도 했지만 모두 옛일이다. 번듯한 사업도 나날이 번창하고 있고 함께 이 일을 일궈온 아내도 신뢰와 사랑이 가득하다고 믿고 있다. 그런 그가 병원에 가게 된 것은 요즘 들어 심해진 복통, 어지럼증, 가벼운 감기 증상 때문이다. 의사에게 가벼운 경고와 함께 약을 처방받을 줄 알았는데 자신이 이미 독에 중독되어 손쓸 수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듣는다. 자신이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버섯은 송이버섯으로 독이 전혀 없는 종인데 대체 어떻게 중독이 되었단 말인가? 누가 고의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 것일까? 그는 자신이 죽어버리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시한부 선고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주인공은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다. 그것도 열 살이나 어린 우리 회사 직원이랑 말이다! 또 6개월 전에 우리와 같은 버섯 사업을 시작한 전과가 있는 경쟁자까지! 이 셋이 가장 유력한 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자신을 죽이려 한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북유럽 소설인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는 죽음, 시한부, 불륜, 살인 등 우울하고 무서운 소재들이 가득하지만 내용은 결코 무겁거나 잔인하지 않다. 주인공 1인칭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솔직한 심리와 그가 보는 모든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덕분에 주인공에게 더더욱 이입하면서 주인공이 빨리 범인을 찾길 응원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현실을 자각하는 것보다 범인을 찾아나서는 것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우울할 틈도 없이 어떻게 범인을 찾을지, 또 범인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할지 두근거리면서 지켜보게 된다.

시한부 선고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아내의 불륜, 방심할 수 없는 회사 경쟁자, 또다른 살인사건까지 터지면서 도저히 자신을 이 상황까지 몰리게 한 범인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인생은 왜 이렇게 스펙타클한지! 이러한 사건사고에 휩쓸리면서 잊지말라는 듯 찾아오는 복통도 자신의 죽음을 일깨워 분다.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는 가볍게 그려졌지만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주인공이 처한 환경에 휩쓸리다가도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고통이 그렇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죽음은 가까이 있으니 항상 후회없이 제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라고 하는 듯하다.

주인공이 원래 성격이 털털하고 저돌적일 수도 있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우울하거나 과거를 자책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죽을 위험인데 무엇이든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해치운다. 죽음을 마주하면 용기와 행동력이 생긴다니 아이러니하지만 보는 나에게도 덩달아 용기를 주었다. 내가 하는 고민과 고뇌는 죽음에 비하면 가벼운 것이니 좀 더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 느꼈다. 동시에 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는 내용은 가볍지만 책을 덮은 후 남겨진 삶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생각하면 또 결코 가볍지 않다. 즐겁고 가볍게 죽음을 살짝 맛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스노크래시

[세트] 스노 크래시 1~2 - 전2권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SF소설은 작가의 참신함, 상상력을 엿볼 수 있어 즐겨보는 편인다. 스노크래시는 SF소설이지만 92년도에 출판된 무려 3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이다. 지금이야 가상현실, VR, 아바타가 흔한 소재로 쓰이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30년 전엔 컴퓨터나 통신이 지금만큼 발달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아날로그가 친숙한 시절이다. 당시 '다른 세계에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지금 나오는 비슷한 소재의 작품을 견주어봐도 '스노크래시'는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배달부로 일한다. 배달부로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최후의 프리랜서 해커, 세계 최고의 검객, 중앙 정보 회사 정보 조사 요원 등 그의 명함에서 그가 얼마나 유능한지 빼곡히 적혀있다. 그가 하는 피자 배달일도 사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소위 쳐주는 직업이다. 메타버스라 불리는 지금의 세게와 다른 가상 세계에서도 그는 최고의 전사다. 그가 안식을 가졌던 메타버스는 어느날 아바타들의 '스노크래시'라는 마약이 현실에 있는 아바타 주인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되면서 히로는 이를 추적하게 된다. 과연 히로는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같은 이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을 보고 일본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었다. 사무라이, 닌자 등 일본에 대한 언급이 종종 눈에 띈다. 미국 소설임에도 일본 문화가 보인다는 것은 당시 문화 강국이었던 일본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현재 우리나라도 누구 못지않게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위상도 높아지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모습이 들어간 작품도 점차 많아지겠지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스노크래시'는 눈앞에 번쩍거리는 빌딩과 그 사이를 누비는 히로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지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배달부가 미래엔 고도의 임무라는 것도 재미있고 피자배달에 최적화 된 배달차, 자석작살로 차에 붙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와이티도 매력적이었다. 마치 미래에서 와본 듯, 책에서 묘사된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지금에야 기술의 발전, 많은 매체를 통해 쉽게 보고 들을 수 있지만, 30년 전엔 오직 상상으로만 이루어졌을텐데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더욱이 분리된 가상 세게가 아닌, 가상 세계에서 퍼진 바이러스가 현실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 참신했다. 현실에서 존재하는 몸과 별도로 가상 세게에 아바타가 존재한다는 점은 영화 '매트릭스'나 '아바타'를 떠올리게 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에도 새로운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전에 이런 책이 나왔다니 더더욱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스노크래시는 몇몇 용어만 주의깊게 읽는다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금은 문학세계사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지만 2008년 처음 번역 출간되고 절판되었을 때, '메타버스'라는 화두가 좀졍받으며 중고 서점에서 고가에 거래 되었다고 한다.

스노크래시의 참신한 소재부터 점차 커져가는 스케일, 매력적인 인물들, 배후에 숩어있는 거대한 조직과 음모 등 책 '스노크래시' 안에 있는 매력적인 소재들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직 메타버스는 완벽히 구현되지 못했지만 더 먼 미래엔 '스노크래시' 속 모든 일들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문명

[세트] 문명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외국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항상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번 신간은 '고양이'를 소재로 삼았다. 전작 '고양이'라는 작품에서도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것을 보면 저자는 고양이를 매력적인 소재로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같은 소재를 삼은만큼 전작 '고양이'에서 등장했던 익숙한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이번 작품 '문명'은 '고양이'의 후속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작품인 '고양이'를 읽었다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용 이해에는 문제 없다.

'문명'의 배경은 테러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게에 전염병까지 창궐해 인간들이 줄줄이 죽어나간다. 이에 고양이들이 불어난 쥐들을 물리치고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살아남고자 한다. 나아가 고양이들도 자신만의 문명을 가져 종족의 번성을 꾀한다. 과연 고양이들은 쥐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자신만의 문명을 만들 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이 합심해 싸움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이들의 싸움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리더급인 고양이 '베스타트'의 시점으로 전개되기에 '문명'은 인간 중심이 아닌, 다른 동물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생각이 정말 이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만큼 고양이의 생활과 성격이 녹아들어있다. 여기에 인간과 함께 소통하며 함께 쥐들을 무찌른다는 점은 참신한 부분이다. 고양이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간의 손을 부러워하고 의복과 생활방식을 꺼려하는 것도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그럴듯하다 싶었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다보니 인간이 동물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커녕, 오히려 고양이들의 문명이 여태 없었는지 의문이 생길 지경이었다.

'문명'은 고양이들만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적인 '쥐'들의 생각과 입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쥐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간을 몰살할 위기까지 간 것은 결국 인간의 오만과 끔찍한 실험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다. 인간이 고양이와 쥐들에게 행한 실험은 잠깐씩 언급되며 인간이 행한 죄가 어떻게 그들에게 돌아가는지 보여준다. 쥐는 작고 더러울 뿐더러 우리에겐 쥐의 천적인 '고양이'가 있으니 질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 힘을 합치면 쥐들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마 인간의 입장으로서 쥐를 낯잡아봤던 것 같다. 생각을 하고 무리를 이루어 싸워나간다는 것은 쥐나 고양이나 인간이나 진배없었는데 말이다.

과연 싸움에서 이기고 문명을 이룩할 종족은 어떤 종족일까? 인간이 문명을 이룩한 것은, 피타고라스가 처음 발견한 것처럼 '기록'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실험으로 인해 지식을 얻은 이들은 이제 인간없이도 문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여태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했었는데 고양이의 시선으로 다양한 동물들을 보고 입장을 생각하다보니 인간 외 다른 동물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동물실험이 없고 동물을 좀 더 위하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동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미래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