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사라지던 밤 2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녀가 사라지던 밤' 1,2권을 쓴 박영광 작가는 이전에도 스릴러 소설을 집필했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로 이번에 나온 '소녀가 사라지던 밤'은 '시그니처', '나비사냥'에 이은 세 번째 소설이다. 더욱이 박영광 작가는 현직 형사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보고 발로 뛴 갖가지 경험이 이 이야기를 더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두 소녀가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단순히 귀가가 늦는 것이겠지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가족들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고, 결국 실종신고를 낸다. 아무런 실마리를 잡지 못하던 와중, CCTV를 통해 그 근처를 배회하던 김동수를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하지만 형사의 폭력적인 대처로 더 이상 취조가 어렵게 되고, 겨우 잡았던 김동수를 풀어주게 된다. 이 이후 실종자들의 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김동수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실종될 당시, 너무 어렸던 실종자는 가족들의 마음을 찢어놓기 충분했다. 가족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차라리 아이들의 시신이라도 발견되었다면 마음에 묻을 수 있을텐데, 아무런 예고없이 사라져버린 아이들은 어떤 안식도 남겨두지 않았다. '소녀가 사라지던 밤'에선 사건의 중요인물인 두 실종자의 시점이 나오지 않는다. 마치 더 이상 그들을 볼 수 없다는 상황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듯이. 그 아이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사건이 일어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혹시 살아있지는 않을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들에 대해 떠올린다. 나조차 먹먹한 심정이 드는데 가족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7년을 버텨냈을지 더더욱 가슴이 아팠다.

실종사건이 일어난 지 7년 후, 김동수는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죄를 짓고도 반성하는 기미없이 어떤 벌도 받지 않은 그에겐 용의자는 전날 밤 같은 건물에서 나온 한 여자가 지목되었다. 그는 바로 7년 전 실종된 동생의 언니, 정유미였다. 살인동기도 있고 정황도 뻔했다. 남은 건 그의 자백만 받으면 되는데 다른 관할서에서 김동수를 죽인 용의자를 잡았다고 연락이 왔다. 김동수를 죽인 건 정유미일텐데 다른 용의자가 있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 처음부터 경찰이 완벽한 초동수사와 냉철한 마음으로 사건에 임했으면 사건은 더 빨리, 그리고 다른 피해자없이 끝났을텐데, 하다못해 살인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그 7년 사이, 한 명의 경찰이라도 실종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을텐데.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과 원망이 조금은 들었다. 남겨진 가족들은 용의자를 두 눈 뻔히 뜨고 손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하지만 물론 가장 나쁜 건 나쁜 짓을 저지른 범죄자다. 결국 남은 가족들은 그 범죄자에게 경찰이 못한 처단을 스스로 내리고자 마음먹었다. 이러면 안되지만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길.

복수심에 의해 실종사건의 용의자였던 김동수를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그 용의자가 2명이 되며 사건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숨겨둔 비밀이 드러나고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이 드러난다. 점점 더 복잡하고 커지는 사건을 형사 태석이 해결할 수 있을까? 부조리함과 악으로 가득찬 세상에 태석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작은 희망이 되어준다. 현실에도 그처럼 끝까지 사건을 마주하고 노력하는 형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가 사라지던 밤 1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녀가 사라지던 밤' 1,2권을 쓴 박영광 작가는 이전에도 스릴러 소설을 집필했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로 이번에 나온 '소녀가 사라지던 밤'은 '시그니처', '나비사냥'에 이은 세 번째 소설이다. 더욱이 박영광 작가는 현직 형사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보고 발로 뛴 갖가지 경험이 이 이야기를 더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두 소녀가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단순히 귀가가 늦는 것이겠지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가족들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고, 결국 실종신고를 낸다. 아무런 실마리를 잡지 못하던 와중, CCTV를 통해 그 근처를 배회하던 김동수를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하지만 형사의 폭력적인 대처로 더 이상 취조가 어렵게 되고, 겨우 잡았던 김동수를 풀어주게 된다. 이 이후 실종자들의 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김동수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실종될 당시, 너무 어렸던 실종자는 가족들의 마음을 찢어놓기 충분했다. 가족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차라리 아이들의 시신이라도 발견되었다면 마음에 묻을 수 있을텐데, 아무런 예고없이 사라져버린 아이들은 어떤 안식도 남겨두지 않았다. '소녀가 사라지던 밤'에선 사건의 중요인물인 두 실종자의 시점이 나오지 않는다. 마치 더 이상 그들을 볼 수 없다는 상황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듯이. 그 아이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사건이 일어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혹시 살아있지는 않을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들에 대해 떠올린다. 나조차 먹먹한 심정이 드는데 가족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7년을 버텨냈을지 더더욱 가슴이 아팠다.

실종사건이 일어난 지 7년 후, 김동수는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죄를 짓고도 반성하는 기미없이 어떤 벌도 받지 않은 그에겐 용의자는 전날 밤 같은 건물에서 나온 한 여자가 지목되었다. 그는 바로 7년 전 실종된 동생의 언니, 정유미였다. 살인동기도 있고 정황도 뻔했다. 남은 건 그의 자백만 받으면 되는데 다른 관할서에서 김동수를 죽인 용의자를 잡았다고 연락이 왔다. 김동수를 죽인 건 정유미일텐데 다른 용의자가 있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 처음부터 경찰이 완벽한 초동수사와 냉철한 마음으로 사건에 임했으면 사건은 더 빨리, 그리고 다른 피해자없이 끝났을텐데, 하다못해 살인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그 7년 사이, 한 명의 경찰이라도 실종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을텐데.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과 원망이 조금은 들었다. 남겨진 가족들은 용의자를 두 눈 뻔히 뜨고 손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하지만 물론 가장 나쁜 건 나쁜 짓을 저지른 범죄자다. 결국 남은 가족들은 그 범죄자에게 경찰이 못한 처단을 스스로 내리고자 마음먹었다. 이러면 안되지만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길.

복수심에 의해 실종사건의 용의자였던 김동수를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그 용의자가 2명이 되며 사건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숨겨둔 비밀이 드러나고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이 드러난다. 점점 더 복잡하고 커지는 사건을 형사 태석이 해결할 수 있을까? 부조리함과 악으로 가득찬 세상에 태석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작은 희망이 되어준다. 현실에도 그처럼 끝까지 사건을 마주하고 노력하는 형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건이 일어난 날은 발렌타인날이었다. 날씨가 화창하고 모든 게 좋아보였던 그 날, 젠은 친구인 벡스를 기다리며 주변의 풍경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 있던 커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더니, 기어코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가했다. 이를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남자를 말리고 여자를 도우려 했지만, 남자는 칼로 여자의 목을 긋고 자신도 찔러 자살하고 말았다. 젠 외에도 목격자가 4명이나 이 상황을 목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젠은 커플간의 치정싸움으로 인한 살인인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기사로 쓰자고 마음먹게 된다.



'5인의 목격자'는 젠과 벡스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처음엔 5명의 목격자가 돌아가며 자신이 본 경험을 진술하며 사건을 짜맞춰가는 식으로 진행되나 했는데 이 사건의 목격자도 아닌 벡스가 등장하여 신선했다. 젠은 목격자이자 기자로서 사건에 대한 글을 쓰고 그로 인해 주목을 받는다. 젠이 사건에 대한 시각을 그려냈다면, 벡스는 그런 그를 보는 관찰자 시점이다. 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풀어냄으로써 사건에 매여있지 않고 사건 밖의 더 큰 상황을 보게 해준다. 벡스의 시점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여러 등장인물과 상황을 알 수 있어 더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 벡스는 어떨 땐 걱정이 많은 좋은 친구 같다가도, 가끔 심한 말을 던지거나 과하다싶은 집착을 보여주어 벡스도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젠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젠이 목격한 것은 진실인지까지 의심이 들게 된다. 기사를 투고한 젠은 남자가 여자를 죽이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받고 사건에 더더욱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본 목격자는 자신 뿐만 아니라 4명이 더 있다. 메시지를 던진 이는 대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젠은 사건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 끔찍했던 날, 사건을 본 5명의 목격자들은 '제대로' 본 것이 맞을까? 그들이 본 것이 과연 진실일까? 목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수수께끼가 생기니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의심하고 사건을 허점을 찾으려 애쓰며 즐겁게 읽었다. 대낮의 많은 목격자가 있는 가운데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베일에 싸여있던 사건. 매력적인 소재와 함께 탄탄하고 끊임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추리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꽃이 활짝 피어있는 꽃밭과 대조되는 한껏 몸을 웅크린 여자가 표지를 장식한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어디있겠는가. 사람은 존재 자체로 귀한 법인데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죄송하다고 하다니, 무슨 일일까?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저자 전안나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인생 그대로 담아낸 솔직하고 절절한 내용이 담뿍 담겨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겨내며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고아원에서 태어나 태어난 곳도, 태어난 시도, 하물며 이름조차 불분명하다. 자신이 지금 '살아있다'는 것 외에 자신의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양되어 간 곳에서도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았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어린 시절 가정의 역할은 막중하다. 어린 아이에게 가정은 자신의 보금자리이자 안전하다 여길 수 있는 쉼터이며, 이를 보호해주는 부모님은 한없이 크고 위대해보인다. 그렇게 소중한 곳이 어둡고 아픈 기억만이 가득하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환경도 그를 무너뜨릴 수 없었다. 그는 부모님이 주지 못한 안정을 책을 통해 찾았다. 다양한 저서를 읽으며 그의 삶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나도 읽어본 책들인데, 그 때 나는 차마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을 그는 찾아내어 삶에 적용시키는 모습은 인상깊었다. 돌이켜보면, 나와 상관없는 다른 세계로서 책을 읽었지, 나에게 빗대어 생각하는 건 서툴었던 것 같다. 같은 책이지만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또, 이렇게 어두웠던 과거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미래를 일구어냈다. 과거 자신과 같은 어린시절을 겪지 않도록 사회복지사가 되어 남을 도와주고있다. 그리고 자신을 학대한 양어머니와 그저 바라만 봤던 양아버지에게 복수를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마주보며 극복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나였으면 어린 시절을 계속 반목하며 악에 받쳐지냈을텐데, 현명하게도 그는 현재의 자신을 위해 원망은 미뤄두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읽고 누군가는 연민을 느끼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응원을 얻을 수 있다. 살아온 삶에 따라 그의 삶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시절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이 책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읽고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소속감과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는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상상도 못한 힘을 발휘하고 자기와 상관없는 타인을 위해 힘쓰는 이타적인 모습은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빌런의 어떤 계획도 저지시키고 무찌르며 시민들을 지키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헨치'는 히어로가 아닌 빌런들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빌런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 '헨치'는 특별한 능력도 없고 매일 일자리를 찾아다니며 전전긍긍하는 애나가 주인공이다. 그는 운좋게 빌런의 사무실에 사무직으로 취직하게 되고, 완벽하진 않아도 직장을 갖게 된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스가 현장직을 제안하게 되고 애나는 그곳에서 히어로를 만나며 모든 것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게 된다.



주로 우리는 히어로의 이야기에 집중했지, 빌런의 이야기는 뒷전이었다. 빌런은 그저 히어로를 더 빛나게 해 줄 요소에 불과했는데 '헨치'는 그 틀을 깨버렸다. 그것도 빌런이 아닌, 빌런 밑에서 일하는 말단의 모습을 그리며 신선함을 가져다주었다. 거기다 빌런 회사에 취직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동질감과 인간미까지 느껴진다.

애나가 현장 근무를 하게 되면서 크게 다친 애나에게 히어로는 그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았고, 직장에서 짤리기까지 한다. 이에 애나는 히어로에 대한 반감을 품게 되고 히어로로 인한 피해를 당한 일은 이번 뿐만이 아니며 그 피해를 수치화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다. 히어로에 대한 분노와 오기로 시작한 이 수치는 애나가 새 꿈을 가지도록 도와주었다.

사실, '빌런짓'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히어로와 맞선다는 뜻이니 히어로가 그 과정에서 빌런 몇 해치운다고 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빌런이 나쁜 짓밖에 더하겠는가. 하긴, 히어로라면 적들의 안위도 살피는 편이 더 히어로다웠으려나? 히어로는 오직 선(善)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으니 그 기대가 무너진만큼 실망도 컸으리라.

애나가 생각한 히어로들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꽤 참신했다. 히어로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이제 진부하다. 히어로의 정체는 이제 비밀이랄 것도 없으니. 하지만 빌런에겐 막대한 양의 정보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히어로는 선이며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히어로도 결국 인간일 뿐, 그의 일상이 엉망이 된다면 심리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그 땐 다소 거친 '인간적'인 면모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전 히어로의 모습을 떠올려줄까? 애니처럼 실망이 크지 않을까?

애나가 고안한 이 방법이 정말 히어로를 무너뜨릴지, 드디어 빌런이 승기를 잡는 때가 올런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된다. 히어로도, 빌런도 아닌 애니의 모습은 꽤 친숙하게 느껴진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엑스트라였을 애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히어로 얘기가 더 풍부하게 그려진다. 수많은 히어로와 빌런들 사이에서 치이고 부딪히면서 열심히 살아가려하는 애나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같기도 하다. 여태 애나가 고군분투했던 나날들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애나의 계획이 순탄하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