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앨마 카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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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은 오래 전 영화지만, 현재도 여전히 명작으로 알려져있다. 이 책 '심연'은 바로 그 타이태닉을 소재로 삼았다. 모두가 알듯이 타이태닉 호는 항해 도중, 빙하를 들이받고 침몰하고 만다. 이 사고로 많은 인원이 바다에 빠져 목숨을 달리했다. 이 책 '심연'의 주인공 애니는 바로 그 배 타이태닉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당시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4년간 기억을 잃은 채, 정신병원인 모닝게이트에서 지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함께 일하자는 편지가 오고 애니는 타이태닉의 쌍둥이 배, 브리태닉호에 승선하여 일하게 된다.



'심연'은 현재인 1916년과 과거 타이태닉 사고가 있었던 1912년을 번갈아가며 진행한다. 애니가 당시 기억이 희미한 채 현재를 걷는 와중 틈틈이 과거를 비추어줌으로써 당시의 진상을 엿볼 수 있다. 큰 사건을 겪은 애니의 심정이라도 반영하듯, '심연'의 분위기는 축축하고 침체되어 있다. 그들이 탄 브리태닉호를 안고 있는 바다 역시 고요하고 끝없는 어둠만이 펼쳐있는 것 같다. 하긴, 1916년은 세게1차대전이 한창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절망적이고 두려울 시기일 것이다. '심연'은 전쟁의 참혹한 상황을 작중 분위기와 주인공에게 잘 어우러지게 그려냈다.

새로운 일자리인 브리태닉호에서 타이태닉 생존자 마크와 재회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연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궁금증은 깊어진다. 타이태닉에선 악령을 부르고 소통하는 교령회가 열렸다. 온갖 불길한 징조들, 커져가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어차피 상황은 깊은 수렁 한가운데에 있는 격이었으니 교령회가 아니었더라도 이 뒤에 일어날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다. 진실을 알수록 현실은 잔혹하고 비극은 가까워져 가지만 결코 멈출 수 없다.

'심연'에서 보여주는 체불명의 존재는 바다의 유령이라고 하는 더바사이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들을 이끌어 바다에 빠뜨린다는 세이렌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망망대해에 보이는 건 오직 끝없이 펼쳐진 물 뿐인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라니, 상상만해도 서늘해진다. 단순한 유령이 아니라 더바사라는 존재를 등장시킨 점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타이태닉이라는 소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 '심연'은 실제 있었던 역사와 인물을 각색하여 소설로 만들어졌다. 타이태닉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자매배 브리태닉 호와 생존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운명이라고도,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현상에 더바사라는 신비한 존재를 더함으로써 이렇게 오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대단하다. '심연'이라는 제목처럼, 깊숙이 숨겨져 있는 진실을 찾아가며 빠져나올 수 없는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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