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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ㅣ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주영은 자신의 딸 수인과 함께 자신이 살던 옛고향으로 돌아왔다. 남편이자 수인의 아빠인 대준과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수인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몰래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마냥 평화롭고 한적한 논밭 가득한 시골에는 도시에는 없는 다른 무언가도 함께 살고 있다. 바로 도깨비와 어둑시니이다.
엄마인 주영 손에 이끌려 시골에 내려오게 되었지만 도깨비 벼리를 만나 친구가 되고 즐거운 날을 보낸다. 하지만 주영이 자신을 여기에 버린다는 오해를 하게 되고 그만 어둑시니의 부름에 끌려가버리고만다.

흔히 도깨비는 뿔이 있고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일본 괴물이고 우리나라는 그저 사람이랑 비슷한 모습에 장난치기 좋아해 사람들을 골탕먹이거나 또 도와주기도 하는 순진한 존재이다. 어둑시니 역시 우리나라 요괴로 온통 어두운 그림자 모습이며 사람이 지켜보면 점점 모습이 커져 차라리 무시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이 책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는 두려워할수록 모습이 점점 커져 끝내 사람보다 커지게 되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민담 속 친숙한 요괴가 나오니 흥미롭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는 도깨비와 어둑시니가 대비되는 존재로 등장한다. 어둑시니는 사람의 어두운 감정을 부추겨 잡아먹으려는 존재이고 도깨비는 이를 막아서는 존재이다. 수인은 어둑시니에게 끌려가버렸지만, 주영과 벼리는 끝까지 수인을 구하러 가려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직 어린 수인에게 주영은 썩 좋은 엄마가 되어주진 못했다. 주영도 나름 수인이를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 수인에겐 상처를 줄 뿐이다. 강아지 짱아의 죽음을 말하지 못한 것, 수인의 숙제를 잘 챙겨주지 못한 것, 회사생활에 치여 힘든데 가정은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지 못한 것 등 주영도 수인에 대한 사랑은 결코 작지 않은데 서로 입장이 어긋나 수인과 주영은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만 한다. 수인이 성인이었다면 엄마를 이해했을 테지만, 수인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이다. 주영 역시 회사일을 열심히 하는 멋진 사회인이지만 가정과 일 둘 다 챙기는 일은 벅찬 일이다.
어둑시니는 수인의 어두운 기억을 찾아 수인이 주영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도록 만든다. 처음엔 거부하던 수인은 엄마 주영보다 어둑시니를 믿게 되고 어둑시니는 점점 더 큰 몸집을 갖게 된다. 오랜 기간동안 쌓인 오해와 악감정은 주영과 수인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주영은 수인을 설득시켜 다시 품에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는 수인과 주영의 입장 둘 다 이해하게 된다. 만약 아이가 있는 엄마라면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지 않나 싶다. 아이가 왜 아이겠는가. 아이가 말썽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부모는 어른으로써 아이의 생각을 듣고 눈높이를 맞추며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주영은 회사일에 지쳐 시야가 좁아지고 제일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수인에겐 잃어버린 동심과 엄마의 사랑을 찾을 수 있었고, 주영에겐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수인과 주영처럼 세상 모든 부모들와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