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파는 아이, 곡비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김연진 지음, 국민지 그림 / 오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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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름을 받지 못해 그냥 '아이'라고만 불린다. 아이는 상갓집에 다니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이다. 실제로 상갓집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게 울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를 곡비라고 한다고 한다. 아이는 곡비네 아이로, 꽃신을 훔쳤다는 누명을 받고 펑펑 운 뒤론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다만 일손이 바쁠 때면 엄마 손에 이끌려 함께 곡을 하러가기 일쑤였다. 어느 날, 대감마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엄마와 곡을 하러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오생이라 불리는 또래를 만나게 된다.



오생은 죄인의 아들로 그 집에서 없는 아이처럼 키워졌다. 오생이란 이름도 말의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오생이라고 붙인 것일 뿐,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니었다. 그 집에서 없는 존재였기에 할아버지가 죽었어도 슬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오생과 아이는 서로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 가까워지며 동무처럼 지낸다.

오생, 부엉이, 달래 등 다른 동무들을 만나며 싸우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며 아이는 임금 앞에 나서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와 비슷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주는 모습에 참 속이 깊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고 느꼈다. 아이가 한 선행은 아이에게 돌아오기도 했다. 좋은 동무들도 생기고 왕과 독대하기도 했다. 또 아쉬웠던 자신의 이름에 의미도 갖게 되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호기롭고 지헤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용기를 얻게 된다.

또 이 책 '눈물을 파는 아이, 곡비'에서 미처 몰랐던 우리나라 전통에 대해서 알게되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품삯을 받고 상갓집에서 울어주는 곡비라는 존재,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옛 장례절차 등 친숙하면서 생소해 더 몰입하며 읽었다. 주변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용서해주던 아이에게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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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란 - 오정희 짦은 소설집
오정희 지음 / 시공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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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란. 다소 생소한 제목이다. 사전에 나온 것처럼 '환난'의 옛말인가싶다. 환난은 근심과 재난을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무서운 단어를 붙이기엔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소소하고 어디나 있을 법한 가족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큰 사고나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방문을 열어 엄마아빠를 보면 자연히 떠올리는 우리의 추억같은 이야기들이다.

부엌일을 하는 엄마, 남보다 못한 남편, 자기멋대로인 아들. 하지만 이제 이런 이야기를 애틋하게만 보기엔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배웠다. 이전같으면 당연하다 생각했을 평범한 가족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엄마라는 직책에 많은 짐을 지워두었다는 것을 안다. '활란'에서 어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까?



활란은 오정희 저자가 쓴 마흔두 편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주로 '엄마'의 시점에서 쓰여진 이야기이다.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신선했다. 여태 엄마가 주인공인 책이 있었나? 그들의 이야기는 집 안, 가족들 틈에서 이루어졌다. 따뜻한 보금자리이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갇혀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나면 집 밖에서도 얼마든지 다채로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텐데.

여러 단편 중에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딸아들 자식, 그리고 남편과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 단편이다. 아들과 남편은 엄마에게 대접받는 것이 익숙하다. 또한 아내 역시 그들을 위해 작은 희생을 하는 것이 몸에 배였다. 그런 와중 엄마는 불만이 차곡차곡 쌓인다. 아들을 위해 물 한 번 갖다주는 것, 남편이 찾기 전에 담배를 대령하는 것.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에 엄마는 아쉬움을 느끼고, 자신에게 맞는 립스틱을 사주지도 않는 남편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위해 선물을 샀다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겠지만. 또한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엄마란 존재는 당연히 자식에게 아낌없이 내주고 희생도 서슴치않는 모습을 바랬던 것이 아닌지.

마지막에 '다음 생에서도 자신과 결혼하겠냐'는 남편의 말에 도리질치며 그러지 않겠다는 말은 본능에서 나온 대답이었을 것이다. 가정을 이뤘지만 행복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 생에선 어쩔 수 없다. 여지껏 그랬듯,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남편을 보살피며 똑같은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자신의 행복과 관계없이 말이다.

옛날같으면 이혼이 큰 흠으로 치부되었고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란 말도 붙는 판에 주위에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더더욱 남편, 자식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마음까지 삭아없어진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같은 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엄마에게 어떤 자식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고, 배우자에게 여지껏 마음 속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줬는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기혼율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데 정형화된 부모의 모습이 있다고 믿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제 더이상 희생할 여자는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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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낸 비전공자를 위한 필수 IT 교양서
고코더(이진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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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IT지식은 이제 하나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코딩을 배우는데 나도 용어 정도는 익혀야 나중에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딩을 하고 앱을 만드는 수준높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책들은 어떻게 코딩을 해야할 지, 어떤 구문들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소개한 데 반해 이 책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는 코딩을 하기 전, IT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려줘서 이제 막 IT를 접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IT는 새로운 용어를 많이 쓴다. 서버는 무엇인지, 제이슨은 무슨 방법인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떤 프롤그램을 쓰는지 너무 무궁무진한 탓에 마치 새로운 세계인 것 같다. 보통 IT업무를 할 때, 프런트앤드와 백앤드로 나뉜다. 그 차이는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디자인을 맡느냐, 이용자가 볼 수 없는 화면의 기능이나 구성을 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책에선 바느질을 예시로 그 차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각 용어마다 적절한 그림과 사진을 예시로 드니 훨씬 이해하기 수월했다. 특별히 컴퓨터를 키거나 직접 써보면서 이해하지 않아도 되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또 단순히 용어만 나열한 것이 아닌, 관련 있는 항목끼리 함께 설명해주어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딱딱한 문체도 아니어서 지루할 틈없이 금방 IT용어를 익힐 수 있다. 일상에서도 서버나 클라이언트란 말은 종종 듣는데 적확히 그게 뭔지 알 지 못하고 두루뭉실하게 알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덕에 서버가 무엇인지, 클라이언트는 무엇인지, 또 그 차이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어 유용했다. IT용어라고 해서 어렵고 복잡한 것만도 아니고 우리가 인터넷을 자주 접하는만큼 친밀한 개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단 IT를 배우고 싶거나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IT가 무엇인지 궁금한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쉽게 볼 수 있어 추천한다. 오늘날 휴대폰으로도, 컴퓨터로도 인터넷을 이용하며 하물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도 더 많이 알고 배워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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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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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떨어져 한적한 자연을 벗삼으며 살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린루프도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이다. 인적이 드문 숲속에서 최첨단 고급 친환경 공동체를 이루며 소수의 인원이 모여 살고 있었다. 산새가 지저귀는 평화로운 하루, 상쾌한 공기, 모든 것이 좋아보였다. 레이니어산이 폭발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 때부터 아름답게만 보이던 숲속이 이질적으로 보이고, 생존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그린루프는 도시와 떨어진 숲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화산이 폭발한 이후부터 외부와 완벽히 단절되어 생존문제가 시급했다. 케이트는 집안 식료품을 점검하고, 밭을 일구고, 숲에서 먹을 것을 찾아헤맸다. 그리고 그 숲엔 동식물뿐만 아니라 여지껏 보지 못한 다른 존재도 함께 도사리고 있었다.




화산 폭발과 함께 케이트는 집안에 고립되었다. 처음엔 밝고 시원한 느낌을 주던 숲 속도 화산 폭발과 함께 어둡고 습한 지대로 바뀌어버렸다. 그 덕에 케이트가 주변인에게 느끼는 갈등과 고뇌, 생존에 대한 간절함, 막막함이 더 잘 느껴졌다. 외부에서 자신을 도울 사람들이 오기엔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았지만, 케이트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공동체를 설립한 토니에게 더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그가 어떤 대책도 마련해놓지 않고 사건 이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이웃 모스타르 할머니가 주는 도움으로 생존에 대해 차차 대비를 하고 가던 중이었다. 동물을 잡는 법, 밭을 일구는 법을 배우고 이제 한숨 돌리는 차, '그것'의 존재를 직접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되었다. 처음엔 바위라고 생각했으나 팔이 있으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본디 원주민의 영혼이며 현대에는 빅풋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온화한 거인이라고 전해져내려왔다. 오마. 황야의 수호자. 이베트가 명상수업을 하며 언급한 이름이기도 하다. 그린루프 사람들은 언제부터, 어디까지 이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일까?

'데볼루션'을 읽으면서 빅풋의 존재는 바로 자연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자연을 벗삼으며 살려고했던 그린루프 사람들도 문명을 놓지 못했다. 화산폭발로 인해 강제로 외부와 단절되었을 때야말로 비로소 온전히 자연 속에 남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에게 자연은 두려움의 존재이고 또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한없이 작아지고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요새 기후문제가 대두되고 있어서 그런지, '데볼루션'에서 보여주는 빅풋의 존재가 크고 신비하게 그려져서 그런지 꼭 자연과 날것으로 마주한 인간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우리도 곧 자연의 두려운 모습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다른 괴수들의 소설에서는 인간과 동등한 다른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데볼루션'에서 나오는 괴수는 유독 크고 어쩌지 못할 공포감이 느껴졌다. 또한 고립된 케이트의 상황이 함께 겹쳐지며 더욱더 큰 공포가 느껴진다. 마치 눈 앞에 생생히 펼쳐진 듯 실감나는 묘사도 한 몫 했다. 또 빅풋은 우리에게 생소한 괴수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섬뜩한 공포를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 '레볼루션'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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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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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니아이는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 마뎀바 디옵과 전쟁터에 나와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마뎀바는 적군의 칼에 배를 찢기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 옆에 있던 알파에게 마뎀바는 자신을 편하게 해주길 바랬지만, 알파는 그가 세 번이나 부탁했음에도 끝내 그를 고통 속에 내버려 두었다. 알파는 이 날을 후회하며, 그가 죽기 전 말한 푸른 눈의 적을 찾아 잔인하게 죽여 복수를 이어가기로 한다.



알파는 매일 전투가 일어날 때마다 적군 참호에서 적을 낚아채 배를 찢는다. 마뎀바의 최후가 그랬듯이. 그리곤 괴로워하는 적의 목을 자비롭게 벤다. 마뎀바에게 주지 못한 편안한 죽음을 이제야 선사해주는 듯이. 그리곤 적의 손목과 총을 베어 다시 돌아온다. 알파가 했던 행동은 처음엔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고 찬사받았지만, 매 전투마다 일어나는 그 기이한 행동은 점차 불길한 것이 되어갔다.

전쟁터는 좁고 휘둘리기 쉬운 곳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기에 작은 소문에도 예민해져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알파에 대한 소문이 터무니없더라도 믿을 수밖에 없었을테고, 그 공포감은 빠르게 번졌을 것이다. 처음에 그를 칭찬하고 환호해주던 '장 바티스트'라도 남아있었으면 알파가 고립되는 상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마 가족에게서 받았을 편지를 읽은 후, 스스로 죽으려는 듯 적들을 도발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편지에 무엇이 적혀있는지는 모른다. 아마 연인에게서 받은 이별 편지일까 짐작할 뿐이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에서 전쟁터 바깥 상황은 전혀 들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알파가 딛고 있는 공간이 더 답답하고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쟁의 참혹한 부분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장치이다.

알파는 마뎀바를 그렇게 보내고, 그와 함께했던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그리곤 그에게 했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후회로 남는다. 함께 몸성히 집으로 돌아가자던 친구는 이제 없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모호한 마무리로 알파가 여전히 전쟁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완전히 고립되어 더이상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느끼기엔 더할나위없이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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