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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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니아이는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 마뎀바 디옵과 전쟁터에 나와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마뎀바는 적군의 칼에 배를 찢기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 옆에 있던 알파에게 마뎀바는 자신을 편하게 해주길 바랬지만, 알파는 그가 세 번이나 부탁했음에도 끝내 그를 고통 속에 내버려 두었다. 알파는 이 날을 후회하며, 그가 죽기 전 말한 푸른 눈의 적을 찾아 잔인하게 죽여 복수를 이어가기로 한다.



알파는 매일 전투가 일어날 때마다 적군 참호에서 적을 낚아채 배를 찢는다. 마뎀바의 최후가 그랬듯이. 그리곤 괴로워하는 적의 목을 자비롭게 벤다. 마뎀바에게 주지 못한 편안한 죽음을 이제야 선사해주는 듯이. 그리곤 적의 손목과 총을 베어 다시 돌아온다. 알파가 했던 행동은 처음엔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고 찬사받았지만, 매 전투마다 일어나는 그 기이한 행동은 점차 불길한 것이 되어갔다.

전쟁터는 좁고 휘둘리기 쉬운 곳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기에 작은 소문에도 예민해져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알파에 대한 소문이 터무니없더라도 믿을 수밖에 없었을테고, 그 공포감은 빠르게 번졌을 것이다. 처음에 그를 칭찬하고 환호해주던 '장 바티스트'라도 남아있었으면 알파가 고립되는 상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마 가족에게서 받았을 편지를 읽은 후, 스스로 죽으려는 듯 적들을 도발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편지에 무엇이 적혀있는지는 모른다. 아마 연인에게서 받은 이별 편지일까 짐작할 뿐이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에서 전쟁터 바깥 상황은 전혀 들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알파가 딛고 있는 공간이 더 답답하고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쟁의 참혹한 부분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장치이다.

알파는 마뎀바를 그렇게 보내고, 그와 함께했던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그리곤 그에게 했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후회로 남는다. 함께 몸성히 집으로 돌아가자던 친구는 이제 없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모호한 마무리로 알파가 여전히 전쟁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완전히 고립되어 더이상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느끼기엔 더할나위없이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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