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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집을 찾아서 ㅣ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2
한젬마 지음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유홍준 개인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그가 90년대 초반에 내놓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역사에 문외한인데다 관심조차 없던 저같은 사람조차 그 책을 옆구리에 끼고 생전 처음 전라도 땅에 발을 디뎠으니 말입니다. 인문학 그것도 소외되다 시피 인기없는 문화재에 관한 도서가 밀리언 셀러가 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죠. 유홍준의 다리품과 걸출한 입담이 없었다면 아마도 소중한 우리 문화 유산들은 아마도 지금보다 더 홀대받고 있을 겁니다.
여기 일을 낸 사람이 또 한명있네요. 바로 한젬마입니다. 천성이 꽈배기인지라 매 장마다 나타나는 그녀자신의 작품이야기와 사진이 영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물입니다. 미술사를 전공한 기본 지식과 미디어를 통한 유명세만 등에 업고 써내려가도 성공을 점칠수 있을만한 기획이었음에도 쉬운 길로 가로지르지 않고, 하나하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몸으로 땀으로 써내려갔네요. 취재과정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인간미도 이 책이 지닌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긴 대상물에 대한 애정이 없이 단순한 동기만 가지고는 열정을 가질 수 없겠지요.
여러 작가들에 대한 백과사전식 정보가 아닐까하는 지레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깊이있는 전문성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허술하지 않고, 작가의 공간적 배경이라는 제한된 정보에만 집중해 욕심이 앞서 우를 범하는 실수를 하지도 않을 정도로 영리한 작가네요.
어쩌면 이제 이책을 지도 삼아 장욱진의 화실을, 이쾌대의 생가를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생길 지도 모르겠습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복원도 되고, 관리도 제대로 되겠지요. (우연히 이중섭의 제주도 셋방을 보고 기겁했던 일이 생각나네요.사실 이중섭이 살던 집을 가려던게 아니라 맛있는 횟집을 가던 길이었지요.)
그나저나 다리건너 아는 사람이 전시회에 초대했는데,뭘 사들고 가야 할지 고민스럽네요. 그림 잘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부러워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그분 사는 집도 나중에 답사코스가 되려나요? **아파트 112동이라니, 재미없네요. 유명한 화가가 되려면 아파트 같은데서 태어나면 안되겠어요.^^
2편은 1편에 비해 조금 아쉬워요. 전라도 출신의 현대작가는 그렇게 없단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