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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해부터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고서 선뜻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우습게도 무라카미 류의 충격적 데뷔소설이겠거니 하고 지레 겁을 먹은 탓이지요. (물론 읽고 난 지금은 다른 이후로 겁에 질렸지만)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책을 접어 들고, 첫페이지부터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지? 이 문체는? 이 단어는? 무엇보다 무슨 내용인거지? 그리고 마지막 까지 정리하지 못한 채 책읽기를 마쳐야 했습니다.
읽고나서야 이런 저런 리뷰나 평을 통해 어떤 식으로 이책이 사람들에게 이해되는지도 알았지만, 솔직한 제 감상은 이해불가입니다. 난해한 중세 철학자와 서적들의 이름은 소설의 주제와 관통되는 체계적인 학문적 내공을 알리기엔 역부족인 사전적 나열에 불과하고 안드로규노스같은 독특한 오브제들은 에코식의 상징적 기호들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설명이 부족해요. 어쩐지 에반게리온 식의 의도된 모호함으로 느껴지더군요. (자~알아서들 생각하세요. 뭔가 있어는 보이지요?)
똑같이 에코의 모티브와 전개를 본 딴 영원한 제국에서도 어느정도 얻은 성공을 일식에서는 거두지 못한 이유(적어도 내게는)는 바로 주제의식의 결여 혹은 주제전달의 미숙함때문에 미로 안에서 길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본작가라고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지 못하란 법 없지만, 그 속에서 보편적 공감과 주제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은하철도의 밤에서처럼 말입니다) 어색한 분칠처럼 부자연스러울 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