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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for Algernon (Mass Market Paperback) - 『엘저넌에게 꽃을』원서
다니엘 키스 지음 / Harcourt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니까 이 소설을 처음 알게 된 건 10년 전 열중했던 아니메 <신세기 에반게리온>덕분이었습니다. 마지막 극장판의 제목 <진심을 너에게>가 이 소설의 일본 번역본의 제목이었거든요. 사실 우연히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해 중간까지 읽도록 에반게리온을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신지를 떠올렸습니다.완벽한 존재로 변해 고통이 없는 삶을 선택할 지 불완전한 인간으로 남을 지 갈등하다, 결국 상처받더라도 본인의 자아로 남기를 선택한 신지말입니다.(물론 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지만요)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많지만, 에반게리온의 극장판 헤드카피로 이를 대신해 봅니다.
그러니까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실망의 바다, 허약한 마음, 꾸며진 미소, 병적인 피사체, 자아의 붕괴, 잔혹한 타인, 대리(代理)의 이성,
순간의 위안, 만연하는 허탈, 무를 원하는 마음,
폐쇄해버린 자신, 분리에 대한 불안, 일방적인 착각,
타인이라는 공포, 위험한 사고,
타인에 대한 거절, 동조에 대한 혐오,
오만한 파악, 약한 자에 대한 동정심, 불쾌한 사진,
과거의 상처, 애매한 경계, 상식의 일탈, 고독한 사람들,
가치에 대한 의문, 욕정과의 융합,
태내로의 회귀, 허무한 시간, 파멸에 대한 동경,
필요 없는 나, 허구의 시작,
현실의 계속, 그것은 꿈의 끝남.
그럼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여기에 있어도 괜찮니?
사족 1. 마루야마 겐지 소설에서 이미 죽은 1인칭 화자가 나왔던 이래 가장 충격적인..아니 이런 장치를 한 작가가 얄미울정도로 슬픈 1인칭 시점입니다.
사족 2..6개나 되는 출판사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출판된 번역본 중 어느 것을 고를까 고민하느니 차라리 원서를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초반부와 후반부 대부분이 8살 수준의 어휘와 3형식이하의 문장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원서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