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여름에 사두었던 이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게 초가을이었습니다. 무슨일로 바빴는지 기억도 안나는 중요하지 않은 일로 무척이나 바빴던 올여름엔 책한권 읽고 싶은 의욕도 없었습니다.

그리고..가을. 우연히 들은 라디오선전을 듣고 이책을 생각해내었습니다. 사실, 입소문 무성하고 광고에 의존하는 책'따위'는 별로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내키진 않았지만 어차피 사둔 책이니 속는셈치고 시간때우기용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로쏘부터 읽었는데, 솔직히 말해 몇장 넘기지 않아 밀라노의 고밀도 공기에 파묻혀버렸답니다.아무 생각없이 분위기에 젖어들게하는..뭔가, 그러니깐 '거시기'란게 있더군요.대충'20대 여성취향'정도로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물론 전 20대도 뭣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적당히 품격있고, 적당히 고급스럽고, 적당히 지적인..그녀의 고통이 무엇인지, 무엇때문에 고민하는지, 무엇이 그녀의 인생에 가로놓여있는지..도무지 알길이 없지만 그녀의 검은 명품수트속에 감추어진 작은 발과 호리호리한 몸매와 , 욕조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밀라노 광장의 비둘기, 조그만 모퉁이의 앤틱 주얼리샵..이런것들이 만들어내는 눅눅하면서도 로맨틱한 무드에 빠져고 말았답니다.생각해낼만한 추억이 없음에도(아..무미건조한 내삶이여~~) 아스라한 추억에 잠기게 만들더군요.

소설속 연인들의 아픔에는 아랑곳없이 이책은 일상에 찌들었던 저를 모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을 내다보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책덮고 난 뒤 무슨 생각을 했냐구요? 은행을 털어서라도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에 오르고 말리라..머 이런 황당한 생각을 했다는..책의 완성도야 어떻든, 이렇게 독자를 움직일수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라고 봅니다마는..

(실은 최근에 한일 중 가장 후회스런 일중 하나가 얼마전 출장길에 남는 시간을 주체못해 동행자가 가져온 책을 읽었던 겁니다. 쿠쿠..결국 치를 떨면서도 시리즈2권을 다 읽어버리긴 했지만 ^^ 아직까지 기억남는건 주인공들의 유치찬란한 취향과 문법에도 안맞는 문장이었답니다.그런 책을 지은 작가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중작가라더군요. 오호 통재라..그에 비하면 이책을 읽은 건 수확입니다. 최소한 1주일간 제 비루한 일상을 떠나 밀라노를 꿈꾸고, 사랑이라는게 과연 뭘까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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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향 2005-03-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적어놓으시니 추천 하고 갑니다.

Fox in the snow 2005-04-0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