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오 사례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치료자가 환자의 말을 호기심을 갖고 따라가고, 환자는 말을 함으로써 치료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통해 Breuer는 말을 하면서 감정적인 발산이 이뤄지고 이것이 치료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정신치료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써서 환자의 증상이 좋아진 사례다. - p72
환자가 말하는 성적 상처가 실제 사건이 아닌 환자의 환상이라는 이해는 유혹가설(seduction theory)에서 유아성욕설(infantile sexuality)로 히스테리아의 원인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정신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유혹가설은 신경증의 원인이 외부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뜻하는 반면, 유아성욕설은 환자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어린 시절에 있었던 실제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억압이란 방어를 사용한다는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 p76
억압은 받아들이기 힘든 욕동을 무의식적 수준에서 보존하려 한다. 또 그것들을 밝혀내려는 치료에 저항한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은 억압의 기제를 다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치료 상황에서도 지속되는 억압과 저항의 동기와 과정에 대해서 계속 다뤄 줘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갖는 의미는 환자의 심리과정과 분석과정을 진정한 의미에서 ‘역동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 p78
이렇게 본능적 욕동에 근거한 초기 프로이트 이론을 현재는 모두 이의 없이 욕동심리학(drive-psychology)이라 부른다. 시기적으로는 1897년부터 1923년 사이가 해당되는데, Fine(1979)은 이 시기를 ‘이드심리학(Id Psychology)’의 시기라고 칭하면서 최초의 정신분석 체계는 무의식(지형학적 이론), 리비도 이론, 전이와 저항의 세 개념에 기초를 둔다고 설명하였다. - p78
심리학에서 의식은 주체가 마음의 활동을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의식적 과정이 “철학이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의식의 개념과 같다.”고 하였지만, 의식이 정신적 삶의 ‘본질(essence)’로 간주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 p82
의식은 외부 세계로부터 오는 감각들과 내부 과정으로부터 오는 억압되지 않은 감정과 사고들을 인식하고 등록한다. 동시에 보통 각성 시 생각들을 담당한다. 프로이트는 의식을 인식(perception)과 나눌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실제 인식-의식 체계라는 단일 구조를 형성한다고 생각하였다. - p82
전의식은 무의식과 대조를 통하여 이해될 수 있다. 전의식은 무의식에 반대하는 것이다. 전의식은 검열 기능과 억압의 장벽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무의식과 구별된다. 억압의 에이전트로서, 전의식은 무의식의 표상들을 무의식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힘을 제공한다. - p83
전의식이 무의식의 내용(사물)을 언어로 전환시키는 연결장소가 되고 있다. 안나 오가 스스로 ‘말로 치료하기(taking cure)’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전의식이 언어-표상과 연관시키는 특성을 잘 나타낸 것이다. - p84
전의식이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지역이라는 언급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전의식은 사물-표상과 언어-표상의 중간 영역이고 일차과정과 이차과정의 중간지역이다. 이러한 전의식의 중간지역 역할은 정신분석 과정 중에 지속되고 확대된다. 지금은 전의식이 심리적 작업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장소로 간주된다. - p85
무의식은 해부학적으로 존재하거나 구체화된 어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 p86
프로이트(1917)는 무의식이 신체와 정신 사이의 사라진 연결고리라고 기술하였다. - p86
꿈을 꾼 사람이 회상하는 내용을 발현몽(manifest dream)이라 하고, 발현몽을 형성하는 무의식적인 생각이나 소망들을 잠재몽 내용(latent dream contents)이라 한다. 프로이트는 잠재몽 내용들을 발현몽으로 변환시키는 무의식적인 심리 작동을 꿈 작업(dream work)이라 하였다. - p89
프로이트는 꿈 형성(dream formation)을 하는 근본적인 동기를 소원 성취(wish-fulfillment)라고 보았다. - p90
프로이트는 sexual을 신체나 장기로부터(꼭 성기뿐만 아니라) 비롯되는 관능적인 쾌감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였다. 그리고 리비도(libido)는 그러한 관능적 쾌감의 기저에 있는 가설적인 에너지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리비도 이론은 일차적으로 내부 과정에 의해 생성되는 행동이나 정신활동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 p94
프로이트에 따르면 전이(transference)는 ‘환자의 본능에 근거한 소망이나 충동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즉, 전이는 정신분석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냉정하게 심사숙고하지 않고 치료자와 강렬한 관계에 들어가 자신의 욕동을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 p106
환자는 분석 상황에서 전이 만족을 하게 되면 분석을 지속할 동기를 잃게 된다. 그렇기에 환자의 욕동 만족은 절제되어야 하고 분석가는 환자의 전이를 만족시켜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절제의 규칙이다. - p108
정신분석 이전 시기에 자아(ego)는 개인(person), 자기(self), 의식(consciousness)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방어(defense)는 의식으로부터 기억을 해리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에는 억압(repression)도 이러한 단순한 개념의 방어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억압이 요즘 알려진 의미로 변화되고 다양한 방어기제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은 그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후다. - p129
쾌락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원본능은 현실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되어야만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그와 같이 원본능의 본능적 욕동을 현실에 맞게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이 자아(ego)다. - p135
내부 세계와 외부 현실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자아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다. 자아는 현실 감각(sense of reality), 현실 검증(reality testing), 현실 적응(adaptation to reality)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외부 현실과 관계를 맺는다.
현실 감각: 영아의 신체적 감각이 증가하면서 같이 발달해 간다. 무엇이 신체 외부에서 느껴지는 것이고 무엇이 신체 내부의 감각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현실 감각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현실 검증: 내면의 환상과 외부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는 한 사람이 정신병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예를 들어, 꿈속의 내용과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나,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내면의 소망과 ‘나는 지금 대통령이다.’라는 현실 상황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현실검증 능력이다. 이는 쾌락주의가 점차 현실주의로 대체해 가면서 발달해 간다.
현실 적응: 전에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동을 조절할 수 있고 외부에서 부과되는 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 p139
정신분석이론의 초기부터 프로이트는 불안을 신경증의 핵심으로 생각하여서, 견딜 수 없는 욕동과 그와 연관된 생각들이 불안을 유발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가득 찬 리비도가 정상적인 성적 표현 속에서 출구를 찾을 수 없을 때 불안으로 변화된다고 보았다. 구조이론은 내면의 심리 상태를 원본능과 자아 그리고 초자아 사이의 투쟁으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각 심리 구조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불안이 생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144
성숙한 처리방법부터 퇴행된 미숙한 방법까지 예를 들면, 우선 성숙한 해결방식은 교수님과 의논하고 주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논문을 진행하는 것이다. 남근기적인 해결방식은 실제 논문을 쓰는 것보다 교수님에게 잘 보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교수님과의 독점적 관계를 통해 논문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항문기적인 해결방식은 어떤 규율과 방법만 잘 지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료만 계속 모으고 계획 세우는 것에만 매달리거나 연구방법론에 매달려 생산적인 진행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 p154
자아는 자기(self)와 유사어가 아니라, 3분 된 인격구조의 하나다. 자아는 의식의 부분과 무의식의 부분이 다 관여하며, 무의식의 자아 부분은 방어기제를 담당한다. 한 사람의 행위는 직접 무의식에 의해 설명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자아의 기능은 정신분석가들의 탐구의 초점이 되었다. - p162
갈등과 불안 그리고 방어는 증상 형성을 초래한다. 즉 갈등의 최종 결과는 증상 형성이고,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자아와 이드 사이의 절충이다. 이드로부터 나오는 소망은 한편으로는 자아에 의해 방어되고, 동시에 증상이라는 위장된 형태로 약화된 방출이 허용되는 것이다. - p163
억압은 자아의 무의식적인 행위이고, 신호 불안에 의한 반응이며, 심리적 재료들을 의식으로부터 떨어뜨려 보관하기 위해 반-부착하려는(anti-cathectic) 에너지를 사용하는 심적 작용으로 인식되었다. - p163
Anna Freud는 퇴행(regression), 억업(repression),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격리(isolation), 최소(undoing), 투사(projection), 함입 혹은 동일시(introjection or identification), 자기로의 전향(turning against the self), 반전(reversal)에 승화(sublimation)를 더하여 10개의 방어기제를 제시하였다. - p170
어떤 방어기제는 보다 적응적이고 기능적이어서 건강한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어는 기본적으로 개인을 불안으로부터 보호하는 자아의 무의식적인 기능이다. 적절한 대처 능력이 결핍되었을 때, 자아가 너무 약할 때, 그리고 상황 자체가 아예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일 때, 개인은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방어기제는 개인이 이런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 p172
억압이 많을수록 억압된 생각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편견과 선입견이 많다. - p181
갈등을 일차 방어를 통하여 성공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불안이 생기는데, 이때 불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차 방어기제들이 동원된다. 만약 전환(conversion)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불안을 처리하면 불안이 사라지는 대신 전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공격성을 말에게 전치(displacement)하여 말을 아버지 상징물로 삼은 다음(symbolization) 말을 두려워하며 피하면(avoidance) 말 공포증이 된다. 격리, 취소, 반동형성의 방어기제를 주로 써서 불안을 처리하게 되면 강박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갈등과 불안을 처리하는가에 따라 여러 가지 신경증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p188
Hartmann은 적응을 “일차적으로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상호관계”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상호관계를 유기체와 환경 양자의 측면에서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의 관점에서 유기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세 가지다. 즉, 환경에 맞추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자기 변형적(autoplastic) 방식, 자신에 맞추어 환경에 영향력을 주거나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타자 변형적(alloplastic) 방식 그리고 보다 호의적인 환경을 찾는 것이다. - p190
신경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자신을 환경에 맞추려는 자기 변형적 성향이 있다. - p191
인격장애 환자들은 신경증 환자들과 대조적으로 타자 변형적 적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p193
Hartmann에게 환상은 단순한 현실로부터의 철수만은 아니다. 좁은 의미에서 환상은 현실적인 이차과정 사고를 포기하고 퇴행하는 때로 병리적 현상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환상은 현실과 접근하는 또 다른 방식이고, 때로는 논리적인 사고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해결책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혹은 현실로부터 일시적으로 철수하여 숨을 고르게 함으로써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창조적인 시선을 갖게도 한다. - p196
처음엔 본능적 충동에 대한 방어기제가 고유한 기능이었으나, 나중엔 그 자체가 하나의 자율적인 목적을 갖는 기능이 된 경우, 그 변화된 기능을 이차 자율기능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기능이나 의미를 기원적으로 최초의 기능으로 환원시키거나 혹은 전구 기능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Hartmann은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성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하였다고 하여 지적인 탐구를 단지 성적 호기심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이러한 잘못을 Hartmann은 기원적 오류(genetic fallacy)라고 불렀다. - p198
중성화는 탈성욕동화(desexualization), 탈공격성화(deaggressivization) 모두를 포함한다. 전에는 리비도 부착(cathexis)이라는 방출을 통하여 욕동의 만족을 얻던 것을, 이제는 욕동의 방출 대신 자아의 영역 내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Hartmann의 중성화 개념은 프로이트의 승화 개념을 확장한 것이나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갖는다. 첫째, 앞에서 언급했듯이 승화는 리비도만을 다루는 반면 중성화는 리비도와 공격성을 모두 탈본능한다. 둘째, 승화는 욕동이 고조됨에 따라 동원되는 방어기제인 반면 중성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으로 단순한 방어 기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아 형성에 관여한다. 셋째, 승화는 욕동 에너지의 방향을 사회가 용납하는 쪽으로만 굴절시키는 것인 반면 중성화에서는 욕동 에너지가 이드 에너지에서 자아 에너지로 에너지 자체가 변형된다.
내재화(internalization)는 전에는 외부에 있던 것을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과정이다. 외부 대상은 대상 표상으로 내면화되고, 점진적으로 대상 표상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내재화는 대상관계 개념과 함께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일련의 반응들(배고픔을 느껴서 울었을 때 엄머가 오고 이어서 배고픔이 사라지고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들과 연계하여 점차 내부로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전에는 배고프면 즉각 울었지만 이제는 배고파도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 때문에 인간은 생물학적 종으로서 발전함에 따라 점차 즉각적인 환경의 자극으로부터 독립적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욕동 에너지를 중성화하는 능력과 욕동 방출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상호작용하여 에너지를 자아형성(ego building)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자아형성 과정을 구조화(structuralization)라고 부르는데, 자아형성이 이뤄질수록 유아가 쓸 수 있는 자아 기능은 확대된다. - p198
Spitz가 볼 때 유아는 기능적으로 미분화(undifferentiated)되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비분화(non-differentiated)된 존재다. 즉 유아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하는 유아(infant-with-mother)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때 어머니가 유아와 심리적 융합(psychological fusion)을 이루어 유아의 ‘보조 자아(auxiliary ego)'와 같은 역할을 해 준다고 보았다. - p203
약 18개월이 되면 걸음마기 아이들은 급작스럽게 증가하는 그들의 자율성을 행하고 싶어 한다. 점점 더 그들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잘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서서히 분리감과 자기 과대감 및 전능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와 그들의 소망을 마술적으로 채워 주는 어머니를 갖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어머니를 밀어 버리려는 욕구와 어머니에게 밀착하려는 욕구가 특정적으로 급변하며 나타난다. Mahler는 이런 모습을 ‘양가적 경향(ambitendency)'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양가감정(ambivalence)이 dlal 이 시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 p220
어린아이는 자기를 만족시켜 주는 사람에 대해서 좋은 대상(good object)의 이미지를 발전시키고, 자기를 버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나쁜 대상(bad object)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렇게 대상들을 완전히 좋음/완전히 나쁨(all-good/all-bad)으로 구분하는 것을 분열(splitting)이라 하는데, 아이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수시로 all-good이 되기도 하고 all-bad가 되기도 한다. - p222
아빠는 엄마와 아이 사이에 밀고 당기는 갈등이 많은 화해기에 들어서면서 보다 뚜렷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공생단계나 분화단계 동안, 아빠는 아이와 엄마 사이의 친밀감을 공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화해단계에 들어서면 아빠는 단순히 공유하는 위치에서 뚜렷한 제 3자로서 구별된 역할을 맡게 된다. 아빠는 엄마와 아이가 두 사람만의 공생관계에 빠지지 않게 해 줌으로써 엄마와 아이가 자율성을 얻도록 도와주게 된다.... 그리하여 아이와 엄마가 각각 분리-개별화를 촉진할 수 있게 해준다. - p229
엄마가 있든 없든, 또는 자기를 만족시키든 그렇지 못하든 상관없이 엄마에 대한 일정한 고정된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는 능력을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라고 한다. - p229
대상영속성은 눈앞에 보이던 물체가 갑자기 사라져도 그 사물의 존재가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조금 더 큰 12~18개월 된 아이들은 마지막 숨긴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다. - p231
대상항상성을 형성하고 개별성을 발달시키는 과정은 초기 성장과정에서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상과 분리된 개별적인 존재로서 자기 항상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일생을 두고 지속된다. - p233
대상은 내적 대상(internal object)과 외적 대상(external object)으로 구분될 수 있다. 외적 대상은 사회환경 내에 있으면서 직접 관찰이 가능한 실재하는 사람, 사물, 장소 등을 말한다. 내적 대상은 외부 대상과 관련되어 심리적으로 경험되는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서, 내적 대상이란 주체에 의해 경험되고 묘사되는 외부 대상의 이미지, 생각, 환상, 감정, 기억 등을 말한다. - p250
자기 표상은 대상 표상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자신에 대한 심리적 느낌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사람이나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되는 표상이다. 그렇기에 자기 표상은 타인 혹은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 p254
타인들과 맺었던 중요한 관계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즉, 타인과의 관계가 마음속으로 내재화된다. 이렇게 마음속에 형성된 대상들은 이론가에 따라 내적 대상(internal object), 대상과 자기의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s of object and self), 혹은 내사체(introjects) 등으로 불린다. - p256
애도(mourning)와 우울증(melancholia, 멜랑콜리아)는 모두 대상 상실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실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애도 반응을 거치면서 대상을 자신의 자아 안으로 동일시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여 ‘대상 표상’이 ‘자기 표상’이 된다. - p262
Hamilton(1990)은 환자들에게 발견되는 심리적 과정 중에서 특히 아이들의 초기 발달단계와 연관되는 심리기제들로 분화(differentiation)와 통합(integration), 투사(projection), 내면화(introjection), 분열(splitting), 이상화(idealization)와 평가절하(devaluation),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이행기 대상형성(transitional object formation), 대상항상성(object consistency), 동일시(identification) 등을 들었다. - p269
대상관계이론에서 말하는 분열은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으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Jacobson의 지적대로 유아의 경험은 쾌-불쾌 경험이라는 양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즉, 전체 대상(whole object)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부분 대상(part object)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말한다. Kernberg는 1세 이전에는 이런 분열된 대상관계가 정상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2~3세 이후에는 부분 대상이 전체 대상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하였다. - p270
Kerngerg는 경계선인격장애의 핵심적인 정신병리는 3단계에서 4단계로 진행하지 못해서 통합된 자기 개념과 대상 개념을 형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좋은 자기와 나쁜 자기 그리고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통합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원시적인 분열을 기본적인 방어기제로 사용하게 된다. 경계선 인격장애 환자들은 통합된 자기 개념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외부 대상에 의존하고 혼란스러운 대상 관계를 맺는다. - p272
Klein은 유아는 외부 대상을 그 본래의 모습으로 지각하기보다 먼저 내면의 환상을 투사하여 경험한 후 그 내용을 다시 내사해서 대상을 재경험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투사와 내사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상을 더욱 정교하게 이해해 가는 과정이 바로 대상관계의 기본이 된다. - p284
Klein 이론의 특징은 죽음 본능의 파괴적 공격성이 출생 초기부터 있으며 유아 심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쾌락 추구가 삶의 동력이라는 프로이트와 달리, Klein은 원시적인 타고난 파괴성이 유아의 삶의 동력이 되고 또 갈등의 중심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유아 불안의 원인도 공격적 환상 때문이라고 보았다. Klein은 유아의 초기 정신은 공격성을 기본 동기로 대상과 환상적 관계들로 이뤄진 구성물이라고 보았다. - p286
무의식적인 환상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공포가 사라지는 현상은 정신분열병 환자의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이 된다. - p288
E씨의 불안이 좋아진 것은 내적 경험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생생한 내적 대상 경험의 영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 p289
Klein은 원하지 않는 자신의 일부분이나 원하지 않는 내부 대상을 분리시켜(split), 투사하고(projection), 해를 입히려 하고(harm), 조정하고 (control) 소유하려고 하는(possess) 것을 투사적 동일시라고 하였다. - p332
투사적 동일시의 첫 단계는 자기의 일부를 제거하려는 소망이란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이유는 제거하려는 부분이 내면으로부터 자기를 파괴하려는 위협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떤 부분이 자기의 다른 부분들에 의해 공격당할 위험이 있다고 느낄 때 그 부분을 다른 사람의 내부에 안전하게 두기 위해 투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 p341
이 사례의 아이는 부모로부터 학대당하고 침범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주위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도록 조종하고 있다. 특히 치료자를 압박하고 있다. 자신이 느꼈던 당혹감, 무력감, 좌절감, 분노 등을 동일하게 느끼도록 치료자를 조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Ogden은 투사적 동일시의 두 번째 시기를 ‘끌어들임의 단계(induction phase)'라고 불렀다. - p344
Hinshelwood에 의하면 일차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죽음의 본능에서 대상(생명의 원천으로서)을 파괴하려는 시기심으로의 이동이 한 단계라면, 생명의 원천을 파괴하려는 것에서 경쟁자로 공격성이 옮겨 가는 것(질투)은 그다음 단계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건강한 경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의 충동이 공격적 충동을 점점 더 완화시키고 점차적으로 더 지배하게 된다. - p392
감사는 관용에도 밀접하게 관여한다. 좋은 대상을 동화하면서 내적 풍요로움을 갖게 된 개인은 그 선물을 타인과 나눌 수 있다. 이런 나눔은 보다 다정한 외부 세계를 더욱 함입할 수 있게 하고, 그 결과 더욱 풍요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반면에 내적 풍요로움이나 자아의 강함이 충분하게 형성되지 못한 사람은 관용을 베풀고 난 후 그에 대한 인정과 감사를 지나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나눈다고 느끼지 않고 뺏겼다거나 궁핍해졌다며 피해 받았다고 느낀다. 이렇든 Klein은 시기심이 ‘칠대 죄악(seven dedly sins)'의 하나로 꼽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심리적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 그녀는 더 나아가 삶의 근원인 좋은 대상들을 파괴하는 시기심은 무의식적으로는 가장 큰 죄악으로 느껴진다고 개인적인 소감을 밝혔다. 흥미롭게도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 중에 Klein의 시각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 나온다.
시기심이 가장 나쁜 죄악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다른 죄들은 단지 하나의 덕목에 대한 죄인 데 비해 시기심은 모든 덕목과 모든 선함에 대한 죄이기 때문이다. - p399
인간의 조건에 대한 Klein의 최종적인 견해는 인간은 자신의 파괴성과 시기심이 스스로를 파편화시키려는 것에 저항하여 그 자신과 타인에 대한 경험을 통합하려고 분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 p400
Fairbairn은 사람을 본질적으로 타인과 관계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러므로 그에게 분석의 대상은 독립된 ‘자기(self)'가 아닌 ’타자와 관계 속에 있는 자기(a self in relation to an other)'다. 즉, 그에게 분석의 요소는 자기, 대상(타인) 그리고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가 된다. - p409
유아는 부모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부모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부모의 선함을 유지하려는 환상 속에서 부모의 나쁜 측면들을 분리시켜 심리 내면으로 내재화한다. 즉, 내재화를 통해 ‘나쁨’은 유아의 내면에 자리 잡는다. 모든 아이들은 그의 부모가 정당하고 의지할 만하다고 느낄 필요가 있다. 만약 아이들이 부모를 그렇게 느낄 수 없다면 ‘나쁜 무거운 짐(burden of badness)'을 그 자신에게 부과하게 된다. 내면에 자리 잡은 부모의 나쁜 것들을 동일시함으로써 이제 나쁜 것은 부모가 아닌 그 자신이고, 유아는 자기 사랑이 나쁘다고 느낀다. Fairbairn의 표현대로, 아이는 내면의 안전을 희생하는 대가로 외부의 안전을 산 것이다. - p439
분열성 상태의 가장 큰 딜레마는 그의 사랑이 대상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리비도 자체가 파괴적이며 리비도가 대상으로 향하게 되면 대상 상실이 뒤따르게 된다. 자아는 전혀 그 자신을 표현할 수 없게 되고 완전히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Fairbairn은 분열성 상태의 가장 특징적인 감정이 ‘쓸모 없음의 느낌’이라고 생각하였다. - p456
참자기로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사회에 순응하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진정으로 존재하고 자발적이며 창조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자발성과 진정성을 잃지 않는 것이 참자기의 핵심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창조성을 갖기 때문에 상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Winnicott은 건강한 개인은 꿈과 현실 사이의 중간 영역인 문화적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반면에 거짓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경우 상징사용 능력과 문화적 생활은 빈약해진다. 대신 극단적으로 산만하거나 집중하지 못한 채 외적 침범에 어떻게 반응할까 몰두하게 된다. - p491
선한 행동을 하고도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치 않게 선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J양의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다. 남에게 맞춰 주는 그녀의 모습은 거짓자기의 모습을 나타낸다. -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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