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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적 사례이해, Nancy McWilliams 저, 권석만·김윤희·한수정·김향숙·김지영 공역, 2005, 학지사>
정식분석의 태동기에는 이해(understanding)를 정신 건강에 이르는 주된 과정으로 강조하였다. Freud는 치료의 핵심을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떠올릴 수조차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사건들을 기억하고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Freud의 임상적 경험과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이 곧 이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가정하는 과학적 실증주의에 토대를 둔다. 진실과 자유가 통한다는 진리는 델피의 신탁(너 자신을 알라라는 모토로 대표되는)만큼이나 유래가 깊은 것으로서, 정신분석학의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의 분석가들은 이해, 특히 ‘정서적 통찰’로 불리는 정서가가 부과된 ‘아하 경험’과 같은 이해의 치료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특정적’인 요소들(예: 치료자가 현실적이고 자기 존중적인 태도의 귀감이 되거나, 내담자가 치료자의 수용을 경험하고 내면화하거나, 환자의 고통과 분노에도 치료자가 상처받지 않고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등의) 또한 이와 유사한 치료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여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치료요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신역동적 문헌들에서는 통찰의 전통적 개념보다 치료경험의 관계적 측면을 더욱 강조해왔다. : p36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주체 의식의 손상을 이유로 치료자를 찾는다. 이들은 우울, 불안, 해리, 강박사고, 강박행동, 공포 혹은 편집성에 좌우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주체의식을 상실하게 된다. 때때로 이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번도 책임을 느껴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러한 책임감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하에 치료장면을 찾기도 한다. : p38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나의 역할은 분명하고, 내 의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겠지만 심리적 안정성은 보장될 것이다. 나는 내 존재의 의미 그리고 전체 구조 속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에 내가 끊임없이 낯선 이를 대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권력과 권위를 지닌 자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차단되고, 내가 모르는 이들이 간접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통해 무엇을 입고 먹고 마시며 누구를 존경하고 내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상충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거대사회 속에서 성장한다면, 나는 누구이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이다. : p40
Carl Rogers와 Heinz Kohut는 그들의 기념비적 저술을 통해서 자아정체감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 어떤 치료적 의미를 지니는지 상세히 설명하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의 이해·반영·수용·확인되기를 원한다. 자신이 속한 문화를 통해 의지할 수 있는 그리고 미리 정해진 평생 동안의 역할을 얻지 못한 개인은 내적인 통합감과 확실성,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살고, 감정, 태도 및 동기에 진실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자신이 누군인지에 대한 인식을 얻어야만 한다. 오늘날 개인이 정체성을 자기 밖의 맥락 속에서만 경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데, 자신을 정의해오던 직장을 잃은 경우, 삶의 의막 되는 배우자로부터 이혼을 당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적당한 지지적 맥락이 없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믿고, 어떻게 느끼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경험하고 언어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치료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 p41
치료를 통해 내담자의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치료자가 자신 또한 결점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기꺼이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사실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불완전한 자신도 존중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분석가는 자신이 실수와 한계를 지닌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확신을 전달할 수 있다. : p42
정신역동적 입장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분노를 그 순간에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이러한 에너지를 문제 해결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느 방법을 찾는 것이다. : p45
역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분석적 용어로 자아강도(ego strength)라고 한다. : p46
현실에 적응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인(denial)하지 않는 것, 마술적 사고로 빠지지 않고 현실을 수용하고 대처하는 것, 병리적 신념 대신에 현실적인 기대를 지니는 것을 포함한다. 변화시킬 수 없는 요인을 수용함으로써 더 긍정적이고 진정한 관계가 가능하다. 사실, 현실을 수용하는 일은 그 자체가 대단한 변화다. : p90
치료자가 치료 불가능한 부분을 명확히 해줌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헛된 소망을 슬프지만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대화는, 치료자가 매우 곤혹스러운 현실을 언급하면서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직면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통을 견디어내는 자아감도의 모범을 환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 p91
치료란 불합리한 소망과 믿음을 의식화하여 검토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며 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대체하는 것이란 생각은(고전적인 정신분석에서 무의식의 의식화, 원초아의 역할을 자아가 한다는 것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현대 정신분석가들이 다소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 p106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초기 발달문제로 되돌아가서 그 시기의 특징적인 대처방식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테면 ‘고착(fixation)’의 지점으로 ‘퇴행’한다. : p118
그러나 치료자에게 있어 반사회적인 성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들은 전적으로 내면적인 속성을 지닌다. 여기에는 정서적 위선, 양심불량, 타인을 압도하는 것에 대한 경멸적 즐거움, 공감의 결여, 자기중심성 혹은 웅대성, 정서적 무감각, 분노와 질투에 대한 예외적인 예민성 그리고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능한 통제라는 원시적 방어에 대한 의존이 해당된다. : p147
그러나 숙련된 임상가들은 그들이 만성적으로 전능한 통제(omnipotent control)라는 방어기제에 의존해오고 있음을 확인하고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임을 인식한다. 여성의 다소 도발적인 질문, 여성 치료자가 들어오는 동안 문을 잡아주는 남성의 매력적인 행동 또는 다른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기뻐하는 회사간부의 행동을 통해서 임상가는 이를 짐작할 수 있다. : p148
이와 같이 특정 방어기제가 너무도 깊이 자리 잡고 있어 내담자 자신도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 분석적 치료에서는 기본적으로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치료의 초기 기간 동안, 자아 동질적으로 여겨지는 바를 자아 이질적으로 만드는 데 주력한다. 방어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해석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환자는 오히려 이를 비판적이고 경멸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다른 방식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고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로 인해 그 개인의 기본적인 생활방식(modus vivendi)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자는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점진적으로 제시하면서 매우 참을성 있게 내담자를 대해야 한다. : p156
예컨대, 자신의 히스테리적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한 내담자의 경우, 그 이면에는 불신과 적개심, 경쟁심이 자리잡고 있으며, 보다 심층적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취약감과 이와 관련된 강한 두려움이 내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역동을 나타내는 연극성 성격구조를 지닌 환자를 대하는 경우, 다음과 같이 치료적 면담을 시작한다. “당신은 언제나 제가 하는 말에 동의하고 너무나도 공손하세요. 때로 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있을 법한데 말이지요.” 이와 같은 언급을 통해 위협감을 주지 않는 정도 내에서 방어를 다루어 내담자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이후 내담자는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경향성이 있음을 깨닫고 치료자와 함께 도대체 무엇을 감추기 위해 이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지 그 이유를 탐색할 수 있게 된다. : p161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고 느낄 때 보다 성숙한 역동을 보이게 된다. 그 개인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방어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그의 전반적인 심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해당되는 방어를 전적으로 차단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러한 이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심리치료의 핵심적 기술이다. : p167
정서 통합 능력은 성숙을 통해 성취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러한 감정경험이 자기통합을 위협하여 자신을 일관성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적절한 조건하에서 점진적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 p171
Spezzano(1993)는 성격을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자 조절하는 기관으로서 현재의 감정과 미래에 경험할지 모르는 감정의 균형상태이며, 최대의 행복을 유지하는 방법과 정서적 고통을 회피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개인의 신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 p172
만일 환자가 털어놓는 고통을 경청하면서 치료자가 공감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비난을 하고 싶은 가학적 기분을 느낀다면 그 환자는 자기파괴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로, 내담자가 마치 치료자를 얕잡아보고 제압하려 하거나 속이려 드는 것같이 느껴진다면, 그 내담자는 반사회적인 사람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 밖에, 표면적으로 우울해 보이는 환자를 만나고 있으나, 치료자가 자신도 모르게 환자가 혹시 치료과오를 두고 소송을 걸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찬 공상을 떠올리고 있다면 그 환자의 핵심은 편집증에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 p174
학대를 일삼는 사람들을 치료할 때, 노출시키고 통제해야 하는 ‘핵심’ 감정이 분노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핵심에 있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덜어내려고 분노를 이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학대자들은 견딜 수 없는 감정상태의 원인을 배우자에게 돌리고 배우자를 폭행하는 과정, 곧 투사와 행동화를 통해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 p186
죄책감이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악한 힘, 파괴성과 악의를 자각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수치심은 자신이 무력하고 취약하다고 느끼는 것, 그 결과 금방이라도 타인의 비난과 경멸을 받을 것만 같은 느낌을 말한다. : p187
우리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정을 언어화하는 데 있어 그 정확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상적으로는 감정의 가지치기, 곧 여러 기분상태를 섬세하게 명명하고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은 전 생애를 통해 향상된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쁨은, 그 감정이 고통스러운 것인 경우에도, 자존감과 유능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 내 친구 한 명은 바로 이러한 경험을 하고는 스스로를 “감정 수집가(affect junky)”라고 불렀다. 그녀가 나에게 말하기를, 자신의 기분 상태에 이름을 붙일 수만 있다면, 감정이 무감각해지고 무뎌지며 혼란스러워지거나 사고형태로 전환되기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 p193
감정을 지켜봐주고, 이름 붙여주고, 확인해주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얼마나 보편적인지 알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치료이든 치료자가 감정을 언어화함으로써 환자가 자신의 복잡하고 어려운 각성상태에 대해 통제감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유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p194
감정은 동기를 유발한다. 어떤 경험이라도 감정과 결부시키면 희망이 없던 것처럼 느껴지던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는 정서적 자원이 생겨난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도 일어난다. 정치가들은 일반적으로 절박한 사안일수록 이를 감정(흥분, 긍지, 두려움, 분노)과 결부시키려 노력한다. 이때 감정은 대중이 어떤 목표를 이루도록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 p195
치료 초반 내담자들은 문제가 자기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이른바 동화(assimilation) 과정에 수개월에서 수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 이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내담자들은 비록 문제가 내 탓은 아니지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 나간다.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 자신을 수정시키는 것, 이른바 조절(accommodation)은 구체적으로 어떤 전지전능한 대상(아마도 치료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포기하고 애도할 때 가능하다. 이런 과정은 사실 성장해나가는 인생길에서 우리 모두가 겪는 과정이다. 곧, 우리는 피할 길 없는 문제에 맞서 현실의 불공평함을 수용하고, 부족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p197
내담자는 자신의 성장과 삶의 만족을 방해하고 있는 내면화된 대상을 치료자에게 투사한 다음, 아동기에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대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 p210
원시적이고 일차원적인 내적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기와 타인의 복잡성과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 심리적 성숙과 개인적 안정에 매우 핵심적인 측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는 장기 심리치료의 중요한 목표다. 임상가는 내담자가 전부 좋거나 전부 나쁘다는 식의 내적 표상을 조절하고, 증오하는 대상의 긍정적 모습과 사랑하는 대상의 부정적 모습을 의식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며, 미움 속에도 사랑이 있고 사랑뿐인 줄 알았던 감정 속에 미움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심리치료가 잘 이루어지면, 경직되고 일차원적이던 표상이 한 인간의 장단점에 대한 현실적인 지각으로 대체된다. 타인의 정서적, 도덕적 복잡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과 모순도 더 잘 수용할 수 있다. : p214
학대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분노감정을 발견하고, 비극적인 과거를 애도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학대했던 사람들도 자기처럼 힘든 과거를 가진 상처받은 인간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학대한 사람을 증오하기도 했고 사랑하기도 했음을 모두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p214
누구를 본받고자 하며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닮거나 닮지 않으려고 하는지가 동일시의 문제라면, 주된 애정 대상과의 관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관계양상(relational pattern)의 문제다. : p223
오늘날 정신역동에 토대를 둔 많은 임상문헌에서는 반복되는 대인관계양상을 “내면화된 대상관계(internalized object relations)"로 명명한다. : p228
자신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방식은 매우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되어온, 좀처럼 자각되지 않는 심리구조의 한 측면이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 p251
자존감의 유지와 고양은 모든 인간 활동의 중심적인 동기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자각할 때 견디기 어려운 수치심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자신이나 타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동을 택할 수도 있다. 또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기도 한다. : p252
자존감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씨는 사람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합니까?”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통해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자부심을 느낍니까?” 또는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는 어떤 때입니까?”라고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 아울러 “○○씨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편입니까, 아니면 실망스럽다고 생각하고 자기비하를 하는 편인가요?”라고 물어봄으로써 전반적인 자존감 수준을 파악할 수도 있다. : p255
정신분석을 받는 동안 자존감이 고양되는 이유 중 하나는, 치료자가 모든 것을 좋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가 아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수치스러운 약점과 단점을 드러냈지만, 분석가는 이를 알고도 그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담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해주거나 그것은 결점이 아니라고 왜곡해준 것이 아니라, 그런 결점을 모두 잘 알면서도 내담자를 수용해준 것이다. 피상적인 정서적 지지만으로 자존감이 유지될 수 있다면, 친구가 있는 사람은 심리치료가 필요 없을 것이다. : p256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치료자는 자기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기의 일부(disowned part of self)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 보상은 치료자 스스로 자신에 대한 통찰을 힘들여 얻을 때마다,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환자의 범위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 p268
고전적 분석기법에서는 가능한 한 내담자 스스로 통찰과 해석을 하도록 한다. 분석가는 내담자의 저항을 없애주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분석가가 자신의 생각(preconception)에 따라 환자의 생각과 말에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잘 된 분석이라면 치료자와 내담자 모두 내담자의 무의식에서 도출되어 올라오는 내용에 종종 놀라는 경우가 생겨야 한다. 스스로 자기 모습을 이해했을 때 느껴지는 자기애적 고양을 통해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몰랐음을 인정하는 자기애적 상처가 보상될 수 있다. : p269
자기애적 취약성을 가진 내담자에게 잠재적 상처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중요한 얘기를 해주는 방법은, 자신이 존중되고 수용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말을 같이 해주는 것이다. : p272
운명은 늘 해오던 방어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그녀를 던져놓은 것이었다. : p275
자존감의 기반을 확장하는 방법을 제안하려면 먼저 내담자가 기존에 자존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회피하는 방식에 대해 치료자가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ㅇㅇ씨에게는 통제감이 아주 중요하신 것 같네요." "인정을 받지 못할 때 매우 우울해지시는군요."와 같이 언급할 수 있다. 그러나 내담자의 특성을 이처럼 간단히 반영해주는 말에도 다음과 같은 암묵적인 의미가 함께 전달된다. "그렇게 많이 통제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인정받지 못해서 실망했어도 이를 더 빨리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Freud 구조이론의 용어로 설명하자면, 내담자는 자신의 초자아에 동조되어 있던(syntonic) 것을 이제는 낯선 것으로 느껴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 p276
치료자가 내담자의 분노를 환영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이 오히려 친밀감을 증가시키고, 진실하게 대하는 것이 피상적으로 예의만 갖추는 것보다 나으며, 반드시 거절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내담자가 배울 수 있다. 내담자는 치료자가 자신을 공격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공격을 받은 것이 자기 전체가 아니라 자신의 자기패배적 특성임을 인식할 수 있다. : p277
인간의 소망은 끝이 없으며, 그 소망들도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방법은 돈이든 경험이든 명예든 무언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심으로는 '충분히' 가질 수가 없는 법이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278
규율이 엄격한 종교와 종파가 그토록 호소력이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이 좋고 나쁜지, 무엇에 근거해서 자존감을 느껴야 하는지, 무엇이 죄악이고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해 분명하고 권위적인 지침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280
우리는 모두 체계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수준에 존재하는데 이러한 신념들은 자이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처럼 작동한다. : p285
Freud는 소망이 공포 뒤로 모습을 감추곤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사람들이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내담자의 두려움 뒤에는 실상 보이고 싶고 알리고 싶은 소망, 즉 과시욕구가 있었다. : p300
비합리적인 신념은 일단 의식화되면 변화가 용이하다. 그래서치료자는 내담자의 과거 대상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로 하여금 기저의 역기능적 신념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비로소, 내담자들은 그러한 기대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인식할 수 있다. : p302
전이시험에서 내담자는 치료자가 자신의 병리유발적 신념을 든 초기대상처럼 행동하는지를 시험하려 한다. 수동-능동 전환시험에서, 내담자들은 치료자로 하여금 자신이 어린시절에 받았던 그 대우를 같이 경험하도록 행동한다. 그리고 과연 치료자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자신이 어린 시절 동일한 상황에서 만들어낸 그 신념에 의지하지않고 견디어낼 수 있는지를 면밀히 지켜본다. : p305
치료자들은 그와 같은 시험을 만들어내는 내적 신념이 무엇인지, 그러한 신념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그것이 원래 내담자를 지켜주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금은 내담자에게 어떻게 해가 되는지를 내담자들이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p307
진실은 대부분 경이로운 것이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이다.이러한 사실은 내담자뿐만 아니라 자기도취로 인해서 자신의 무지와 오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치료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진실한 것이 치료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진실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일에 전념해 온 점이야말로 영욕으로 얼룩진 정신분석학의 역사에서 가장 높이 살 만한 점일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려깊은 치료자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지혜를-그러한 치료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내담자들의 경험은 차치하더라도-포기하도록 만드는거대한 압력에직면해 있는 이 시대에, 진실을 말하려는 의지야말로 우리가 지닌 가장 강한 버팀목이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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