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에서 대상관계와 자아기능 - The Self And The Ego In Psychotheraoy
N. Gregory hamilton 지음, 김진숙 외 옮김 / 학지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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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이론가들은 인간을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욕구가 주된 동기인 존재로 생각한다. -p17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감정을 처리하며 다른 사람을 대하는지는 전통적으로 자아기능(ego functioning)이라 불려 왔다. - p18 

대상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 소원함은 욕동에 대해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에 맞서 내적 관계와 외적 관계를 방어하는 것이다. - p19 

A씨의 치료 초기에 치료자는 욕동이론-자아심리학과 대상관계이론을 혼합했다. 자아심리학이론에서는 성적·공격적 충동과 욕동이 원초아에서 분출되는 것으로 여긴다. 자아는 초자아의 압력과 완화되지 않은 욕동의 방출을 흔히 용인하지 않는 외적 사회의 현실 및 생리적 현실에 대한 인식 때문에 방어와 방출을 위한 대안적 통로를 발달시킨다. 따라서 정교하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이 모델은 밑에서부터 압력을 가하는 힘과 이 힘을 생산적이거나 부적응적인 결과로 이끄는 저항과 방어에 맞서는 힘에 초점을 둔다(Hamilton, 1989). 욕동과 정서를 의식적인 자아의 통제 아래 두려고 시도하는 이런 접근에서 방어는 자기인식의 목표를 거스르는 저항으로 여겨진다. 저항분석은 실제로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원초아와 초자아를 자아로 대체하는 도구와 과정이 된다. - p22 

Klein과 Riviere(1964)가 언급했듯이, 애도(grieving)는 감정적으로 상반된 것을 동시에 마음에 두는 능력, 즉 사람과 사물을 현재 모습이나 과거의 모습대로 소중히 여기지만 여전히 그들의 현재 결점이나 부재로 인해 실망하거나 상처받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을 요구한다. C씨는 그 사고나 아들과 그 자신의 건강 및 그의 이전의 직업적 능력의 상실에 대해 슬픔을 느끼거나 수용할 수 없었다. 이런 주제는 그가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화만 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비록 장기기억 속에서 과거의 온전한 대상관계를 기억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상반된 것을 동시에 마음에 보유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이 없었다. - p51 

Winnicott은 부모가 아동의 감정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면서 과도한 순응을 요구할 때, 아동은 진정한 친밀함에 대해 단념하고 가까워지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순응적인 거짓 자기를 발달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 아이는 꾸며 낸 모습에 만족하는 대가로 애착을 얻는다. 화나고 외로운 진짜 자기(the true self)는 내면으로, 무의식으로 물러난다.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은 적이 없는 이런 진짜 자기의 측면은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분리된 채 존재하고, 영원히 버림받는다. Winnicott의 영향을 받은 자기심리학자들은 '진짜 자기'에 대한 공감적 조율을 적절한 치료로 제안한다. - p54 

분열(splitting)은 모순된 경험을 분리된 상태로 두는 정신 활동과 때로는 대인(對人) 간의 활동을 일컫는다. Klein(1946)의 본래 정의와 Fairbairn(1954)의 분리된 자아-대상 구도에 대한 설명에 기초하여 미국의 정신과의사들은 비록 모든 사람에게 어느 정도 나타나긴 하지만 극단적 분열이 경계선 성격의 뚜렷한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대상관계의 발달을 기술한 Mahler의 분리-개별화 도식에서 분열은 재접근단계 유아가 보이는 '전적으로 좋은' 것과 '전적으로 나쁜' 것 사이를 오가며 변동하는 상태에 상응한다. Kohut(1971)과 Stern(1985)은 이런 자기-분할(self-division)을 자기 응집성의 상실을 가져오는 부적절한 자기-대상 기능으로 인한 장애의 산물로 간주한다. - p68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자기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을 확립할 때 아이가 피상적으로 부모의 기대에 순응하려는 것이 아이 자신의 진정한 욕구보다 우세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의 진정한 감정과 욕구를 부모가 부인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너무 강력하여 아이가 친밀함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부모의 기대와 동일시하고 마치 자기가 부모의 기대인 것처럼 동일시하고 실제로 자기를 그렇게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자신이 정말 실재하지 않는다는 느낌, 확실히 실재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을 가져올 수 있다. Winnicott은 이런 반응의 결과, 거짓 자기가 취약하고 외롭고 격분한 '진짜' 자기를 감추고 보호한다는, 부수적이고 아주 무의식적이며 은밀한 감각이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이런 관계 구도는 자기-타인 관계가 아니라 자기-자기 관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전에 기술했던 것과 다르다. 거짓 자기 기능에서는 진짜 자기와 대상 간의 구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기가 되며, 심지어 대상의 기대조차 자기가 된다. 정말 실재라고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유는 개인이 실재냐 실재가 아니냐를 규정하려면 자기와 대상이라는 이원성을 반드시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상적인 관계성과 사회적인 교제조차도 거짓 자기 기능에서는 실체가 없는 가공적인 것이 된다. 그것들은 Fairbairn(1954)과 Guntrip(1969)이 묘사한 분열성적 소외와 철회에 가까운, 외부세계로부터 좀 더 근본적인 철회를 뒤덮고 감춘다. - p107 

만약 혼란의 정도가 좀 더 심한 사람뿐만 아니라 좀 더 건강한 사람도 대상관계에서 변동을 겪는다면 성숙과 미성숙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장에서 논의된 두 사례 모두 좀 더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의 순간에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복잡하고 조절된 자기-대상 이미지와 정서-감각을 더 많이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좀 더 건강한 사람은 자아능력의 더 많은 부분이 더 자주 활성화되고, 그래서 그들 자신의 좋은 자질과 덜 좋은 자질을 동시에 인식하며 자신의 이런 모순된 측면을 수용한다. 이들은 자신의 내적 대상과 외적 대상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감과 연민 그리고 조절된 최책감을 표현한다. 이들의 감정은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대상관계의 복잡성에 맞는 복잡한 방식으로 통합된다. 자아는 분화하고 통합하고 균형 잡고 그리고 조절하는 과정에서 창조적이 된다. 특히 이들은 타인과 동일시하고 공감하고 영향을 주고받고 관계하는 능력을 희생시키지 않으며 자기와 타인 그리고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은 주된 대상관계 패턴이 무너지면 자신이 이전에 다르게 느끼고 행동했다는 것을 흔히 잊어버리는 많은 경계선 환자와는 달리, 이전의 좀 더 균형 잡혔던 기능을 기억하는 능력을 대개 유지한다. 

정서가 통합적인 자아기능을 압도할 때, 중독성이나 혹은 구조적 뇌손상이 자아능력을 손상시킬 때, 극단적인 대인관계 사건이나 생애 과제가 이용가능한 기존의 관계 방식과 맞지 않을 때, 그리고 부모가 삶의 한 영역에서 담아내기(containment)와 공감하기에 지속적으로 실패하여 대체적으로는 건강한 사람을 삶의 많은 도전 가운데 한 부분에 취약하게 만들었을 때 좀 더 건강한 대상관계도 흔들린다. - p174 

환자가 자신의 꿈을 기술한 후 치료자가 "무엇이 마음에 떠오르나요?"라고 묻는 단순한 질문은 연상이라는 자아기능을 활용하도록 주문한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라는 질문은 인지나 지각이 아닌 정서에 대한 기억을 암시한다. "내가 말없이 있으면, 이런 상황이 당신이 어머니와 놀고 싶었을 때 어머니가 책을 읽으셨던 일이 떠오르나 봅니다."라는 해석은 치료 중에 겪는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기억을 비교하고 대비시키는 통합적 자아기능을 암시한다. - p198 

자신을 추스른다는 것은 정서를 조절하는 자아기능으로 볼 수 있다. - p199 

대상관계 접근에서는 억제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어떤 것을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접어두고, 일시적으로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저변의 기제는 욕동이나 충동의 억제가 아니라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자 하는 인지적인 노력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자아가 대상관계의 상태나 마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 p200 

"아마 당신은 당신의 형과 누이들처럼 내가 인기있는 운동선수이고, 내가 당신에게 '그냥 해 봐라.' 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전이를 지적함으로써 치료자는 환자가 통찰을 갖게 되도록, 즉 사람들이 그의 내적 대상과 다를 가능성이 높은 때에도 그들을 내적인 대상으로 본다는 점을 깨닫도록 유도했다. 이런 통찰만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통찰은 실제로 그의 내적인 대상관계를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치료자와 환자 간에 발생하는 전이가 갖는 치료적 가치는 그것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즉시성이 있다는 점에서 나올 뿐만 아니라, 환자가 예상하는 것과 다르게 치료자가 반응함으로써 환자의 내적인 관계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서 나온다. 환자는 자신이 전이를 통해 외부로 전가했었던 것을 이제 다소 변형된 행태로 다시 내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전에 치료자는 환자에게 '그저 자신감을 가지라.'고 요구하기보다 정서적으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이었다. 치료자의 이런 태도는 환자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주었으며, 이것은 전이에 대한 해석이 갖는 담아내기의 측면이다. - p210 

L씨의 예에서 치료자는 환자가 예상하고 있던 역할에 따르지 않고 치료자를 '무조건 자신감을 갖는' 방법을 아는 사람으로 보는 환자의 이상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담아내는 기능을 수행했다. 즉, 치료자는 환자를 정서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 p211 

이제 나는 이런 발달단계 가운데 어떠한 단계든 순조롭고 순차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다. 사람들은 심지어 유아조차도 다른 사람과 관계하면서 자신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하고, 아울러 투사와 내사를 통해 누가 자기이고 누가 대상인지를 때때로 바꾸고 모호하게 하는 능력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상적으로, 적어도 성인에게서는 환자가 자신과 타인에게 갖는 다양한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과 이런 경험이 기억과 전이, 역전이 그리고 현재의 관계에 어떤 관련을 갖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관계성의 궁극적 혹은 기본적 단위를 찾는 것보다 더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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