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숙제방 독깨비 (책콩 어린이) 70
공수경 지음, 강은옥 그림 / 책과콩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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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했어?"

"아니요."

"숙제 하고 나서 놀라고 했지!!"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숙제 때문에 입씨름하는 엄마와 아이. 숙제는 왜 생겨나서 이렇게 아이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걸까. 누군가가 숙제를 대신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숙제를 안 해서 학원에서 남는 것이 일상이 된 도남지. 이름보다 '또남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어느 날 새로 생긴 코인 노래방에 갔다가 모니터에서 숙제방 체험을 하겠냐는 메시지가 나와서 '예'를 선택한다. 정말 노래 한 곡을 부르는 사이에 숙제는 완성되어 있었고, 남지는 이후 코인 숙제방에서 숙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숙제를 할 때마다 생각 방울을 결제하게 되면서 남지의 행동은 점점 이상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생각도 없다는 핀잔을 듣게 된다. 남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코인 숙제방>은 아이들의 핫 플레이스인 코인 노래방을 배경으로 한 생활 판타지 동화다. 노래 한 곡 부르는 동안 기계가 숙제를 해준다니, 발상이 너무 웃기고 재밌다. 그런데 돈이 없는 친구는 어떻게 할까? 코인 숙제방에서는 생각 방울로 결제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숙제를 안 하다 보니 생각이란 걸 하지 않게 되고, 결국 나중에는 생각 방울을 모두 써 버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남지는 처음부터 숙제를 싫어하지 않았다. 모르는 걸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면 네가 생각해서 해야 한다고 하고, 몰라서 안 푼 문제는 왜 안 했냐고 하고, 생각해서 써낸 숙제에 대해 선생님은 생각을 더 쓰라고 한다. 남지가 문제인 걸까, 어른들이 문제인 걸까?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생각 좀 해봐"라는 말에 아이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코인 숙제방 덕분에 편하게 숙제를 하게 된 이후 남지는 생각이란 걸 할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 방울을 다 써버리고 더 이상 결제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남지는 생각 충전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생각을 충전해야 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 남지. 생각이란 걸 우주 밖으로 날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충전되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은 정말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면서 생각의 범주를 넓혀 가는 남지의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도대체 생각이란 게 뭘까?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애써 해낸 숙제를 보고 생각 좀 더 하라고 말할까? 이 책은 숙제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는 모든 어른들이 꼭 읽어 보면 좋겠다.

나는 열심히 생각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쓴 거다. 그런데 왜 선생님은 생각을 더 쓰라고 하는 걸까?

나도 이제 헷갈린다. 어떤 생각이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가 말하는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생각하는 건 너무 귀찮고 어렵다. - P15

생각은 정말 어려운 거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안 하려고 한 건데. 이제 생각을 안 해도 된다고 좋아했는데 생각을 충전하라니. 모르겠다. 이 세상에 있는 생각을 전부 모아서 우주 밖으로 날려 버렸으면 좋겠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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