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 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깍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깍네

감물 들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 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한 번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는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끝에서

몽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 맛을


이 사이(間)...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는 것들, 그래서 아련하게 슬픈 것들,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무어라 이름붙일 수 없는 것들, 그러나 혀끝에서 몽긋이 느껴지는 것들, 식별불가능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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