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2003-10-18
북클럽 재작년에 1년간 미국에서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10여년 만에 직장생활을 쉬고 모처럼 자기개발을 할 시간이다 싶어서 잡은 주제가 '목공'과 '책읽기'였습니다. 이에 따라 1년동안 읽겠다고 평소에 보려고 했던 책 100여권을 가져갔는데, 결국은 이런 저런 이유로 가져간 책은 반밖에 읽지 못하고 가져오고 말았답니다. --;;
그곳에서 접했던 북클럽이 있었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 남편이 갔던 대학의 교수 부인들이 회원인 독서 모임이었는데, 대부분 회원들의 나이가 60대 이상이었습니다. 최고령자는 94세였구요!! 어쩌다가 저처럼 젊은(!) 회원이 오면 대환영이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책과 사회자, 발제자, 모임 장소(회원들 집에서 번갈아 모임)에 대한 스케쥴을 반년 정도 앞서서 정하고 돌아가면서 합니다. 그 달의 책의 줄거리 review, 작가에 대한 조사 발표, 책 내용에 대한 소감을 교환하고, 책 내용과 관련되어 좀더 생각을 나눌 작은 소재들을 제안하고 거기에 대해 논의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책 자체는 개인 평전과 소설류로, 저의 입장에서는 좀 '한가한' 책들이었지만, 그 모임에 나오는 회원들의 열성과 젊은이 못지 않은 비평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나이 60대면 그 모임에서는 청장년이었고, 지팡이, 돋보기, 보청기를 쓰지 않는 회원이 드물었습니다. 떨어진 시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잘 안들리는 귀를 보청기를 끼어가며 토론하고, 지팡이를 짚고서도 먼 길을 찾아오는 회원들! 이들은 북클럽 뿐 아니라 다른 취미나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들에 대해 생각할때마다 자꾸자꾸 한국의 어르신(특히 할머니)들과 겹쳐져서 안타깝습니다. 저의 환자들 중에 자식들 기르고, 손자들 기르고 나면, 삶의 낙을 찾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기껏해야 동네 노인정에 가서 화투를 치거나 뒷산에 오르는 정도가 대부분 노인들의 소일거리이고, 독서나 취미활동, 봉사 활동 등을 권유하면 대부분 기력이 없고, 시력이 떨어져서 못한다고 하셔서 참 속상해요.
저희 세대가 나중에 노인이 될 때면 이런 북클럽이나 동호회, 봉사활동 등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흐흐... 다시한번 은퇴후에 북까페 차려야지.. 결심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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