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은 성분, 같은 회사의 약이 이름에 따라 100배 차이?  

사례 1>  Avastin  vs  Lucentis

Avastin은 원래 대장암의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인데,
안과 의사들이 이를 황반부 변성이라는 안과 질환의 치료에 이용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황반부 변성이란, 눈의 촛점이 맺히는 부위의 망막이 들뜨거나, 그 속에 물이 차면서 시력이 악화되고, 심한 경우 실명도 되는 병이다. 

눈에 주사하는 Avastin의 양은 아주 소량이라서, 한 바이알로 수십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이때 드는 약값은 10불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도적인 문제로 영국에서는 이 약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약의 '적응증'에 등재가 되어야 하는데,  새 용도를 등재하려면 제약회사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

Avastin을 생산하는 Genentech사는 새로운 용도를 등재하지 않고, 동일한 성분의 약을 'Lucentis'라는 이름으로 바이알당 1000불정도의 가격에 시판하려고 준비중이다. 이는 Avastin을 주사할 때보다 무려 100배나 되는 가격이다.

보통 제약회사는 '약의 개발을 위한 연구비' 회수를 위해 고가를 고집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제약회사가 아니라 개인 안과 의사가 이 효능을 발견, 안과 학회 등을 통해 그 이용이 전파되었다.  여기서 제약회사는 기여한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약값을 올려받으려고 한다.

사례 2>  Proscar  vs  Propecia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중에 '프로스카'가 있다.  남성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해서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치료제로, 5mg 한 알에 1551원이다. 

그런데, 이게 남성형 탈모에도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제약회사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훨씬 적은 용량인 1mg 짜리 알약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이름 '프로페시아'로 출시했다.  약값은 한알에 1815원.  용량은 5분의 1인데, 약값은 오히려 더 비싸졌다.

큰 가격차 때문에 프로스카 처방을 받아서 4분의 1알씩 잘라서 먹는 사람도 생겨났다.


2. '새로운 용도', '새로운 제형', '새로운 조합'  등..... 도 특허가 되면? 

위의 사안은 특허기간과 관계 없이, 그냥 '용도'에 따른 약값만 이야기 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용도와 관련된 특허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의 경우, 새로운 용도, 새로운 제형, 새로운 용법, 새로운 조합 등도 특허가 인정되고 있다. 
새로운 특허에 대해서는 새로운 20년의 배타적 권리가 주어진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이 요구하는 FTA 협정안에는 그렇게 추가된 특허를 그 성분이 들어있는 전 제품에 적용된다고 해서 미국의 제너릭 제약회사들조차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찬찬히 설명하겠다.

1) TRIPS에 의하면, 모든 나라는 특허 의약품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20년간 보장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A 라는 항우울제가 있으면,  A의 성분에 대한 20년간 특허가 보장된다. 
    원칙적으로 20년으로 끝.


2) 그런데, 미국처럼 새로운 제형이나 용법, 용도도 특허가 가능하면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 A-SR (서방정) 을 개발한다. --> A-SR에 대한 특허를 딴다 --> A-SR에 대한 새로운 20년간의 특허 보장.

* A 가 처음에는 몰랐는데,  관찰해 보니까 체중 감량 효과도 있었다. --> A에 대한 '체중감량'이라는 새로운 '용도' 를 특허 받는다 --> 새로운 용도 때문에 새로운 20년간의 특허 보장.

* A를 B라는 약과 복합제제 AB를 만들었다. --> 복합제 AB를 특허낸다. --> 새로운 특허 20년.

비록 A의 특허는 20년으로 끝나지만,  A-SR, AB, 그리고 A의 새로운 용도 등의 형태로 특허 기간을 늘릴 수 있다. 

3) FTA 협정에는 A-SR이 특허를 얻으면 A-SR 뿐 아니라, A가 포함된 모든 약품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갖게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즉, A-SR의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A까지도 특허의 보호를 받게 된다.

이런 조항을 악용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
A의 특허의 만기가 다가오면 새로운 '용법'을 추가해서 특허를 다시 따고,
그 기간이 만료될 때쯤 해서 새로운 '용도'를 개발해서 특허를 연장하고,
더이상 용법이나 용도를 추가할 수 없게 되면 다른 약과 섞은 제형을 만들어서
'새로운 제형'으로 특허를 따면 .......... A라는 약에 대한 특허를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evergreening'이라고 하며,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무척 우려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용도, 제형, 용법 - 이런 것이 과연 20년을 보장한 만한 '발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항인가? 
그 새로운 제형 개발을 위해 20년동안 배타적 권리를 주어야 할 정도로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게다가 새로운 제형이나 용도의 경우는 특허의 연장 뿐 아니라
위에서 보았듯이 약값을 기존 제품보다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애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TRIPS 보다도 강화된 특허권 보호조항은 한미 FTA에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3. Data Exclusivity Plus  자료 독점권 Plus

보통 FTA에서 나타나는 TRIPS보다도 강화된 지적재산권 보호조항을 TRIPS plus라고 한다.

같은 기전으로,  기존의 자료독점권 보호조항보다도 더 강화된 자료독점권 보호 조항을 Data Exclusivity Plus라고 한다.
(자료독점권이란, 제약회사가 새로운 약에 대한 연구 내용 및 임상실험 등, 약품을 등록할 때 제출한 자료를 일정 기간동안 다른 제약회사가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최근 미국이 맺은 FTA  조항에 자료 독점권을 2중으로 인정하게 되어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 미국에 제출된 자료도 보호하며,  C국에 등록하는 자료도 제출된 날로부터 5년간 보호된다." 

이런 조항을 악용하면 이렇게 된다.

미국FDA에 약을 등록하면서 자료를 제출한다.
미국에서의 자료독점권 기간이 만료되어가는 시점에 C국에 약을 등록하며 자료독점권을 다시 5년 보장 받는다.
이렇게 되면, C국의 입장에서는 거의 10년의 기간동안 자료 독점권을 인정해야 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물질'에 대한 자료독점권 5년에 더해서 '새로운 용도'에 대한 자료 독점권도 인정을 하게 되어 있어서, 마치 '새로운 용도의 특허권'처럼  evergreening에 악용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자료 독점권이 이미 도입되어 있다.
새로운 물질에 대한 독점권은 6년,  새로운 용도에 관한 것은 4년으로, 오히려 우리가 미국보다도 더
강한 보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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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제약회사들이 체면이 있지, 설마 저런 조항을 정말 악용할까?  라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말자.
이들은 조금의 틈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이권을 주장한다. 
FTA에 관한 협상은 절대로 두리뭉실하면 안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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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6-2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군요... 좀 퍼가겠습니다.

조선인 2006-06-2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갈게요. 그나저나 이런 거 여쭤봐서 죄송하지만 프로스카를 처방받을 수 있을까요? @.@

가을산 2006-06-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네.. 감사합니다.

조선인님/ 프로스카요? 탈모증에 대해서라면..... 비보험으로 처방이 원칙인데요,
40대 이상 남성의 이름으로, '전립선 비대증'이란 병명으로 프로스카를 처방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의료보험이 되지만, 거짓말을 하는거니까 피하시구요,
주치의에게 가서 탈모증으로 처방을 하되, 프로페시아 대신 프로스카를 비보험으로 처방해 달라고 하시면 될겁니다.

root 2006-06-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스카 5등분못하게 요상하게 나옵니다. 4등분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정확히 4등분도 못하게 비대칭으로 나옵니다. 아주 쪼잔한 넘들이죠. -_-.
선생님 저도 퍼가겠습니다.

가을산 2006-06-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oot님, 반갑습니다. ㅎㅎㅎ, 쪼잔 ,.....

조선인 2006-06-2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을산님, 고마운 정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