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오전에........

세상에서 엄마, 아빠가 최악의 엄마아빠야.

왜?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래?

아니, 거긴 죽음이고.......

그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음.... 거긴 경험이 없지만....... 엄마의 인간성을 보면 끔찍할 것 같아.

흠...... 아직 사춘기 끝나려면 멀었군.......

 

2.   오늘 도예촌에 다시 감.

지난 달 말에 동생과 올캐, 조카들 데리고 도예촌에 가서 '작품' 하나씩 만든지 4주가 지났다.
보통 이때쯤이면 완성이 될 때라서,  찾으러 가면서... 이것저것 챙겼다.

점심 대신 먹을 고구마, 사과, 물,
혹시 가까운 계룡산에 올라가고 싶을까봐 모자도 챙기고......
또 혹시 그냥 앉아서 책 읽고 싶을가봐 이책 저책... 해서 세권도 챙기고.......
추울 때 덧입을 긴팔 셔츠도 하나 챙기고..... 

챙기다 보니,  산에서 3일은 지낼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챙기고 있었다.
잘해야 몇시간 있을거면서...  ^^;;

도예촌에 도착하니 11시쯤. 
선생님과, 늦게 도예를 업으로 삼으려고 배우는 중년 여자가 있었다.

보통 4주면 완성이 되기 때문에 미리 전화도 하지 않고 찾으러 갔는데....
오늘에서야 초벌구이 돌리려고 가마에 넣고 있었다. 
도예공방의 주인장 선생님이 외국에 다녀 오시느라 늦어졌다고 한다.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소탈하니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이는데.....)

잘됐네요. 다음에 또 한 번 올 핑계도 생기고.......  라고 하면서,
지난번에는 조카들 봐주느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을 만회할 겸, 
오늘은 느긋하게 혼자서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망쳐도 기본은 할 수 있는 아이템..... 냄비 받침 하나 만들고......
그담에 책상 위에 놓을 연필꽂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참 만들고 있는데.....  선생님이 식사 어떻게 했냐고 묻고는.... 떡국을 내것까지 3인분 준비하신단다.
한참을 '국물이 기가막혀!' ,  ' 나 조미료 하나도 안넜어!',  ' 이거 특별한 떡국이에요!'  하면서
분위기를 잡더니.......    
조금 후 안으로 들어오란다.

(와~ 이곳에 여러번 왔지만, 안채로 들어간 건 첨이었다!)

떡국에 김치, 그리고 내가 가져간 사과와 고구마가 전부였지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먹기 시작하고 나서 떡국 위에 고명으로 얹은 고기가  뒷산에서 잡은 꿩고기란다.
꿩을 압력솥에 넣고 끓인 국물로 만든 떡국.
흐흐흐.......   한그릇 다 비웠다.

역시 도예 만드는 사람 아니랄까봐 국그릇, 물그릇, 김치그릇.... 다 '도자기'다. 
다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괜찮다는 인사치레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이렇게 편한 것을! " 하며 농담을 건낸다.

안채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정말 환상이었다.
집과 마을로 가려서 다른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산이 창 밖에 거칠 것 겂이 걸려 있었다.
자기 도자기와 후배 수채화를 물물교환으로 바꾸어 걸었다는 그림이 벽에 걸려 있고....
벽장에는 앤틱한 소품들이 먼지 수북하게 얹고 있었다.

열린 창틀에는 새벽부터 저 자리에 있었다는 청개구리 한마리가 몇시간째 꼼짝 않고 자리잡고 있고...

아...  여긴 정말 좋구나............


다시 돌아와서 만들던 연필꽂이를 마저 완성했다.
아까 본 청개구리에 감명 받아 연필 꽂이 한쪽 구석에 한마리 만들어 붙였다.
(나중에 완성되면 사진 올릴게요.)

꼬물락거리며 만들다보니 시간이 한참 지났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공방을 나왔다.

그동안 선생님과 조수님은 예약한 관광객 한팀이 와서 하는 도자기 체험 잠간 안내하시고.......
사람들이 돌아간 후에는 상감기법으로 만드는 분청사기 밥공기에 백토를 칠해넣고 계셨다.

요즘은 예약하거나 이전부터 왔던 사람이 아니면 도자기 체험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나면 자기 작품 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나......

어쨌든, "저는 전부터 왔으니까 가끔 와서 만들어도 되나요~~ ?" 
흐흐... 콧소리 섞어 물어보아 오케이 받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모처럼 평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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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언니. 아이들이 몇살이예요? 으흐흐흐흐

panda78 2005-09-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갑자기 떡국이 마구 땡겨요. ^^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이렇게 편한 것을! <---- ㅋㅋㅋ 명언입니다요!

세실 2005-09-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을산님 도자기 배우시는군요~~
저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주말에 혼자 도자기 배우러 다닌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가을산 2005-09-2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ㅎㅎㅎ... 만14살, 11살이에요. 한창때죠.
주중에는 친구들과 놀지 못한다고 주말이면 10시에 나가서 6시 다돼서 들어와요.
덕분에 제게는 '자유시간'이 생기긴 했지만......

panda78님 / 저, 덕분에 어제 '꿩'고기 첨 먹어 봤어요. 선생님 참 재미있죠?

세실님 / 도자기를 제대로 배우는 건 아니구요,
몇년 전부터 일년에 몇번정도 시간 될 때 가서 혼자 쪼물락거려요.
처음에는 아이들 '체험학습'으로 갔었는데, 이제는 저 혼자 가요.
다행히 선생님이 얼굴을 기억해 주셔서 불쑥 찾아가도 되게 되었어요.

2005-09-2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09-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ㅎㅎ,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잊어버리겠지요.

sooninara 2005-09-2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전 우리아이들이 크는것이 두렵네요.
특히 재진이가 엄마에게 뭐라고 할지..

저 외출보고 후기 썼어요^^ 안보셨죠?

가을산 2005-09-2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이런, 제가 보지 못했네요.
방금 보고 왔는데.... 너무 너무 독특하게 (?) 보셨네요! ^^;; 고생하셨는데, 제가 자꾸 웃음이 나와요. 흐흐.... 그래도 볼 것 , 느낄 껏 다 느끼셨네요....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이' ^^

2005-09-27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28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