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달 전,  엘레베이터를 타는데, 왠 중학생 두명이 같은 층으로 간다고 한다. 어떤 일인지 물어보니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우리 애가 주웠다고 한다. 잃어버린 핸드폰에 전화를 해보니 우리 애가 받았다나....
왜 핸드폰을 주웠으면 그곳의 어른이나 가게 주인에게 맡기지, 왜 집에 들고 오는거야?
게다가 우리 애가 주웠다고 주장하는 장소는 분식집인데, 잃어버린 사람은 PC방에서 잃어버렸다고 한다.

2.  지지난 주,  영어 학원에다가 '수학 보강이 있다'고 말하고 제끼고는, 수학 보강은 30분 만에 간단히 채점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땡땡이 치다 들어옴. 그날, 나는 근처 수퍼에 갔다가, 학원 끝나고 수퍼로 바로 와서 아이스크림 같이 먹자고 영어 학원에 전화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됨.

3.  지난 주,  정체모를 전화가 와서 아들을 찾는다.  다른 지방 억양의 학생이다. 아들이 전화를 받고 우물우물 끊고는 학원에 가버린다. 다시 온 전화를 받아보니,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아이템 교환을 하기로 했는데, 교환을 하다가 도망갔다고 한다. 이 날은 정말 실망이 극에 달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까지 하다니!  

4.  연휴기간동안....  내가 바쁘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공부를 챙겨주지 못했다.
일본어 단어는 그저께부터 하루에 20개씩 외우게 하고 받아쓰기를 겨우 시작했다. 그것도 하나에 100원씩 경품을 걸고. --;; 
연휴 마지막날인 어제, 처음으로 집에서 지냈는데, 오전에 1시간 반 공부,  오후는 내내 나가 놀고 와서
저녁에 2시간 반 공부하고는...... '아! 나 오늘은 너무 공부를 많이 했어! 이제 들어가 쉴래!' 하고 밤 10시부터 들어가 다른 책을 읽는다.

5.  오늘 오후, 학교 끝날 시간에 큰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님이 엄마 오시래' 라는 용건이었다.
연휴 뒤의 환자 많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진료를 빵꾸내고 학교에 갔다.  가보니 친구와 싸워서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있었다.  친구끼리 티격태격하다가, 옆에서 싸움을 붙이는 친구들의 충동에 싸움이 되었는데, 문제는, 상대방 아이의 눈 밑에 멍이 퍼렇게 들어 있는 것이다. 
그애 엄마도, 나도, 서로 죄인이 되어서 서로, 그리고 선생님께 죄송하다를 연발하고 돌아왔다.

6. 지난 달부터 응접실에 식탁을 들여놓고 저녁이면 거기에 모여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기로 했다.
덕분에 우리 집에서는 저녁식사 후에는 티비를 전혀 보지 않게 되었다. 나야 원래 티비를 잘 보지 않았지만, 우리 남편은 간혹 보고싶은 프로가 있을 때 보지 못해서 갑갑해 한다.  오늘도 남편을 달랬다.


대충 헤아려 보니, 할 수 있는 사고란 사고는 자잘하게 골고루 다 쳐 보는 것 같다.
언제나 아이들 관련 전화를 가슴 두근거리지 않고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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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9-3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어라 위로를 해야할지^^ 재진이 학교 보내고 한학기동안 맘 비우느라 도닦은거 생각하면..지금은 맘을 많이 비워서 웬만한일엔 눈도 깜짝 안할거 같지만..좀더 크면 저렇게 변한다고 생각하니 또 걱정이네요..
가을산님..우리 힘내자구요..모든 엄마들..아자 아자 화이팅...

sooninara 2004-09-3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별별님에게 졌다..ㅠ.ㅠ..

sweetmagic 2004-09-3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제가 쳤던 사고들에 비하면 매우 약과입니다. 기운내십시오. 저희 어머님 몸 건강히 잘 계십니다 ㅠ.ㅠ.

=3=3=3=3

瑚璉 2004-10-0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부모 노릇이라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네요.

마냐 2004-10-0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왠지 우울모드에서..새벽별님과 매직님의 댓글을 보며 다소 엽기 그러나 희망 모드로 바꾸기로 했슴다. 전 도 닦을 자신 없는 엉터리 엄마인데...어쩌란 말입니까...ㅠ.ㅠ 가을산언니, 종종 연재해주세요. 이건 어떻게 학습으로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_-

호랑녀 2004-10-01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에 대한 실망... 참 속상해요. 그거이... 그러니까 저는 아직 멀었단 얘기죠? 아유... 지금도 힘든데...ㅠㅠ

가을산님은(어쩌면 가을산님의 부군되시는 분도) 학교다닐 때 지극히 범생이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범생이 유전자보다는 개성 강한 유전자가 아이에게 간 모양이죠.

sweetmagic 2004-10-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속도 많이 썩히고 말썽도 많이 피워봐서 부모님께 드릴수 있는 실망이란 실망은 골고루 맛배기로 다 보여드린거 같은데.....너무 걱정은 하지마세요...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가 나름대로 압니다...진짜예요 믿어주세요,,,,, ㅠ.ㅠ;;

가을산 2004-10-0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왜 알라딘엔 저보다 선배 언니의 경험담은 안올라오는거지요? ^^;;
선배님이나 선생님들의 조언이 있으면 많이 도움이 될텐데요....

흐흐, 매직님은 어떤 사고를 치셨는지요? 매직님은 어렸을 때 무척 귀여웠을 것 같아요.
매직님 부모님께 한수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려볼까요? ^^

호랑녀님 지적대로 우리 남편도 그렇고, 저도 비교적(?) 범생이였기 때문에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제 담임 선생님께서 남자 아이들은 중2까지는 아이 준비물이나 알림장, 공책 등을 매일 점검해 주라고 하시던데, 저는 중학교 때 뿐 아니라 초등학교 때도 그런 것을 엄마가 챙겨준 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의대를 다시 다니고, 중학생 때 인턴 레지던트를 하셔서, 특히 중학생 때는 엄마가 집에 올 시간이 없으셔서 노트에 일기 식으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했었거든요.)
게다가 한창 사춘기인 중학생이 부모가 자기 가방이나 노트를 보는 것을 달가와 할까요? ㅡㅡ;;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습니다.
집안 살림 문제나 아이들 키우는 문제, 여러 가지 일에 있어서 너무 추상적인 가치를 앞세우고, 그래서 기본이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시시콜콜하게 챙기는 것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못하는게 아니라 귀찮아서 안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자기들이 깨치겠지..' 하고 방목하는 제 방법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구요....

가을산 2004-10-0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아들과 노트 편지를 쓸까? --a

깍두기 2004-10-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만 빼고는 별일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방목하는 건 절대 잘못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걸 못해서 애들과 맨날 전쟁인데 좋아지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3번도 그렇게 큰일도 아닙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남의 일에는 이렇게 객관적이면서 막상 내 애들한테는 내가 왜 이러는지 어떤 때는 머리칼을 쥐어뜯고 싶다니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