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모님과 의절하고 지낸 지 6년이 되었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사실 다른 집에서는 웃어넘길 정도의 일입니다. 
제가 2002년 대선에서 부모님이 지지하시던 이회창 후보를 찍지 않고 노무현에게 표를 주었다는 것이 그 원인입니다.  
그 전까지는 아버지도 말씀하셨듯이 저는 '단 한번도 속 썩인 적 없는 딸'이었답니다.
그 일로 저의 정체성의 일단이 들통났고, 따라서 노대통령은 저와 부모님과의 갈등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이 있습니다.   

2. 노통이 이라크 파병을 하고, 미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하면서,  

저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지지를 했던 '비판적 지지자'에서 노골적인 비판자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FTA의 추진은 노통이 재경부 마피아에 설득당해 지지층을 배신한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3. 얼마 전 가족 모임에서...  

시누이가 그러더라구요. '어이, 노무현 찍었던 사람! 요즘 노무현 지지자들은 몇십억원 받았다고 수사하는 것을 과잉수사라고 억울해 한다면서? 정말이야?'  
문제가 된 금액이 전임 대통령들에 비할 수 없는 규모이고, 정치적인 의도가 강한 수사라는 점은 알고 있지만, 비리는 비리이니 수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굳이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정도로 전임 대통령의 '청렴성'을 심판한 이상, 후임 대통령들도 그에 준한 청렴성을 강제받게 될 것이라고... 이번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내용은 그 다음에 이어졌습니다.
노통의 비리를 비난한 바로 그 사람들이 전임 대통령들의 '자기 사람 관리'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전두환이 그래도 자기 사람들은 잘 챙기지..' 이러는 겁니다.   
전두환이 자기 사람들 챙기는 그 자금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축적되었는지, 어떻게 법의 심판을 피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의식도 느끼지 않습니다.   

4. 좀 더 버텨 주었더라면...

그래요. 전두환조차도 고개 꼿꼿이 세우고 뻔뻔하게 사는 세상인데... 
노무현 대통령, 너무 쉽게 등진 것은 아니었는지요?  
부패했다는 낙인이 싫었다 해도, 법적인 절차가 치욕스럽다 해도,  
당신에게서 조금이라도 희망을 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서 조금만 더 버텨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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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4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9-05-26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주말에 눈물 많이 흘렸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두 아들들로부터 TV 채널권을 넘겨받아 뉴스 속보를 보면서.

비로그인 2009-05-28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부끄럽네요.

sweetmagic 2009-05-28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너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