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해본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도 "아, 그거!" 하고 ‘머릿속 살림과 돌봄‘의 정체를 알아맞힌다. 아무리 쳐내도 끝나지 않는 ‘할 일 목록‘ 때문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인데 마땅한 이름조차 없는 일. 뇌를 꺼둘 수도 없는데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일을 나눠 하는데도 왜 나는 피곤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이름 없는 노동. - P8
"옛말에, 할머니가 죽으면 저승길 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더라."죽어서도 엄마는 자식들을 잊지 못한다는 뻔한 이야기겠지 싶어 심드렁하게 "왜?" 하고 대꾸했는데,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저승길까지 살림이 따라올까 봐 무서워서 그렇대." - P5
현실에 필요한 것은 단일한 정체성을 확인하고 주체를강화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과정 속에서 마주치는 서로 다른몸, 언어, 기억들 사이의 어긋남을 지우지 않고 그 자체로공존하는 감각을 잃지 않는 일이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소속하거나 도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계 위에 머무를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동질성을전제로 한 연대가 아니라 불안정한 주체들의 우발적인 연결이공통적인 것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 P294
리버럴국가에 과도한 친밀감을 드러내며 과장된 표정과 말투,몸짓, 신체접촉을 수행하는 방식은 남성중심 권력구조에서위협적이지 않은 여성성을 발휘하며 살아남는 동안 몸에밴 생존전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다카이치의 과잉된자기연출은 외교적 품위와 진정성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낳으며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P185
그러나 젠더, 외국인, 소수자 이슈와전면적으로 충돌하는 가치를 가진 정치인을 단지 여성이라는이유만으로 환영해야 한다는 압박은 또 다른 형태의 젠더본질주의에 가깝다. 2025년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내각에여성 각료는 본인을 제외하면 두 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그의총리 취임은 상징적 의미만큼이나 커다란 사회적 논란과분열을 낳았다. -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