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무게 - 가족에 의한 죽음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사탐(사회 탐사) 7
이시이 고타 지음, 김현욱 옮김, 조기현 해제 / 후마니타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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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는 문제처럼 답답한게 있을까. 너무 무리해서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그 선을 지키는 것, 그 어려운 일을 해야하는 게 가족돌봄, 가족간병이 아닐지......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요인 중 하나는......간병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헌신적이 되어버리는 데 있다. 애정과 책임감 때문에 무리를 한 나머지 마음의 병이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성실한 간병때문에 비극이 일어난다는 건 가슴아픈 일이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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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미술 작품들은 개념도 황당하고 솜씨도 미숙해서 우리 애도 저 정도는 그리겠네‘라는 문외한들의 전형적인 불평은 오히려 애들한테 모욕일 지경이다. 그러나 그런 불평은 초점을 벗어난다.
작품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팔리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페르소나 또는 ‘브랜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미술가 중에 데미언 허스트만 한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 P117

알고 보면 관심경제에서 심오한 미적 경험이란 재산과 연줄이 있는 사람에게나 ‘공짜‘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비싼 아이템이다.
예술 작품의 진정성은 상품화 현상에 의해 위협받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진정성이란 큰돈을 쓸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나획득할 수 있다. 원래 성스러운 제례나 고대의 공동체 전통에서 기원했던 아우라는 이제 모든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가 주시하는 훌륭한 판매 전략으로 탈바꿈했다. - P121

그러다 약탈 문화로 넘어가게 되는 중등한 사회관계의 기반으로 작동하게 될 때이다. 이를테면 사냥을 잘대한 계기는, 개인 간의 자연적인 불평등이 공포와 지배에 의한 불평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서열이 어느 순간 지배적 위계질서로 확립되면서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며 긍지를 느끼는 상황으로 변한다. 베블런은 약탈 문화로의 이행은 결국 문명으로의 이행이며, "자연환경에 대한 고투가 인간환경에 대한 고투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루소가 썼다고 해도 믿어질 만한 문장이다. 15사회가 경제적 잉여를 유지할 만큼 부유해지면 약탈 문화는 계급사회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경제적 잉여의 상당 부분을 취해 스스로 존속이 가능한 상류계급은 ‘유한계급‘이 된다. 즉, 유용하거나 생산적인 노동에서 면제(혹은 금지)된다. 하지만 이 명칭이 꼭 정확한 것은 아니다. 유한계급에 속한다고 해서 소파에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약탈 문화에서도 제작 본능은 여전히 작동한다고 베블런은 주장한다. 바로 그래서 유한계급은 외관상 유용해 보이되 철저히 상류계급의 영역에 속하는 활동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를 느낀다. - P140

헛소리는 그런 인정을 하지 않는다. 진실에도 거짓에도 무심하다. 헛소리는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가리는 게임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 헛소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미덕은 정확성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헛소리 치는 사람들은, "세상을 정확히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자기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려고 애쓴다"고 프랭크퍼트는 말한다.12 그런 의미에서 진실 대신 진심을 보여주는 데 가장 집중하는 두분야, 즉 정계와 광고업계가 헛소리가 제일 심한 분야라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달리 말하면 정치와 광고는 진정성으로 겉치장하는데 가장 신경 쓰는 두 분야라 할 수 있다.
드디어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 겉돌기만 하던 질문, 즉 진정성은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에 도달했다. 거짓에 대비되는 진실이 존재하듯, 위장된 진정성에 대비되는 진정한 진정성이 존재할까? 이 질문에조슈아 글렌은 보드리야르를 좇아 아니라고 답한다. 어떤 것을 진정하다고 표현할 때마다 우리는 벌써 위장된 진정성의 영역으로 들어선다는 것을 안다.  - P136

여기서 글렌이 제기하는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그는 진정성에대한 자의식의 자멸성을 지적한다. 진정성은 권위나 카리스마와 같아서, 남에게 자랑하는 순간 곧 사라진다. 둘째, 진정성은 시장경제와불편한 관계를 맺는다. 사람들은 진정성이란 즉흥적이고 자연스럽고순수하고 왜곡되지 않아야 하며, 돈벌이와 무관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시장은 계획적이고 진실하지 않고 계산적이고 광고된다. 따라서 진정성을 시장에서 팔면 앞서와 같이 다시 자의식과 자멸에 이르게 된다. - P137

지위 추구의 욕망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불을 켜면 허둥지둥 흩어져 몸을 숨기고, 조금 더 은근하고 조금 덜 노골적인 형태로 변신한다. 베블런의 고전적 양상에 따라, 알 만한 사람들은 쿨을 뒤로하고다음 레벨로 넘어간다. 이제부터 연마할 기교는 번듯한 직장에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집에 온갖 것을 다 갖춰놓고도 정신적으로 그런 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교묘히 전시하는 것이다. 그저 뭔가를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유한 욕구에 초점을 맞춘 삶, 특별한 취향과 감각을 반영하는 삶을 창조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중요해진 것이다. - P148

과시용 진정성은 진정함 찾기에 극도의 엄숙함을 부여하는 강수를 둔다. 그것은 내게 뜻있는 삶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 환경, 심지어 전 지구에 좋은 일이 된다. 개인에게 이익이고 도덕적으로도 가상한 일거양득 상황은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의 핵심적인 속임수다. 공사일치의 욕망은 왜 진정성 있는 생활방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하나같이 박애주의의 이미지로 장식되는지 설명해준다. 그러나 지위 지향적 행위는 결국 언제나 정체가 드러난다. 유기농작물의 흥망성쇠는이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 P149

베번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그런 것은 상관없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진정성 추구 행위의 정점에 가있는 노 임팩트 맨』은 그런 진정성 추구에 내재된 역학관계가 완전한 부조리임을 드러낸다.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주인공 벤 스틸러가 길에서 태워준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그 사람은 주인공에게, 당시 인기 있던 ‘8분 복근운동‘과 경쟁하려고 자기가 지금 ‘7분 복근운동‘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벤스틸러는 그를 쳐다보며, 그럼 누가 ‘6분 복근운동‘을 개발하면 어쩔거냐고 묻는다. - P155

어떻게 이런 특색 하나하나가 진정성을 앞세운 우월감 경쟁에동원되는지 꿰뚫어보기란 어렵지 않다. 즉흥성, 소규모 공동체 생활,
로컬 소비에도 무한대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로컬 소비가 진정하려면 얼마나 더 근거리여야 하나? 얼마나 더 위험해야 진정으로 위험한 건가? 저영향 친환경 생활은 어디까지 밀어붙여야 하는가? 진정성 있는 인간이 되거나 진정성 있게 사는 것은 결국 비순응주의나마찬가지로 남의 시샘을 자극하는 데서 가치를 이끌어내는 지위재(positional good)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없어야 비로소 당신이진정성 있는 인간이 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진정성에 대한 욕망은 쿨에 대한 욕망의 한 변주이면서 그보다 한층 더 깊고 종합적이다. 쿨이 대중사회를 거부하는 불순응이라면, 진정성은 근대성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인프라에 총체적으로 대항하는 전방위적 반발이다. - P156

진정성 욕구의 본질이 베블런이 말하는 사회적 기만임을 이해해야 비로소 진정성을 놓고 진짜냐가짜냐를 따지는 동기가 이해된다. 그런 차이란 기껏해야 아직 무용성이 드러나지 않은 과시냐 아니면 지위 경쟁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확실한 과시나의 차이일 뿐이다. 말하자면 조슈아 글렌이 지적한 진정성과 위장된 진정성의 갈등은 전통 부자와 신흥 부자, 정통 귀족과 신흥 지배층, 쿨한 사람과 쿨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해온 오랜 적대의식의 재탕일 뿐이다. - P157

우리가 정말 우려해야 할 부류는 따로 있다. 특별 초대를 받지 않으면 아예 갈수도 없는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이탈리안 셰프가 짜주는 코스 메뉴로 저녁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또는 개발 제한 구역인 온타리오 주북부 호수 지역이나 밴쿠버 인근 걸프 아일랜드에 외딴 오두막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모든 사람의 기대치를 한참 높여놓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권은 그냥 단순한 특권이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희귀한 열매를 보란 듯 따냈다는 데 있다. 지극히 소수만이 이런종류의 은근한 진정성을 취할 수 있으므로 노골적인 가짜 진정성 시장은 따로 존재한다. ‘옆집 사면 나도 사‘는 현상은 경쟁을 부추기는
‘옆집‘ 탓이듯, 진정성 추구의 인플레 현상은 기준치를 끌어올리는 자들의 잘못이지 그것을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탓은 아니다. - P158

그러면 사람들은 왜 걸릴 염려가 없을 때에도 법과 도덕을 지킬까. 이마누엘 칸트는 의무를 이행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행위와 의무에 부합하는 행위를 구분했다. 전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들키면 곤란하니까 하는 행위다. 칸트는 전자만을 도덕적인 행동으로 여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행위의 준칙(철학자들은 이를 의무적 제약조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을 준수하는 방식이 일종의 자유일 수 있다는 칸트의 견해다. 여기서 그가말하는 자유는 바람을 피우거나 고용주를 속일 자유가 아니라, 도덕률을 준수하려는 자율적인 의지를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사생활 보호는 자율, 판단력, 개인 책임을 믿는 사람들, 감시당해서가 아니라의무의식과 도덕판단에 따라 법규를 준수하고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이루는 문화 속에서 가치를 발휘한다. - P194

확실한 것은, 아무도 처음부터 ‘허위 정치‘를 하려고 작정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정치판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 정치가들은 하나같이 ‘나는 조금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말은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을 떨거나, 모호한 소리를 하거나, 눈가림을 하거나, 변덕을부리거나, 당신을 오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함축한다. 정직하고 솔직하고 용기 있게,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이렇게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공약은 한 달 정도 지속되다 언론이 솔직한 언사를 ‘결례‘라며 비난할 때쯤 잠잠해진다. (진실을 입 밖에 내는 것이 정치에선 결례라는 얘기가 있다.) 이때쯤 되면그 정치인은 연막전술을 익혀 생존하는 법을 배우거나, 아니면 대중에게 실수투성이 어릿광대나 위험한 극렬분자로 찍혀 벼랑으로 추락하는 신세가 된다. - P221

유감스럽게도 이런 경향은 정치를 악순환으로 몰아넣는다. 진정성과 후보의 품성에 대한 집착은 비방광고가 파고들 틈을 열어준다.
그래서 후보는 자신의 과거와 본성을 숨기고 스핀닥터와 이미지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그걸 가지고 욕한다. 결국 조클라인이 말한 얘기와 정반대다. 정치에서 진정성의 씨를 말린 것은스핀닥터들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성에 대한 우리의 욕구가 정치인들로 하여금 허위로 진정성을 꾸며내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유일한대안은 뻣뻣하고 정직하고 너무나 따분한, 즉 함께 맥주 마시고 싶지않은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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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어떤 오지나 먼 과거에서 근대성이 제거된 안식처를 찾는대신,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가장 기본적이고 즉흥적이고강렬한 느낌과 감정을 돌봄으로써 진정한 자기를 찾으라고 제안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진정성 있는 인간은 자기 내면의 깊은 감정과 접촉하는 사람, 감정적 삶을 터놓고 드러내는 사람이다. 정말 진정한 자신을 판별해내는 일은 자기 감정에 귀 기울임으로써 가능해진다. 나는누구인가? 루소는 그 해답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내 마음을 느낀다." 또는 철학자 샤를 귀뇽의 표현을 빌리면, "나 자신은 이렇다고 느끼는 그 느낌이 진정한 나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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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결론은 꽤 단순하다. 진정성을 논할 때 그 의미를제대로 파악하려면 문제의 용어가 사용되는 맥락을 이해해야 하며그것과 대조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진정한 것! 물론 좋다.
그러나 무엇과 대조해서 진정하다는 것인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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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자체를 그럴듯하게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 P18

너무 엄격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그걸 이제야 깨닫네요.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더 즐기고, 좀 나중에 해도 되는 것과 아닌것을 구분하며 살려고 노력할 거예요.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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