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산뜻하게 읽힌 책이다. 읽는 나는,
방황했던 중학생 남자 아이의 연애 담으로 기억될 만큼 금방 읽혔다.
아마도 작가는 청소년의 방황과 꿈을 담는 이야기를 펼치면서
가볍게 읽히기를 바라며, 그것을 의도하며 썼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야기가 무겁게 흘렀다면, 어땠을까...?
늘 마음으로 생각해 오던 얘기를, 나도 한번쯤은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재미와 함께 이렇게 가볍게 읽힐 수 있게 쓴
글쓴이가 슬금슬금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나의 책읽기는 우선 이런 식으로 흐른다. 내 취향에 맞춰 생각하며 읽는다.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 읽으면서 한편으론 글을 쓴 사람의 입장도 느껴보려 한다.
이런 책읽기가 크게 도움은 안 될 터이지만, 재미는 있다.
반항적인 사춘기 소년 얘기를 하고 싶다.
중학생 남자 아이 김준희. 할머니와 아버지와 셋이서 사는 아이.
엄마가 없는 걸 무기로 가장 좋아하는 어른인 논술 선생님에게 관심 받고
관심을 쏟는 아이다. 논술 선생님은 그런 준희를 받아 준다. 어른이 아닌 친구처럼.
때로는 진짜 어른처럼. 그러나 분명 준희와 선생님 사이엔 넘지 못할 것이 있다.
어찌 없겠는가. 선생님은 자신에게 기대려는 준희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내가 좋은가 보다. 고마운 일이야. 하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면 나는
네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날 거야. 이희진이라는 인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기억나지 않겠지. 왜냐하면, 그게 내 인생이 아니라 네 인생이기 때문이야. 너무나
소중한 네 인생. 중요한 건 내가 너를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네가 나를 좋아하느냐,
그거야. 네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네 마음이야."
그렇다. 준희는 일찍 돌아가신 엄마에게 버려졌고,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아빠에게
버려졌고, 집안일에 지친 할머니에게 빗겨났다. 그러면서 과외 선생님을 마음에
품었다. 그러나 정말 마음에 담아야 할 것은 준희를 실망시키고 화나게 하는 가족이
아니다. 과외 선생님도 아니다.
준희는 누구보다 자기와 얘기를 나눠야 했다.
그래서 자기가 무얼 잘 하는 아이였는지,
무엇 하고 싶은지 아이였는지,
자기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소중한 인생, 온통 자신만 생각해도 어지럽고 멀기만 한 청소년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모습이 더 중요한 나이. 그러면서 슬슬 그 세계를 깨는 나이.
나를 찾느라 더 힘든 시기. 준희는 딱 그런 자리에 서 있다.
준희는 자신이 외톨이고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사람,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준희 곁에는 정아가 있다.
정아는 만화 그리기에 소질이 있는 걸 발견해 주고,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논술 선생님은 진짜 준희로 살아보라고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빠도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에게 어둡고 힘든 시절은 있다. 그런 걸 방황이라고 해야겠지.
준희는 자신도 언젠가는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에 씨앗 하나를 심었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씨앗은,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관심과 따스한 마음으로 잘 자랄 테지.
준희 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도,
그런 관심과 따스한 마음이 때때로 절실해지고, 지겹도록 느끼고 싶다.
어쨌든 제목만큼이나 산뜻하고 ‘나의 준희’로 기억될 즐거운 책이었다.
감성이 느껴지는 차례도 좋았다.
때론 빨리 읽히는 문장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