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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門
김혜정 지음 / 화남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이 책을 펼친 그 날엔, 문제아로 찍힌 청소년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가정환경, 그 부모의 모습,
그런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씁쓸하게 돌아오던 길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 때문에 방황했고,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들 때문에,
그것들이 대부분의 문제아 청소년을 만든 주범이라 했다.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자아가 강해서 생기는 불협화음은
그 다음이라고 했다.
버스 안에서 틈틈이 읽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벤치에 앉아
날이 어두워져 보이지 않도록 읽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마지막 장을 덮었다. 다 읽고서 아무 말 없이 가만있었다. 한참을.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다. 나도 일기장을 펼치고 내 지난 아픔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술술 책장이 넘어갔다. 독자를 몰입케 하는 힘이 있다.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의 아픔이 떠올라서 달이와 함께 아파했다.
읽으며 달이가 아직도 겪어야할 방황과 아픔이 걱정이 안타까웠다.
누구나 어느 곳으로 다시 돌아가 살고 싶지 않는 시간들이 있다.
그 안타까운 시간을 이겨내는 달이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달이를 통해 요즘 청소년의 생각과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달이로 인해 그 아이들의 생활을 이해하게 된 기회였다.
잔잔한 문체와 이야기 속에,
주인공 달이가 토해내는 자기 이야기는 담담하게 진솔하게 다가왔다.
진행형으로 이어져서 더 공감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달이에게 희망을 갖게 되어 좋았다. 씁쓸한 초콜릿 맛처럼.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어느 한 시기만을 다루지 않고
1부 ‘출생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 2부 ‘초등학교 5학년’ /
3부 ‘중학교 2학년’ / 4부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까지’ 로
펼쳐지는 데 지루한 감 없이, 달이가 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아우르고 있어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혹여 단계별로 사건만 나열해 놓을 수 있는 약점을 이겨내고,
달이가 성장할 수 있게 된 사건들과 작가의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읽는 독자도 함께 이야기속 달이 옆에 앉게 했다.
《1부》에서 전생이 토끼였던 이야기가 조금 생뚱맞고,
초등학교 1학년까지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잘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2부》가 시작되면서 《3부》, 《4부》엔 어떤 이야기로 펼쳐질지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책을 다 덮고서야 1부의 전생 이야기가
책 전체의 짜임과 주제를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게 배치된 게 아닐까 싶었다.
그저 한 여고생의 아픔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게 하지 않고,
그 아이를 통해 내 아픔을 껴안고 어루만져 주고픈 그 깊은 여운이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아이를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 청소년과 함께 읽고픈 책이다. 가을 문턱에서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