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봉숭아
박재철 글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 방학 때, 1학년 아이와 함께 읽은 책입니다.

봉숭아 물들이기 하기 위해 시골 시댁에 내려 갈 때마다 봉숭아를 잔뜩 따 왔는데요.
냉장고에 잘 보관했는데 상한 게 많이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봉숭아가 여리고 약한가 봅니다.

어찌되었든 미안한 마음으로 따온 봉숭아 꽃과 이파리로 꼬맹이들과 잼나게 
물들였어요. 손가락에(딱 두 손가락만) 곱게 들여진 봉숭아 물이 참 예뻤어요.


그런데 이 책 읽으면서 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더라구요. 문장을 읽다보면,

깜깜한 밤이었어요. 별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내려바도보 있었어요.
큰길에서 조그만 싹이 돋았어요. 봉숭아 씨앗이 눈을 뜬 거예요.
봉숭아는 기쁨에 겨워 중얼거렸어요.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얼른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야지."
그런데 바로 옆에서 활짝 핀 꽃들이 퉁명스레 말했어요.
"쯧쯧, 그런 더러운 데서 어떻게 꽃을 피운다는 거야?"
봉숭아는 기분이 나빴지만 못 들은 체했어요.

바로 이 대목에서 왠지 '강아지똥' 냄새가 나서요. 
그  옆에 있다는 꽃은 바로 수선화와 민들레꽃이었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아이들과 책
읽음서 그랬지요. 만약 강아지똥에 나오는 민들레꽃이었다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겠다,
라고요. 상황은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수선화와 민들레꽃의 말도 제 마음에 안 들었죠.

두 번째 걸리는 곳은,

물을 열심히 줘서 쑥쑥 자란 봉숭아를 큰 화분에 분갈이 하고서 갑자기 주인공 단이가
엄마 아빠를 따라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어요. 며칠동안요. 집에 뭔 일이 생겼다고 하네요.
봉숭아는 점점 시들었겠지요. 그 때,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들었어요.

"얘, 단이가 오는 게 보이니?"
"뭐? 꽃을 피워 봐. 그러면 친구가 많이 생길걸."
무당벌레는 붕붕거리며 날아갔어요.

이 대목이 좀 생뚱맞아 보였어요. 단이가 보이냐고 물었는데 웬 꽃을 피워보라고 할까?
물론 그 깊은 뜻은 알지만.. 서로 동문서답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책에서 왜 주인공
단이가 며칠동안 집을 비웠는지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다치고.

사실 그림도 사실성이 떨어져 보였어요. 봉숭아를 자세히 보면 온전히 열매만 다 맺여있는
녀석은 보기 힘들던데요. 이파리도 많이 남아 있고, 꽃도 한 두 개는 달려 있던데.온전히
열매만 주렁주렁 달려있는 그림은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을 했답니다. 마지막 장에 남은
꽃이파리 하나 남지 않은 앙상한 봉숭아 그림도 마음에 걸렸고요. 주인공 단이 얼굴 모습은
흑색으로 그려진 게 독특하면서 촌스러워 보였어요. 좀 낯선 여자아이의 모습. 낯설지
않게 그려주는 게 오히려 현실감이 있어 보였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예쁜 봉숭아 물도 들여 봤네요. 
그 하나 만으로 만족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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