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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감자 밭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91
애니타 로벨 글.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3년 2월
평점 :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에서는 큰 전쟁이 일어났어요.
두 나라 사람들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두 나라 사이
작은 계곡에서 감자 밭을 일구며 두 아들과 살아가는 어머니가 있었답니다.
어머니는 두 아들과 감자 밭이 전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집 주변에 높다란
담장을 세웠지요. 두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감자 밭을 돌보는 일을 좋아했고,
어머니를 사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담장 너머로 군대가 지나는 것을
보고 따라가고 말았어요. 큰아들은 동쪽 나라 군대의 빨간 군복과 아름다운
칼에 넋을 잃었죠. 작은아들은 서쪽 나라 군대의 파란 군복과 빛나는 훈장에
넋을 잃은 거예요.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질 듯이 슬펐어요.
두 아들은 군인이 되어 새 군복과 칼과 훈장을 받았고, 장군과 사령관이 되었어요.
수 없는 싸움에 지친 두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일들이 그리웠어요.
푹신한 침대에서 잠들 던 일, 맛있는 감자를 먹던 일, 아름다운 집과 따뜻한 난롯가가
그리웠어요.
싸움은 더욱 심해졌고, 먹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두 아들은 어머니의 감자 밭으로 향했어요.
"어머니, 우리는 배가 고파요. 싸워서 이기려면 먹을 것이 필요해요."
"어머니, 제 부하들에게 먹을 것 좀 주세요. 감자를 주시면 힘내서 승리할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두 나라 군사들은 서로 감자를 차지
하기 위해 또 싸웠어요. 어머니의 집은 모두 무너졌고 감자 밭은 짓밟혔어요.
어머니는 무너진 집 더미 아래 누워 있었어요. 두 아들은 어머니가 죽은 줄 알고
"어머니, 어머니, 저희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울부짓었죠.
싸움이 끝나고 병사들은 조용히 서 있었어요. 병사들도 장군과 사령관을 보며
고향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병사들이 울도록 가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어머니가 일어나더니 말했어요.
"창고에는 먹을 감자가 아주 많아요. 먼저 약속을 하나 하세요.
더이상 싸우지 않고 이 쓰레들을 모두 치운 후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겠
다고 말이에요."
두 아들은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게 너무 기뻤어요. 두 나라의 병사들은
"만세! 감자 만세! 어머니 만세!"를 외쳤어요. 어머니에게 배운 노래를 함께 불렀어요.
그 노래가 방방곡곡에 퍼졌고 어머니들이 찾아와 아들을 만났어요.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지요. 이제 전쟁은 끝났어요. 두 아들은 칼과 훈장을 땅에 묻고
다시 어머니를 도와 밭을 일구고 집도 다시 지었어요. 더이상 높다란 담장을 세울
필요는 없었어요.
........
겉으로 나타낸 것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다툼과 전쟁을 통한 아픔을 보여주면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아빠 없이도 아들을
잘 키워낸 엄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엄마 혼자서도 씩씩하고 지혜롭게 아들을 키우며
잘 살 수 있다는 숨은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 속의 어머니는 참 씩씩하다!
그 어머니는 세상 곳곳에서 어디에든 존재하고 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