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의 스케치북 산하어린이 103
김혜리 지음 / 산하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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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가 살던 곳은 시설이 좋은 고아원이에요.  진희는 아무도 못 말리는 싸움대장이었어요. 그래서 늘 외톨이죠. 툭하면 물어뜯고 싸움질하는 앨 누가 좋아하겠어요. 진희의 싸움은 빼앗기고 지는 걸 무척 싫어해서 일어나요. 하지만 싸우는 진짜 이유는 진희가 외롭기 때문이에요.

외로워서 싸운다는 게 바보 같지만 진희는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랑을 나눌 줄도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미운 일곱 살에 맨 날 싸움 박질을 하느라고 얼굴 성한 날이 없어요. 부모에게 버려진 진희의 마음에 상처가 너무 커서 남을 이해하고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을, 담아두기는 아주 어렵잖아요. 안 그래요?

하지만 진희에게도 남에게 잘 들키지 않고 외로움을 달래는 곳이 있어요. 바로 고아원 뒤에 있는 꿈동산이에요. 진희는 혼자서 꿈동산엘 올라요. 진희를 예뻐하는 꼬부랑 아저씨가 나무로 만든 새집을 걸어 놓았거든요. 거기서 비죽새를 기다려요. '쓰삐 쯔쯔삐이 쓰삐 쯔쯔삐이.' 비죽새가 정말 왔어요. 진희는 비죽새가 엄마처럼 느껴졌어요. 그저 느낌으로요. 하지만 비죽새는 진희 곁을 떠났어요. 진희는 울었어요.

또 진희에게는 자기의 마음을 담아주는 스케치북이 있어요. 진희는 스케치북에 자기가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것들을 그려요. 그 때부터 진희는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요. 고아원 후원자인 안경 낀 아줌마를 만나고, 아줌마에게 관심을 받게 되면서 부터요. 그 스케치북을 갖게 된 건,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아줌마때문이에요.

진희는 안경 낀 아줌마네로 입양됐어요. 해외로 입양되지 않고 국내 가정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 거예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요. 양부모에게 버려진 적도 있고요. 그 집에서 가장 먼저 밥 먹는 예절도 배우고, 집안 일을 거두는 고모랑 고모의 딸 동희랑 티격태격 싸우고 어쩔 때는 당하기도 해요. 하지만 진희는 참아야 해요. 배워야 해요. 함께 사는 게 어떤 것이란 걸 알아야 해요. 사람들에게 '고아원에서 온 아이'라는 말을 들어가며 참아야 했어요.

하지만 진희의 편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수홍이 오빠도 있잖아요. 진희는 참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됐어요. 왜 싸웠는지, 갖고 싶은 게 뭔지, 먹고 싶은 게 뭔지. 말했어요.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이제 한 가족이 된 듯 했어요. 사람들도 이제 진희에 대해 다 알아서 이제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어요. 고모랑도 친해졌어요. 진희가 아플 때 뚱보로만 보였던 뚱이 고모가 간호해 준 거예요. 그래서 진희는 알았어요.

진희는 엄마가 하는 일, 엄마가 돕는 할머니와 손녀의 일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엄마의 슬픔, 할머니의 슬픔, 해외로 입양된 할머니의 손녀의 슬픔도, 아직은 몰라요. 그렇지만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란 말이다."는 말에 눈물을 뚝뚝 떨궈요. 진희는 엄마의 진짜 딸이 됐어요. 고모도 "진희야!"하고 불러요. 동희랑도 서로 번갈아 가며 아프고 나니 친해졌어요.

동희랑 뭐가 되고 싶은 지도 얘기해요. 동희는 "난 교수가 될 거야!" 했어요. 진희도 "내 꿈은 고아원 원장이야."라고요. 이제 진희는 스케치북에 박사모를 쓴 동희를 그렸어요. 마지막 장엔 아름다운 성이 그려진 그림을 그렸어요. 이제 진희는 더 이상 스케치북이 필요 없게 됐어요. 마음으로 꿈을 담고 가족과 함께 얘기하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오랫동안 친엄마의 그림자로 여겼던 비죽새를 떠나보냈어요. 진희는 이제 외롭지 않아요. 외로워도 견딜 수 있어요. 외롭다고 싸우지도 않아요. 진희의 가슴에서 사랑이라는 싹이 돋았어요. 싸움대장 진희가 잘 지내게 돼서 기뻐요. 진짜 가족을 만났으니까. 하지만 일곱 살 짜리 꼬마가 겪은 아픔은 너무 커서일까요. 그 아픔을 통해 어른처럼 마음을 쓰고 어른처럼 생각한 게 싫었어요. 글을 쓴 선생님이 진희를 아이답게 마음쓰고 생각하지 못하게 해서 화나요.

고아원에서 지내던 진희의 모습을 닮은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정말 없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더욱 안타깝지만 진희를 닮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원망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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