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길리마는 어디?

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ㅣ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눈 깜짝할 사이에 읽을 수 있는 책.
아주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기에 허풍선이처럼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사자왕이란 두 형제가 모험을 떠나는 얘기,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죽은 다음
세상인 신기한 나라, 낭기열라에서 벌어지는 모험담.
이미 '말괄량이 삐삐'로 친근한 작가의 책이고,
판타지 동화의 고전으로 알려진 이 책을 참 늦게 읽었구나 싶다. 
 
잘 생기고 지혜롭고 용감한 형 요나탄 레욘과 달리 별로 잘생기지도 않고
병으로 얼굴빛은 창백하고 다리를 저는 동생 카알 레욘.
카알에게 요나탄은 우상이다. 먼저 죽을 줄만 알았던 카알은 자기를 구하기 위해
불이 난 이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은 형 요나탄을 몹시도 그리워한다.

그러나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동생 카알에게 늘 낭기열라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자기와 함께 떠나지 못하더라도 죽고 나면 만날 수 있을 거란 걸 알고 있는 형 요나탄.

카알도 죽음을 맞은 후 낭기열라에 도착한다. 자신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듬직한
형과 함께 낭기열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사자왕 형제로.
절던 다리도 약해빠진 몸과 마음도 낭기열라에서 차츰 극복하게 된다.

낭기열라의 벚나무 골짜기 사람들은 평화롭고 착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들장미
골짜기에는 텡일의 지배를 받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벚나무 골짜기의
수호자인 소피아 아줌마를 도와 못된 텡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첩보원 역할을 맡아 악마 같은 텡일과 텡일의 강력한 무기였던 캬틀라(용)을 무찌르게 된
과정은 아슬아슬 재밌다. 캬틀라 동굴에서 오르바르를 구한 이야기도. 그러나 나뭇가지
하나, 말 한 마리, 무시무시한 폭포, 그 폭포에 얽힌 전설 등...., 등장한 하나 하나의
것들은 모두 두 형제가 들장미 골짜기에서 텡일 무리를 무찌르기까지의 성공적인 도구로
쓰인다는 게 다 읽고 나니 조금은 싱겁긴 해도 말이다. 문제가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캬틀라의 불길을 받은 요나탄은 다시 죽음을 맞이한다. 어쩌나 싶었는데 낭기열라의 다음
세상인 '낭길리마'에서 만남을 약속하고 낭떨어지로 뛰어든다. 처음 낭기열라로 오기 위해
불이 난 이층에서 뛰어내렸듯이 말이다. 카알도 형을 따라 용기를 내어 낭길리마를 향해
낭떨어지로 뛰어든다. 이제 두 형제는 누가 뭐래도 정말 용감한 사자왕이 됐다. 두 형제는
죄악이나 괴로움이 없는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낭길리마 '사과 골짜기'에 도착했다.

죽어서 낭기열라, 그곳보다 더 천국 같은 낭길리마 같은 곳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다면
누가 죽는 걸 두려워할까 싶다. 그것도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사자왕의 모험은 이제 끝일수도, 새롭게 시작될 수도 있다. 낭길리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