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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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참 좋아서 무턱대고 사 놓았던 책입니다. 달이가 꿈속에서 아저씨와 뛰놀던 널따란 풀밭 풍경이 어찌나 어여쁘던지요. 낙엽송 통나무로 손수 지은 납작한 집. 이곳에 다리 세 개인 달이와 신부님이었던 아저씨 둘이 삽니다. 달이는 아저씨를 아빠라고 합니다. 남들은 모르지만 아저씨와 달이는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개하고 대화를 한다니, 좀 멋적기도 하지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마음을 열면 얘기나눌 수 있는 것들은 많으니까요. 아저씨는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편안히 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슬픔이 고여있는 모습으로요.

아저씨는 쬐꼬만 강아지 달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달이가 마치 스님 같기도 하고, 도사님 같기도 하고, 예수님 같기도 하답니다. 달이 뿐만 아니라, 모든 짐승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벌이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아서. 총칼도 안 만들고, 핵폭탄도 안 만들고, 거짓말도 안 하고, 화도 안 내고, 몰래 카메라가 없어도 도둑질도 안 하고, 술 주정뱅이도 없고, 가짜 참기름도 안 만들고, 덫을 놓아 약한 짐승도 안 잡고, 쓰레기도 안 버리니까." 라면서요.

잠깐, 아저씨와 달이가 나누는 얘기를 엿들어 볼까요.

"아빠, 어릴 때 뭘 했어?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아빠가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전쟁이 있었지."
"......"
"폭격으로 집이 불 타고, 총으로 서로 죽이고, 식구들이 헤어지고......"
"......"
 
권정생 선생님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릴 때 겪은 전쟁의 상처와 아픔 때문에 쓰게 되는 거라는 생각을 됩니다. <몽실언니>,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는 마을>, 이것 모두가 6.25전쟁이야기고.  그리고 <하느님의 눈물>도 같은 맥락에서 쓰여진 글이라 생각되네요. 선생님은 자신이 겪은 전쟁의 참담함과 아픔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전쟁이야기가 나오고 있겠지요. 이 작품도 그런 뜻을 직접 얘기해 주고 있지요. 

누구나 평화와 자유를 꿈꾸며 살아요. 하지만 꿈처럼 이뤄지는 일이 별로 없지요. 현실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안히기만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 서로 빼앗고 죽이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선생님의 작품은 그런 뜻을 품고 있기에 작품이 진지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러한 주제가 아이들에게 부담스럽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솔직하자면, 어른이 된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읽어낼 수가 없기에 불편한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더 알려줘야 할 부분들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얘기해 줘야할지 먹먹해질 때가 있습니다.

<몽실언니>에서의 양공주 이야기라든가 , <밥데기 죽데기>에서의 종군위안부라든가, <하느님의 눈물>에서 토끼가 자기보다다 약한 풀을 뜯어먹지 못하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해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전해야 할까? 미리 겁부터 먹게 되더라구요.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프고, 화나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거란 생각에요.

세상 사는 일이 그렇잖아요. 내가 겪어봐야 그 마음을 진실로 이해할 수 있듯이, 혹여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지금의 우리 세대, 그리고 아이들의 세대가 자꾸만 전쟁을 그저 책속의 이야기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음을, 그런 안타까움이 있음을. 그리고 선생님의 작품은 다 전쟁이야기라서 맘 아프고, 가난과 싸워야 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착하게 살아야 하고. 가끔은 그런 내용들이 아이들의 손을 떠나지는 않을까? 때로는 어렵다는 이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읽어야 하고, 선생님은 써내야만 하겠지요. 꿈을 이루기 위해선 꿈을 꿔야하듯이, 노력을 해야 하듯이, 평화와 자유가 있는 세상을 꿈꾼다면 전쟁과 다툼이 없는 세상을 그려야겠지요.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그림이 좋아 퍼득 골랐지만, 책을 덮으며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온전하지 못한 다리 세 개인 달이가 꿈꾸는 세상, 그런 세상을 함께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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