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글, 베로니크 보아리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제가 서로 잘 맞는 이야기 두 편을 소개해 봅니다.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책 내용은 알고 계시지요.
목요일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학교 가기 싫어하는 에르반.
이유는 다름아닌 목요일 아침마다 칠판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을 너무나 두려워 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았음직한 그런 두려움.


 




<선생님, 이야기하고 싶어요>에도 다른 사람 앞에서 말 꺼내기 겁내는 여자 아이가 나와요.
이츠코. 이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는데 한번도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이츠코가 말을
하려고 하면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목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도무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면 이츠코는 슬퍼져서 찔끔 눈물이 나고, 아이들과 선생님은 그런
이츠코를 바라만 보죠.

<칠판 앞에...>에도 이츠코와 비슷한 비숑 선생님이 나오죠. 서로 비슷해요. 그런데 정말
비슷한 내용은 이제부터예요. 에르반은 부끄러움을 타고 겁을 내는 비숑 선생님을 위해
그렇게도 칠판 앞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던 걸 싹~ 잊고, 선생님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칠판
앞에 나가서 당당하게 발표를 하잖아요. 그 이유는 자기 혼자만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완전히 자신을 달라지게 만든 진정한 용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이츠코도 그 용기를 뽐낼 때가 왔어요. 이츠코는 자기 이름과 비슷한 '이쿠코'
선생님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한 첫 말을 꺼내게 돼요. 첫 만남부터 참 이상해요.
이츠코와 이쿠코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화장실에서 시작됩니다. 이츠코가 엉덩이를 까고
(책속 그림이 정말 그렇게 그려져 있어요.) 오줌을 시원하게 누고 나오다가 그만 이쿠코
선생님과 부딪쳐서 이츠코가 넘어졌어요. 큰일날 뻔 했죠. 하지만 다행히 바닥에 나무깔개가
있어서 다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쿠코 선생님은 안절부절이에요. 울먹이며 이츠코를
일으켜 세우고는 치마를 탁탁 털어주는 거예요.이츠코는 참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어
요. 운동장에 넘어진 것도 아닌데 치마를 터는 게 우습게 생각된 거예요. 이쿠코 선생님은
정말 어른스럽지 않게 쩔쩔매고 있었어요.

이쿠코 선생님은 또 고지가 급식을 먹지 않자 먹여 주려고 해요. 그러나 언젠 급식을 먹지
않는 고지는 그 밥을 받아 먹을리가 없겠지요. 고지 입으로 숟가락이 가고, "선생님하고
같이 먹자."고 상냥하게 말하기를 열 번이 넘었어요. 이쿠코 선생님 눈에 핑, 눈물이
고이고, 어깨가 길바닥에 떨어져 부르르 떨고 있는 두부봉지 같이 떨고 있어요. 선생님이
큰 소리고 울 것 같아 이츠코 가슴이 덩달아 두근거렸어요.

이츠코는 몸 안에 북이 50개쯤 들어 있는 듯, 점점 북소리가 커져서 곧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았어요. 이츠코는 힘껏 용기를 내서 선생님 손을 잡아 끌었어요. 선생님을 창가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하는 말,
"선.생.님, 하.늘.의.구.름.이.갈.라.지.려.고.해.요."
두꺼운 구름이 갈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였어요. 따뜻한 해님이 이쿠코 선생님을 비춰 주었
어요. 두 사람은 수줍게 웃었어요. 이쿠코 선생님은 이츠코 손을 잡고 고지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갔어요. 이번에는 고지에게 생긋 웃으며 용기를 냈었어요. "자, 고지야."

이렇게 에르반과 이츠코는 자신들처럼 부끄워하고 울먹이는 선생님을 위해 굉장한 용기를
냈어요. 아이들이 두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으리란
씨앗을 하나, 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에게도 필요한 씨앗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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