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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에토 모리 지음, 이송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컬러풀/ 에토 모리 글/ 이송희 옮김/ 문학수첩리틀북(2004)
- 컬러풀한 세상 속의 너와 나
중학교 3학년 남자 아이, 키가 작아서 키높이 신발을 사 놓았지만 소심하여 침대 밑에 보관중, 1학년
때 집단 괴롭힘과 폭행당한 경험 있음, 학업성적 좋지 않음, 불행한 주인공의 내력이다. 괴롭힘을
당할 때 결코 울지 않음, 무표정과 조용한 눈길로 참아냄,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식물처럼,
가장 잘하고 마음을 쏟는 것은 미술, 캔버스라는 창을 통해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감, 마코토를 곁에서
지켜보던 동갑내기 쇼코가 바라본 모습이다.
이랬던 고바야시 마코토는 자살을 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마코토가 환생했다. 가족들은 뛸 듯이
기뻤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환생한 마코토(투)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죽은 죄 많은 영혼인데,
추첨을 통해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생활하게 된 마코토(투)는 전생에서 실패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다시 수행을 쌓고 오는 책임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의 몸을 빌려
지내는데(홈스테이) 프라프라의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수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적당한 시점에서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되고, 그 순간 수행은 끝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윤회
사이클로 복귀되는 것이다.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당첨이었다.
마코토(투)는 마코토가 왜 자살을 해야 했는지부터 알아간다. 짝사랑하는 히로카의 원조교제를
목격했던 날, 더 불행히도 엄마의 불륜을 목격했고, 평소 형 미쯔루는 마코토에게 작은 키에 대해
마음껏 놀렸고, 아버지의 인간적이지 못한 모습을 싫어했다. 그 복잡한 감정이 섞여서 마코토는
자살을 했다. 홈스테이가 점점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생활 속에서 마코토(투)도 가족에게
반항했고 괴로워했다. 그러나 분명 달라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구와바라 친구를 사귀었고, 짝사랑
히로카를 편안하게 바라봤고, 마코토(투)는 구와바라와 공립 고등학교에 입학을 위해 목표를 잡았으니
이제 슬슬 마코토(투)도 수행을 마칠 때가 왔다. 마코토 기억에 없는 사노 쇼코라는 여자 아이가
나타나 진짜 마코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몸이라고 여겼던 마코토의 몸이 진짜
자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온전한 마코토로 돌아온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룬 책이지만, 이야기 흐림이나 대화나 문장이 경쾌하여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만화 장면처럼 연극처럼 치고받는 대사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죽음에 대한 것까지 가볍게 웃어넘기지는 못했다. 책 제목 '컬러풀'이 담고 있는 의미 때문이다.
마코토(투)가 엄마의 불륜이 이루어진 과정과 아버지 직장생활, 아버지가 엄마에게 갖는 마음을 통해서
'이 세상에서는 누구나 다, 누군가를 약간씩은 오해하거나 오해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했을 때, 그게 세상 사는 진리이며 세상 살아가는 맛이라고 나도 생각했다.
마코토의 캔버스 앞에서 웅크리고 울고 있는 히로카에게 '누구나 다 그래. 여러 색깔의 그림물감을 갖고 있는 거야. 예쁜 색도 갖고 있고 지저분한 색도 갖고 있지.'라고 위로를 해 줄 때, 내 영혼도 위로
받았다. 그래, 지금이 절망에 싸인 검정빛만 생각하지 말고, 꿈틀거리는 연둣빛 희망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다른 색깔을 생각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가족, 친구, 동료, 책, 영화, 그 무엇으로든 내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해야 한 다는 사실이다.
내 인생을 장식할 수많은 빛깔을 다 발견하지 못하고 힘들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는 건 비겁하다.
마코토도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삶의 진리를 깨닫는 숭고한 시간이다. 더불어 나도 깨닫는다.
나는 지금 어떤 빛깔로 살아내고 있니? 가끔 나에게 대답을 들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수많은 색깔 가운데, 지금 유독 짙게 베어 나오는 색 하나만 갖고
나를 단정 짓지 말기! 내 삶을 단정 짓기 말기!
컬러풀한 어떤 사람을 한 가지 색으로 몇 가지 색으로 구속하지 않기! 그건 오만이니까.
컬러풀한 세상 사람에게 나만의 빛깔을 다양하게 보여줘야 할 책임, 바로 내가 살아야 할 이유!
남이 아닌 내면의 나에게 먼저 보여줘야 할 책임이 더 크다는 것!
죽음과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곱씹어 볼, 가볍고도 진지한 책읽기였다.
어쨌거나 '컬러풀'의 미덕은 이건 어차피 책일 뿐, 실제로 죽음을 선택했을 때 반드시 살아날 수 있다
거나, 수행과정을 거쳐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식의 환생으로 삐걱거리던 가족이 화목하게 된다는 식의 해피엔딩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죽음을 생각했
다면, 내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색깔을 생각해서라도 궁금해서라도 참아보길 견뎌내길 바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충고가 숨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