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야합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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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 나쁜 일들이 일어납니다

_ 김현아 교수가 알려주는 웰다잉,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현실을 반기지 않는 1인으로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공부가 되는 내용이라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2014년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으로나 아픔이 컸던 해였다. 여름 즈음 언니가 몹시 아팠는데 원인을 찾는 중에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연이어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미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된 상황이지만 환자가 된 언니는 희망을 놓을 수 없어서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 해 여름을 넘기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큰수술을 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어 일반병실과 중환자실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만 3년 동안 병상에만 누워 계시다 돌아가셨다.

 

 

 

 

중환자실에 머물 때 맞는 면회시간 30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앙상한 아버지의 몸 여기저기에 꽂아 놓은 수많은 연결선과 묶어 놓은 손, 기계음, 다급하게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들, 사경을 헤매는 가족을 보는 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김현아 교수의 말처럼 중환자실은 임종을 맞기 위한 대기 장소로 느껴졌다. 아버지는 이미 고통 속에서 헤어날 길이 없고, 우리 형제들은 "이제 그만할래요"라는 말을 의사에게도 아버지에게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죽음 직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 의미 없는) 자식 된 도리는 죽음을 제대로 맞이할 수 없는 제자리걸음과도 같았다.  

 

 

 

 

어릴 적에 경험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임종 모습과 몇 년 전 연이어 겪은 언니와 아버지의 임종은 분명 달랐다. 병원에 머물게 되면 죽음이 질병으로 취급된다는 사실, 현대의학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도록 죽음의 순간을 가까이에 붙여 두고 계획해야 함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혈압을 높히고 심장에 피가 돌도록 약물을 쓰며 끝까지 괴롭힘을 당했다. 반면에 언니는 퇴원하여 집에서 최대한 머물며 통증을 약물로 조절했다. 막바지에 다다르자 통증의 강도가 무지막지해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갔고, 이틀을 보낸 뒤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런 면에서 언니는 죽음을 받아들였고 죽음 앞에서 당당했으나, 아버지는 죽음의 바다를 정처 없이 떠돌며 고통을 더 받으신 것 같다.

 

 

김현아 교수는 말한다. 현대의학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말기를. 그러기 위해서 미리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라고 했다. 충분히 설명을 듣고 충분히 가족과도 이야기 나누라고. 그리고 세세하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어느 때에 연명의료가 의미 없게 되면 호스피스나 완화의료를 받는 내용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해 두고 싶었던 내용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휴지조각이 되지 않으려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더이상 병원에 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본인도 가족도 쉽지 않은 선택이고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죽음을 맞는 순간을 그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두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누구나 잘 해내고 싶은 일임에 틀림없다.

 

 

책 마지막 <나의 엔딩노트>에는 저자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 책장을 덮는데 마음이 뭉클해졌다. 눈물이 고였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는 것이고

죽음은 삶과 결국 같은 것이란다.

_ 김현아, '나의 엔딩노트'에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그렇다. 이 책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받아 들여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다. 가족을 잘 보내주기 위한 지침서이자 나를 위한 죽음 안내서이기도 했다. 준비한 마음대로 잘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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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준비해야합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from 경의선, 강매역 2020-08-23 19:14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 나쁜 일들이 일어납니다 _ 김현아 교수가 알려주는 웰다잉,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현실을 반기지 않는 1인으로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공부가 되는 내용이라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2014년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으로나 아픔이 컸던 해였다. 여름 즈음 언니가 몹시 아팠는데 원인을 찾는 중에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연이어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교통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