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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노란 불빛의 서점을 읽다 추억의 서점을 생각하게 되다!
책을 덮을 즈음에 발견한 내 맘 같은 글
"장담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책'이나 '서점'을 중심 테마로 자신의 과거를 재구성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 것이다."
- p292 옮긴이의 말 "'탐서'에 관한 가장 탐스러운 책 中" -
그랬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의 모든 약속 장소였던 서점들에 관한 기억이었다.
그래서 서평이라기 보다 나의 어린시절 서점은 어떤 곳이었던지 더 적어 보고 싶어졌다.
리뷰라기보단 지극히 개인적인 서점에 관한 이야기다. 이색리뷰대회이지 않는가!
초,중학교 시절은 신정시장 도로가의 서점들이 나의 주된 약속 장소였고,
고등학교 시절은 공업탑의 문화문고를 비롯해 주변의 작은 서점들과 중고 서점들이었다
대학시절에는 대학가의 서점들, 성남동 사회과학서점과 시집을 주로 사기위해 약속을 잡았던 서점들이 약속의 장소였다.
(서점 이름들이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 슬프다)
그러나 이제 내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서점들 중 존재하고 있는 서점은 단 한곳뿐이다.
그러나 그곳도 각종 기술서적과 전문서적(공무원 및 각종 자격증)을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정말 서점은 나의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1.
초, 중학교 시절은 우리 집 근처의 서점이 주된 약속장소였다. 집주변의 학교를 다닌 나는 학교앞 문방구와 함께 운영되는 서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들만 빼곡히 있는 서점을 찾아 나름 우리 집 주변의 번화가인 신정시장 서점을 주로 이용했다.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그곳에 가면 어쩐지 맘이 편안해 졌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문제집 살 돈을 받아서 친구 서너명이 함께 서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점에 가서 문제집은 사지 않고 두리번 거리며 책 구경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점 주인 아줌마와 아저씨가 좀더 친절했더라면 아마 난 이후 그 서점을 더 많이 이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돌아다니면 책을 사지 않고 이것 저것 구경하는 것이 싫었으리라... 서점 주인들은 우리가 잠깐 다른 책을 보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았다. 살거냐며 꼬박 꼬박 물어보았고, 고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책과 내 친구들 사이에 엄청난 눈총을 주었다. 결국 30분도 채 서점 내 책들을 구경하지 못하고 얼른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사서 나왔던 기억이...
(그 시절 책은 주로 방문 판매원들에 의해 세계명작동화, 전래동화, 위인전, 주니어세계문학, 백과사전 등등 한질의 성격으로 구매되었다. ^^ 주로 금성출판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금성출판사를 다녔던 외삼촌의 영향으로 엄마는 금성출판사 방문판매원 아줌마랑 친분이 더 컸던 것 같다.)
2.
고등학교 시절은 매주 다니던 시립도서관에서 걸어서 적당한 번화가였던 공업탑의 서점이 나의 주된 약속장소였다.
우선 이곳은 그당시 문화공간이 꽤 있었던 곳이라 서점 또한 다양한 크기로 많이 있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같았던 친구들과는 그 연예인의 기사가 실린 하이틴 잡지를 사기위해서는 그달 잡지도 10~20% 할인해 주던 중고서점이 주된 약속 장소였고, 문학소녀를 자부하며(ㅋㅋㅋ) 시동아리 친구들과는 시집을 주로 구매하고, 로맨스소설을 주로 읽기위해 공업탑에서 가장 큰 문화문고가 주로 약속장소였다. 문화문고 시집코너에서 한줄의 시를 쓰고 한줄에 의미를 엄청 부여하던 그 시기 우리는 아주 심오하게 기존 시인들을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그리고 학교앞 여전히 문방구와 함께 운영하던 서점은 야쟈를 땡땡이를 치고 숨어서 책을 읽게 해준 아지트와 같았고, 문학동아리 선후배들과는 읽고 토론할 책을 고르는 공간이기도 했다.
3.
대학시절은 서점은 나에게 운동을 눈뜨게 하고 공부하게 하는 학습의 공간이었다.
울산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대학가도 아닌 시내라고 불렀던 성남동에 사회과학서점이 한곳 있었다. 그래서 그 서점에 없는 사회과학서적을 읽기위해서는 부산대학교 앞 사회과학서점까지 주말이면 원정을 갔던 기억이 난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과 삐삐로(ㅋㅋㅋ) 부산대학교 앞 사회과학서점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기다리다 지치면 서점에서 마련해 놓은 게시판에 나 OOO에 가 있을게 그리로 와라 적어놓고 했던 설레던 기억이 있다.
사회과학서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김남주 시집과 리영희, 송두율, 유시민의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서점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그 뒤로는 직장 주변의 서점을 그냥 책을 사는 곳으로만 이용했기 때문이다. ^^
보태기
이제는 나에게 추억의 서점만큼이나 소중한 약속장소가 되었고, 나의 강력한 의견으로 만들어진 북카페 [책맛나는 커피]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이고, 누구나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맘으로 처음 북카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아직 운영에 부족함도 많지만 어릴적 서점 만큼이나 나에게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린 [책맛나는 커피]
원래는 노란 불빛이 은은한 북카페 사진과 함께 [노란 불빛의 서점]은 밑줄긋기로 하려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새록 새록 느껴지는 책의 고마움과 추억으로 인해 뭔가 이중적인 마음이 작용해 버렸다.
아쉬움 마음에 사진은 요로코롬 정리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