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보는 미국 살림지식총서 83
채동배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우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는 문고판 "살림 지식 총서"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일반 레포트나 짦은 논문 하나도 몇백원 몇천원씩 받아야만 읽어볼 수 있는 마당에 3000원 남짓한 이 시리즈의 가격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매우 넓고 적절히 차별화된 주제여서 딱히 기존의 나의 관심분야가 아니었던 분야에 대한 책들도 선뜻 읽어볼 마음이 들었다.(물론 이에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리즈 제 83번 "법으로 보는 미국"은 작은 페이지 수 안에 미국의 사법체계에 대해 간명하게 서술해놓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변호사 및 판사로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간략하게 미국 사법제도의 역사, 연방 조직, 주 조직, 검찰 조직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핵심적인 개념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을 통해 독일 법을 계수한 우리나라와, 유럽 대륙과는 독자적인 제도를 발전시킨 영미권의 사법제도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법에 어느정도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도 영미의 사법제도를 접하면 그 개념이 쉽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할리웃 법정 스릴러 물 영화를 보면서도 그 제도들에 대해서 의문이 가는 것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보안관과 경찰은 어떤 면에서 다른가?/fbi는 경찰과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왜 미국은 정치적 불공정의 위험을 감수하고 대법관의 정치성을 인정할까?등등), 이 책을 읽고 그 기초적인 개념들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대부분 해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여 저자는 미국의 사법제도의 특질에 대해 언급함과 동시에 우리의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이고 있는데, 현재 논의 중인 한국 사법 개혁 문제를 바라보는데 상당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쉬운 소리 하나 하자면, 이 책과 같은 경우 매우 다양한 미국의 유명인사들의 이름, 그리고 도시의 이름들이 나와있다. 그런데 저자가 미국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우리나라에서 공적으로 쓰이는 외국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실제 발음에 가까운 표기를 하고 있다.(와싱튼-워싱턴, 캐너디-케네디) 실제로 그 발음이 현지에 가까울지라도 유명한 고유명사의 경우 통용되는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는 것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보다 쉽게 전달되지 않을까싶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이 책을 보다보면 그런 부분이 나올때마다 사고의 흐름이 잠시 멈추었던 경험이 있다.-_-;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문고판시리즈를 접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얄쌍한 일본소설이다. 얄쌍한 두께의 일본소설이 주는 느낌이란...대개,
전 표면에 걸쳐 균일한 노란색을 유지하고 있는 작고 예쁜 귤이
껍질을 까보면 엄청 시금털털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다.
이 책도 단지 학교에서 오는 1시간 10분을 때우기 위해서 빌린 책이다.
그런데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에 순식간에, 읽어보니 그렇게 시금털털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의외로,- 정곡을 "가볍게"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휴식시간마다 도쿄 중앙의 히비야 공원에 들르는 샐러리맨이 스타벅스 커피를 매일 마시는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그냥 우연한 만남이 관심으로 사랑으로 발전하는 이 남자의 심리가 재밌다. 그것뿐만 아니라 얌전하고 진지한 이 남자의 생활과 사소한 감상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파크 라이프"라고 부른, 현대인의 삶의 미묘한 모순을 조곤조곤 말한다. 즉, 실체와 껍질이 다른 우리의 삶.

장기이식제도를 통해 장기는 영원히 살며, 우리는 단지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르며, 어쩌면 우리가 그 장기를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배려해서 아내를 피해다니는 남편,
사랑하지만 이혼하는 부부가 비워놓은 집에 들어앉아 사는 주인공의 비워놓은 집에 들어앉아 사는 주인공의 모친,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는 여자"들이 모두 자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부러 커피를 밖에 나와서 마시는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는 여자,
전화로 자신의 결혼 소식은 말하지 않고 사소한 이야기만 하는 옛 사랑,
주중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하루정도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일년에 며칠은 따로 떨어져서 아들의 집에서 생활하려는 주인공의 어머니나,

모두 실제와 껍질이 괴리된 언뜻 보면 모순적인 것들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실질과 껍질이 일치하지 않는 삶의 모습은 낯선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괴리가, 사는 시간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설정과 내용에 많이 공감이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용하는, 주인공을 대신한 아바타가 전국 및 세계여행을 해주는 프로그램(-_-정확히는 합성사진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의 덕택으로 어느 사람과 마음이 통한 사건은 위에서 나열한 우리의 삶의 성격과 모순을 정확히 정리해주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괴리들로 가득 차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진짜도 아닌 가짜의 껍질들이 간혹은 진실한 무엇들을 실어 나른다는 것이다. 이것도 꽤나 재밌는 발상임과 동시에 퍽이나 정곡을 찌르는 생각이다. 우리의 실질과 껍질이 뒤바뀐 삶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행복해질수도 있다.

이야기는 이러한 삶의 괴리를 비판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우리는 그렇게 매일매일매일매일 살아가고 있고, 간혹 그 껍질과 실질의 괴리에서 좋은 일도 생기고, 또 간혹은 그 괴리로 인해서 좋은 일도 생긴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동의한다..-_-a 그러한 "도박성"때문에 난 삶이 무척이나 두려우며-간혹은 나의 껍질조차도 못되는 사회적 이미지가 나에게 억울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___^

*참고로 위의 저 책 표지는 정말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무릇 소설의 표지는 이렇게 간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함축적으로 내용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엉성한 내용 일부 인용등은 표지에서도 책 날개에서도, 빠져주세요.-_-

*더불어 제목을 짓는 일본인들의 센스란...정말 일본인 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특별한 소리 여행
이동희 지음 / 이채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tv로 서울대 국악과 여학생 셋이서 국악기를 짊어지고 배낭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얼핏 본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우연히 셋 중의 하나인 차승민(대금)양의 여행기("악으로 깡으로")를 읽게 되면서이다. 인터넷에 여행기를 만화연재를 하고 있다는 차승민씨의 책은 예쁜 캐릭터로 술술 읽히고 재미있긴 했지만 역시 인터넷에 공개되던 만화를 토대로 한 책이어서 그런지 에피소드 중심의 나열이었고 마음에 많이 와닿진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여행은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을까가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구하게 된 것이 다른 멤버 이동희(장구)양의 이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이다. 여행의 모습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많이 해소되었었는데, 이동희씨는 평범하고 소탈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던 여행에서 느낀 여러가지 감정들을 편안하게 쓰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한국음악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6개월동안이나 여행을 한 당찬 젊은이들의 여행기라니, 내가 했던, 혹은 할 예정인 여행과는 너무 달라서 거리감을 미리 느끼기도 했었는데-

이동희씨의 쉬운 말로 쓰여진 솔직한 경험과 감정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도 겁많고 불안한 나와 같은 그냥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여행을 함으로써 겪게 되는 티격태격..이 솔직하게 써져있어서 재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간 그들의 용기와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나에겐 생소한 예술인 국악에 대한 정열도 덤으로 얻어 갈 수 있었다.^^(이렇게 해서 우리 소리는 한 사람씩 그 범위를 넓혀간다) 사실 여행기가 주는 정보적인 측면은 다소 떨어지는 책이나(이들의 여행이 특별했으므로) 화자에 공감하며 신나게 읽을수 있었다.(보편적인 여행의 경험담이므로) 

물론 이동희라는 열정적이며 재능있는 한 사람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은 가장 큰 덤이다.^^ 얇은 이 책 한권보다도 이 사람의 존재를 접하게 된 것이 더 반가운 일이고, 곧 가수로 데뷔한다고 하는데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철의 연금술사 1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내용: 어머니를 연성하려다가 형은 다리를, 동생은 전신을 잃어버린 연금술사 에드워드/알폰스 엘릭 형제는 불완전한 몸으로나마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의 돌을 찾아 나라를 헤메이며, 여러 사건을 겪게 되고, 무서운 음모를 하나둘씩 밝혀나간다..

인터넷 상에서 매우 유명했던 강철의 연금술사를 애니메이션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난 주. 29화에 달하는 애니메이션을 철야를 감수하고 시청한 후, 나는 "강철"에 중독되어 있었다. 신나는 모험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뒤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파격과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간의 본연의 마음에 대한 (어린 아이 대상이 아닌 것이 명백한!) 통찰은 즉시 "강철"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했다. 그래서 며칠째 "강철"에 대한 자료를 사막의 오아시스 찾듯 애타게 찾아다녔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정식 한국어판이 나오다니, 감개무량할 정도였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몇몇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만화의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익숙한 이야기였지만 시간 배열이 애니메이션과 다소 다르고 연출 기법도 다르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세밀하고 아름다운 영상과 보다 섬세한 인물의 감정처리가 돋보였던 데 반해, 일반적인 소년지에 연재되고 있다는 만화판의 경우 선이 섬세하면서도(소년만화답게) 대범하며, 연출이 매우 속도감이 있다. 그래서 시원스럽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신선할 정도! 때문에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작가의 그림의 내공도 만만치 않아서 만화책을 덮고서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본성을 아우르는 냉정한 이야기 전개와 진실을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수법까지.. 탄탄한 만화연출과 고단수의 개그 속에 섞여 있으니, 이 만화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스토리에 익숙한 애니메이션의 팬들도 충분히 일독을 할 가치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라이센스 판은 종이질도 좋고 인쇄질도 매우 좋은 편이라 대 만족이다.^^(학산에서 신경을 쓴듯!) 초판에는 캘린더까지 들어있고해서(7권이빨리 나와야 하나의 달력으로 완성되는 것이지만) 소장가치도 매우 높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ejkmj0044 2004-05-0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쓰셨어요
 
소녀 교육헌장 6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일단 이 만화를 두고 유치하다, 구성이 어지럽다...는 등의 평이 있었는데, 내 생각엔 이 만화는 그렇게 녹록한 만화는 아닌 것 같다. 애초에 현실성이라는 것은 바로 첫장에서부터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데다가(^^;) 거의 변신로봇수준의 캐릭터 파렌하이트, 어처구니 없는 국적과 경력의 소유자 강무현등과 도무지 앞을 헤아릴 수 없는 스토리 전개는 애초에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서 단지 그 정신없음을 즐기면 되는 것이고그 가운데의 주인공 소녀의 감정의 편린들을 맛보면 되는 것이다. (사실 만화의 코드를 알고 있는 작가의 유머감각과 빠른 사건전개는 너무나도 기분 좋다) 

특히나 만만히 볼 것이 아닌게, 종종 단점으로 지적되는 인물들과 장치는 처음부터 미리 세심하게 설정되어있어서 하나씩 미스터리를 벗겨가는 재미도 있고, 또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고, 실은 그러한 인물 설정이나 사건들은 만화에 깊이 빠진 사람들의 공통된 "로망"에 가까운 것들로 정독을 해보면 이 만화가 의외로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인 척하고 말도 안되는 얘기들을 지껄이는 일부 틴에이저물들 과는 차원이 다른 진지함-비현실을 가장한-에다가 빙긋 웃으며 장르의 벽을 훌쩍 넘어버리는 대담함까지도 가지고 있는 작가인 듯하다. 데뷔작(어느 비리공무원..) 이후 이 작품을 처음 만났는데, 역시 내공이 보통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6권에서는 주인공 아미의 새로운 사랑의 향방(^^;)이 가려진다. 6권에 나오는 말처럼, 모든 사랑은 시작을 가지고 있다..부디 그 사랑의 끝에 아미의 성장과, 행복이 놓여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