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얄쌍한 일본소설이다. 얄쌍한 두께의 일본소설이 주는 느낌이란...대개,
전 표면에 걸쳐 균일한 노란색을 유지하고 있는 작고 예쁜 귤이
껍질을 까보면 엄청 시금털털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다.
이 책도 단지 학교에서 오는 1시간 10분을 때우기 위해서 빌린 책이다.
그런데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에 순식간에, 읽어보니 그렇게 시금털털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의외로,- 정곡을 "가볍게"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휴식시간마다 도쿄 중앙의 히비야 공원에 들르는 샐러리맨이 스타벅스 커피를 매일 마시는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그냥 우연한 만남이 관심으로 사랑으로 발전하는 이 남자의 심리가 재밌다. 그것뿐만 아니라 얌전하고 진지한 이 남자의 생활과 사소한 감상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파크 라이프"라고 부른, 현대인의 삶의 미묘한 모순을 조곤조곤 말한다. 즉, 실체와 껍질이 다른 우리의 삶.

장기이식제도를 통해 장기는 영원히 살며, 우리는 단지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르며, 어쩌면 우리가 그 장기를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배려해서 아내를 피해다니는 남편,
사랑하지만 이혼하는 부부가 비워놓은 집에 들어앉아 사는 주인공의 비워놓은 집에 들어앉아 사는 주인공의 모친,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는 여자"들이 모두 자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부러 커피를 밖에 나와서 마시는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는 여자,
전화로 자신의 결혼 소식은 말하지 않고 사소한 이야기만 하는 옛 사랑,
주중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하루정도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일년에 며칠은 따로 떨어져서 아들의 집에서 생활하려는 주인공의 어머니나,

모두 실제와 껍질이 괴리된 언뜻 보면 모순적인 것들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실질과 껍질이 일치하지 않는 삶의 모습은 낯선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괴리가, 사는 시간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설정과 내용에 많이 공감이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용하는, 주인공을 대신한 아바타가 전국 및 세계여행을 해주는 프로그램(-_-정확히는 합성사진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의 덕택으로 어느 사람과 마음이 통한 사건은 위에서 나열한 우리의 삶의 성격과 모순을 정확히 정리해주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괴리들로 가득 차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진짜도 아닌 가짜의 껍질들이 간혹은 진실한 무엇들을 실어 나른다는 것이다. 이것도 꽤나 재밌는 발상임과 동시에 퍽이나 정곡을 찌르는 생각이다. 우리의 실질과 껍질이 뒤바뀐 삶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행복해질수도 있다.

이야기는 이러한 삶의 괴리를 비판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우리는 그렇게 매일매일매일매일 살아가고 있고, 간혹 그 껍질과 실질의 괴리에서 좋은 일도 생기고, 또 간혹은 그 괴리로 인해서 좋은 일도 생긴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동의한다..-_-a 그러한 "도박성"때문에 난 삶이 무척이나 두려우며-간혹은 나의 껍질조차도 못되는 사회적 이미지가 나에게 억울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___^

*참고로 위의 저 책 표지는 정말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무릇 소설의 표지는 이렇게 간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함축적으로 내용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엉성한 내용 일부 인용등은 표지에서도 책 날개에서도, 빠져주세요.-_-

*더불어 제목을 짓는 일본인들의 센스란...정말 일본인 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