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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ly Animals (사운드북)
마엘 지음 / 마엘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그림이랑 사운드 모두 공들여 만든게 보이구요. 다른 동물 사운드북은 뭔가 일방적으로 소리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는데 아이랑 놀아주기 편하게 구성되어 있어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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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미란다 줄라이 지음, 이주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절판


핍과 나는 자갈길을 걸어 조그만 갈색 집으로 향했다. 맛없는 음식 냄새가 집 밖까지 진동했다. 잠시 후 한 여자가 포치로 나왔다. 그녀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쪽에서는 그녀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우리 나이에는 늙은이들의 몸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나이는 대략 내 큰 이모뻘쯤 될 것 같았다. 린 이모처럼 리앤도 감청색 쫄바지에 아플리케 같은 걸로 장식된 풍덩한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내 마음은 불안과 공포로 풍선처럼 부풀었다. 나는 핍을 흘깃 바라보고는 아주 짧은 순간 생각했다.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얘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은 아니야. 물속에 가라앉기 위해 제 다리에 나를 묶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그런 계집애인지도 모르지. 눈을 한번 깜빡이자 나는 다시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돌아왔다.-112쪽

리앤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도 손을 흔든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라고 할 만큼 가까워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가 이윽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다. 이제 우리의 거리는 포옹해도 될 만큼 가까웠지만 그러지는 않는다. -112쪽

안으로 들어와요, 좀 어두워요, 애들은 없고, 그녀가 말한다. 물론 애들이 있을 리 없다. 핍이 재빨리 돈부터 달라고 말한다. 우리끼리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 뭔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건 언제나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어떤 것, 예를 들어 페인트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페인트조차 바래면 새로 칠해야 한다. 리앤은 생각보다 우리가 어리다면서 앉으라고 권한다. 우리가 낡은 비닐 소파에 앉자 그녀는 방을 나간다. 여기저기 잡지들이 쌓여 있고 모텔에서 가져온 것 같은 가구가 놓인 끔찍한 방이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지 않고 우리 얼굴이 비칠 만한 어떤 것도 보지 않는다. 나는 내 무릎만 뚫어져라 내려다본다.-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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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들
페터 빅셀 지음, 최수임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절판


누군가 말했다. "난 이 집에 못 살 것 같아. 완전히 토마토 색깔로 칠해놨잖아." 이 말에 대해서는 할 말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 집은 너무 높기도 하다. 너무 홀쭉하거나 혹은 너무 높거나. 정원은 또 너무 좁다.-7쪽

키닝어는 빈에서 오는 편지를 기다린다. 그는 엘프리데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어. 방을 하나 임대했어. 그 이상은 아니야.-15쪽

이 집은 비를 견딘다. 지금 이 순간, 5월 27일의 이 비도 견디고 있다.-24쪽

마티아스는 쥐덫을 사달라고 한다. 철컥하고 덮치는 것 말고, 산 채로 쥐를 잡을 수 있는 창살로 된 것을. 그냥 쳐다만 볼 거라고, 살아 있는 쥐를 잡아놓고 구경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구경한 다음에는 금방 풀어줄 거라고 덧붙인다. 물론 쥐를 풀어주면서 마티아스는 눈물을 흘릴 것이다.-43쪽

"쥐덫은 사줄 수 없어. 네가 만일 덫을 놓아서 쥐를 잡잖아, 그럼 그 쥐를 죽일 수밖에 없단다. 그 사실을 알아야 해. 그러니까 뭔가 쥐한테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건물에 쥐가 있다는 얘기를 아무한테도 하면 안 돼. 그리고 내 생각에 넌 절대 쥐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아빠는 알고 있단다. 분명히 계속 갖고 있고 싶어할걸. 근데 그러면 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날 거야. 그리고 만약에 네가 쥐를 놓아주려고 하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그걸 가만두지 않을 거란다. 규칙이 그래"-44쪽

어쩌면 키닝어는 매일 하던 대로 그냥 산책을 간 걸지도 모른다. 혹은 매일 출근을 한다면, 출근한 걸지도 모른다. 다만 오늘 새로운 것이 있다면, 견딜 수가 없어, 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다시 날씨가 따뜻해졌다. 푄 바람이 몰려오고, 사람들은 두통을 호소한다.-50쪽

그렇게 매일같이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하루가 시작되는 일, 슈투더가 아침 7시 반이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 그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 일층 부인이 집 밖으로 나가는 일, 그녀가 매일 밤 10시에 현관문을 잠그는 일, 누구나 아침이면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는 일.
일층에는 일층 부인이 산다. 그녀 말고는 아무도 안 산다. 그녀에게는 방문객이 전혀 없다. 그녀는 10시면 문을 잠근다.
이층에는 슈투더와 그의 부인이 산다. 슈투더는 여송연을 피우고 배가 볼록하며 나이가 지긋하다. 목요일에 그는 밤 12시는 되어야 집에 온다.
슈투더 부인은 잘 웃는다.
삼층에는 현재 아무도 살지 않는다. 곧 새 세입자들이 이사를 올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의 습관을, 그들의 가구를, 그들이 현관 벨과 우편함에 붙일 장식을 기다린다.-59쪽

한 사람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이다.-61쪽

12월 초가 되자 우리는 키닝어의 이야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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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품절


네 아버지는 사람을 많이 죽여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 술 취한 남자 중 하나가 말했다.
나는 말했다. 그땐 전쟁중이었잖아요. 아버지는 스물다섯 명을 무찔러 훈장을 받으셨어요. 여러 개의 훈장을 집으로 가져오셨어요.
네 아버지는 순무밭에서 여자를 겁탈했어. 남자가 말했다. 다른 군인 네 명과 함께. 네 아버지가 그 여자 가랑이 사이에 무를 박았지.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 여자는 피를 흘리고 있었어. 러시아 여자였어. 그뒤로 몇 주 동안 우리는 무기란 무기는 죄다 무라고 불렀지. -10쪽

전쟁터에서는 고향 사람들하고 잘 지내기가 쉽지 않은 법이죠. -11쪽

러시아에 있을 때 그들이 내 머리를 박박 밀었어. 그건 가장 가벼운 형벌이었지,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 비틀거렸어. 깜깜한 밤에 순무밭으로 기어들어갔지. 감시인은 총을 가지고 있었어. 날 보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쏴죽였을걸. 밭은 적막에 싸여 있었어. 늦가을이었고, 서리를 맞아 거무죽죽해진 무 이파리들이 들러붙어 있었지.-14쪽

네 아버지랑 나는 버찌를 따러 갔단다. 우리는 버찌를 따면서 다퉜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 아무도 없는 넓은 포도밭에서 버찌를 따면서도 네 아버지는 날 건드리지 않았어. 내 옆에 말뚝처럼 서서는 미끈거리는 버찌씨만 끊임없이 뱉어댔지. 네 아버지가 나한테 툭하면 주먹을 휘두를 거라는 걸 그때 이미 알았어. 집에 돌아오니까, 마을 아낙네들이 벌써 광주리 가득가득 케이크를 구워놓았고 남정네들은 살찐 송아지를 잡아놓았더구나. 송아지 발굽이 거름 더미에 놓여 있었어. 대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는데 그 발굽이 보이더구나.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락방으로 가서 울었어. 내가 행복한 신부가 아니라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어. 그때 결혼을 하기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이미 송아지를 잡은 뒤였고, 만일 그런 말을 했더라면 네 할아버지가 날 살려두시지 않았을 거야.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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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 2010-11-2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곳이 있었군요..^^

아, 제 이름 쓰지 않으면 모르실려나?

whistle 2011-04-13 22:01   좋아요 0 | URL
알고 있어요.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요:D
 
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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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9쪽

나는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 연인과 브라키오사우루스 외에는 생각하고 싶은 것이 많지 않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잊고 싶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15쪽

기억한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다. 신과 세상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잊었었다. 야넨시 교수가 텐다구루에서 그것의 뼈 몇 개를 발견할 때까지 1억 5천만 년 동안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지상의 기억에서, 어쩌면 심지어 우주의 기억에서조차도 사라졌었다. 야넨시 교수가 그를 발견한 후에 우리는 그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가 그를 다시 꾸며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작은 뇌, 그의 먹이, 습관, 동시대 동물들, 그의 오랜 종족 생활 전부와 그의 죽음을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그는 다시 존재하며 모든 아이가 그를 알고 있다. -15쪽

나는 신문을 보고 그의 죽음을 알았다. '시장 사무실 책임자 에밀레 P가 연인의 집에서 이른 아침시간에 세번째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
나는 지빌레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말을 묻기도 전에 지빌레가 먼저 말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이미 끝없이 혼자서 그 말을 내뱉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에밀레는 내 집에서 죽지 않았어."-38쪽

카린과 클라우스는 학창시절부터 알던 사이였다. 그들은 내가 결코 갖지 못했던 것, 즉 청춘의 사랑이었다. 청춘의 사랑이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물었다면 나는 카린과 클라우스라고 말했을 것이다. 청춘의 사랑은 단순히 젊은 시절에 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다. 청춘의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견주어 잴 수 있을 어떤 것도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 유일하게 그 사랑 자체를 위해서 존재한다. 그것은 아직 실망을 극복할 필요도 없고 이전의 행복을 능가하지 않아도 되고, 그 무엇도 반박하거나 수정하거나 대체하지 않아도 된다. 카린과 클라우스가 서로를 위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쉬는 시간에 두 사람이 바싹 붙어 학교 운동장 울타리에 기대 서 있기 전에 다른 학생들이 먼저 알고 있었다. -74쪽

"정말이야. 차라리 그가 죽었다면 더 나았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자기는 버림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고도 했다. 아마 그녀는 클라우스 외에 다른 남자는 몰랐을 것이다. 카린은 아마 나라면 그런 일을 견디기가 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면 그런 충격에 단련이 되어 있겠지만, 자기는, 카린은 불행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80쪽

그들은 나를 감시했어. 세 사람 모두. 프란츠가 말했다. 세 사람 중 하나가 불성실한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를 바깥에서 듣고 오면 곧바로 식사 중에 위협적으로 그 이야기가 거론되었지. 그 얘기에 따르면 대부분 남편이 성교 불능이 되거나 병에 걸렸어. 아니면 새로 얻은 아내가 급사하거나 아이가 불구로 태어났어. '그 위에는 축복이 내리지 않는다.' 어머니는 매번 그렇게 말하면서 나만 쳐다보셨어.-157쪽

프란츠가 언제 그 문장을 말했을까. 내 아버지가 옳았어. 이미지도 없고 빛도 없고 단지 프란츠의 목소리만 들린다. 날이 어두웠을 것이다.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프란츠의 팔에 안겨 눈을 감고 말없이 누워 있었을 것이다. "내 아버지가 옳았어. 사람은 인생의 것이지.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인생이 루치에 빙클러였다면 아버지는 그녀의 것이었어."-191쪽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감히 숨도 쉬지 못했다. 한 문장이 아직 부족했다.
항상 아버지가 진 빚을 내가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버지가 옳았기 때문에, 루치에 빙클러에게 가기로 했던 결정이 정당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빚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면......
프란츠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의자등받이에 걸쳐져 있는 그의 흰색 셔츠가 빛나고 있었다. 여전히 한 문장이 부족했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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