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잠 속의 모래산 민음의 시 111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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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문득 머나먼 나날을 지난 어느 날 같은. 눈을 뜨면, 그 어느 날의 어둠에 내 흰 몸 부드럽게 저며드는. 눈을 뜨면, 어느덧 나는 그 무심한 어둠 속 그대가 쓰는 물글씨처럼.-53쪽

물글씨처럼, 두 그루의 전신주와 두 알의 갓등이 만드는 두 개의 둥근 세계 사이에서 뜻 없이 웃어보기도, 그래, 그래 보기도 하는. 물글씨처럼, 한번도 지나본 일이 없는 곳을 지나듯이 밤눈 내리는 언덕을 한량없이 오르는 겨울의 길섶 어딘가. 물글씨처럼, 아무리 멀리 돌아가도 그대를 피하지 못하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53쪽

나는 두 그루의 전신주 나는 두 알의 갓등 나는 두 개의 그 둥근 세계를 향해 힘껏, 돌팔매질도 해보았던 것인데. 그러나 다시 눈을 뜨면 문득 머나먼 나날을 지난 어느 날 같은. 눈을 뜨면 아직도 나는 이상한 나라에 갇힌 앨리스처럼. 그대 아주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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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 2009-05-2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홍아 금홍아도 좋지요? 시인도 좋코.

whistle 2010-02-0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홍이와 앨리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