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들
페터 빅셀 지음, 최수임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절판


누군가 말했다. "난 이 집에 못 살 것 같아. 완전히 토마토 색깔로 칠해놨잖아." 이 말에 대해서는 할 말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 집은 너무 높기도 하다. 너무 홀쭉하거나 혹은 너무 높거나. 정원은 또 너무 좁다.-7쪽

키닝어는 빈에서 오는 편지를 기다린다. 그는 엘프리데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어. 방을 하나 임대했어. 그 이상은 아니야.-15쪽

이 집은 비를 견딘다. 지금 이 순간, 5월 27일의 이 비도 견디고 있다.-24쪽

마티아스는 쥐덫을 사달라고 한다. 철컥하고 덮치는 것 말고, 산 채로 쥐를 잡을 수 있는 창살로 된 것을. 그냥 쳐다만 볼 거라고, 살아 있는 쥐를 잡아놓고 구경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구경한 다음에는 금방 풀어줄 거라고 덧붙인다. 물론 쥐를 풀어주면서 마티아스는 눈물을 흘릴 것이다.-43쪽

"쥐덫은 사줄 수 없어. 네가 만일 덫을 놓아서 쥐를 잡잖아, 그럼 그 쥐를 죽일 수밖에 없단다. 그 사실을 알아야 해. 그러니까 뭔가 쥐한테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건물에 쥐가 있다는 얘기를 아무한테도 하면 안 돼. 그리고 내 생각에 넌 절대 쥐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아빠는 알고 있단다. 분명히 계속 갖고 있고 싶어할걸. 근데 그러면 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날 거야. 그리고 만약에 네가 쥐를 놓아주려고 하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그걸 가만두지 않을 거란다. 규칙이 그래"-44쪽

어쩌면 키닝어는 매일 하던 대로 그냥 산책을 간 걸지도 모른다. 혹은 매일 출근을 한다면, 출근한 걸지도 모른다. 다만 오늘 새로운 것이 있다면, 견딜 수가 없어, 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다시 날씨가 따뜻해졌다. 푄 바람이 몰려오고, 사람들은 두통을 호소한다.-50쪽

그렇게 매일같이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하루가 시작되는 일, 슈투더가 아침 7시 반이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 그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 일층 부인이 집 밖으로 나가는 일, 그녀가 매일 밤 10시에 현관문을 잠그는 일, 누구나 아침이면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는 일.
일층에는 일층 부인이 산다. 그녀 말고는 아무도 안 산다. 그녀에게는 방문객이 전혀 없다. 그녀는 10시면 문을 잠근다.
이층에는 슈투더와 그의 부인이 산다. 슈투더는 여송연을 피우고 배가 볼록하며 나이가 지긋하다. 목요일에 그는 밤 12시는 되어야 집에 온다.
슈투더 부인은 잘 웃는다.
삼층에는 현재 아무도 살지 않는다. 곧 새 세입자들이 이사를 올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의 습관을, 그들의 가구를, 그들이 현관 벨과 우편함에 붙일 장식을 기다린다.-59쪽

한 사람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이다.-61쪽

12월 초가 되자 우리는 키닝어의 이야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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