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 2-029 (구) 문지 스펙트럼 29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김현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3월
구판절판


"나는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살아가고 있어요."-14쪽

그러나 그런 것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고, 나는 다만 어떻게 해서 이 모자를 갖게 됐으며, 어디에서 이 모자를 발견했는지, 그리고 물론, 왜 내가 아직도 이 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기술할 생각이었다.-33쪽

호흡이 가장 중요한 거야, 하고 형은 말했습니다. 호흡을 제어하면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어. 호흡법을 배운 것을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호흡법 학습은 그가 인정하는 유일한 학습이었습니다. 머리, 생각, 신체를 호흡으로 제어해야 하며, 호흡을 제어하는 것만을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술로 계발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처음에 형은 호흡을 제어하지 못해서 곡예를 제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처음에 형은 곡예에 알맞은 방식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곡예를 할 수 없었어. 하고자 하는 곡예에 알맞게 호흡을 할 수 있어야만 하듯이 하고자 하는 연구, 하고 있는 정신적인 작업도 그에 알맞은 호흡을 할 수 있어야만 해, 하고 형은 말했습니다. 호흡이 전부야, 호흡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육체와 두뇌는 오직 호흡으로 제어돼, 하고 형은 말했습니다. -201쪽

예를 들어 핑게라 같은 데에 들어가서 차츰 몸이 따뜻해지면 너는 얼른 "구석에 앉아, 구석에 앉아" 하고 말했어, 그게 네 습관이었지, "등 뒤에 아무도 없어야 돼" 그게 네 소원이었어, 기억하니? -208쪽

기억하니? 바젤에서 나는 두려웠고 성공하지 못했지, 빈에서도 나는 두려웠고, 취리히에서도, 상트 발렌틴에서도. 나는 두려웠고 성공하지 못했어. 어떤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어떤 때는 사람들이 너무 적었어. 어떤 때는 너무 많은 관심을 끌었고, 어떤 때는 아무 관심도 받지 못했어. 어떤 때는 너무 소란스러웠고, 어떤 때는 너무 조용했어. 너무 초조한 적도 있었고, 연습을 너무 많이 한 적도 있었어. -209쪽

기억하니? 20년 동안 신발은 너무 작고 머리는 너무 크고. 그 문제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문제였지. 하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갔지. 우리가 어디를 가든 모두 우리를 모욕했지. 나는 질문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틀린 악기를 배우고, 틀린 발 동작, 완전히 틀린 춤 동작, 하고 형은 말했습니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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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 2009-09-2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 뒤에 아무도 없어야 돼 그게 네 소원이었어, 기억하니?" 라고 하니 몇 사람이 떠오르네요.

whistle 2009-09-2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석에 앉아, 구석에 앉아" 는?

김토끼 2009-09-2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여러 사람 떠오르는 군요.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