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
조병준 지음 / 그린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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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프렌즈’에서 피비는 채식주의자다. 식탁에 올라오는 동물을 한 마리라도 줄이려고 고기를 먹고 싶어도 참는다. 피비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도 욕망을 줄이고 필요하다면 손해를 마다하지 않는다. 조이는 이런 피비에게 순전히 타인을 위한 선행이란 없다고 말한다. 남에게 베푸는 선행에 기뻐한다면 기부한 돈이나 도움을 준 노동력은 자기만족을 얻기 위해 소비한 거나 다름없다. 피비는 사람들을 도우며 기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결국 그런 선행이란 없다고 인정한다.

설령 그런 선행이 없을지라도 봉사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좋은 기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을 쾌척한 기업인이 남을 돕고자하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면 그 행동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천국에 가기 위해 혹은 하나님을 위해 평생 봉사활동을 하고 그곳에서 마음이 위안을 얻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남을 돕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는 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의 저자 조병준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이 묻습니다. 당신이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하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는 일 아니냐? 이 세상에 완벽하게 타인을 위한 행동은 없는 것이 아니냐? 맞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얘기죠?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해지면 안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내가 행복한 걸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지? 

일단 내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 행복의 분량만큼 내가 사는 세상의 행복이 불어납니다.

 
   

남을 돕기 위해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만난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사실 그리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저자가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각자 나름의 사연을 지닌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부모님에게 혹은 연인에게, 사회에 상처받았다. 그런 이들이 고향을 등지고 캘커타에 와 어려운 이들을 돕고 그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이든 다시 캘커타로 돌아온 이든 모두 캘커타를 그리워했다. 그건 그들이 남을 도와서 얻은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돕는 동시에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픈 무릎에 맨소래담을 바르고서 기뻐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동안 그들 자신도 돌보아졌던 것이다.

매일 말썽만 부리던 비쁠로가 죽었을 때 멍하니 서 있다 바닥에 주저앉으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죽어가는 딜립을 병원에 오지 못하게 하는 부모를 찾아가 애걸하는 건 애정 없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아픈 이를 병상을 차지한 환자가 아니라 친구로 여겼기에 환자의 아픔에 슬퍼하고 괴로워했고 이런 상호작용으로 자신이 지닌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죽음말고는 누구도 배신하지 않고, 비스킷말고는 무엇도 훔치지 않는 곳. 감정을 숨길 필요없이 서로 어루만져주는 곳이니 가능한 일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자원봉사자만이 아니라 그들이 돌본 환자들도 저자의 ‘친구’로 소개해서 좋았다. 의사와 환자, 돕는 이와 도움을 받는 이가 아니라 친구와 친구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 이것이 진정 봉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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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다 눈에 띄는 칼럼이 있어 싣는다.  제목은 '신기루인가, 변화의 바람인가'지만 이 칼럼의 결론은'신기루'이다.

[황호택 칼럼]안철수, 신기루인가 변화의 바람인가

안철수 씨는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3년 동안 강의를 하다 금년 6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옮겼다. 안철수 김미경 부부 교수를 KAIST에 영입했던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는 안 교수가 KAIST를 떠나며 “사회가 정직해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안 교수에 대해 “험한 세상을 겪어보지 않은 착한 사람”이라며 “안 교수가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정치 외교 안보 경제가 복잡하게 얽힌 국정이 윤리도덕만으로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넉넉한 환경에서 좋은 부모를 만나 착한 성품을 가꾼 사람이다. 한 인간의 지능이나 신체는 DNA를 통해 물려받는 부분이 크지만 성격 형성은 사회경제적 성장 배경과 관련이 깊다. ‘유복한 집안’의 ‘착한 철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학교에 늦어 집 앞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어머님이 나오셔서 ‘잘 다녀오세요’라고 하신 거예요. 택시가 출발하자 기사 아저씨가 ‘형수님이냐’고 묻더라고요. ‘엄마’라고 대답했더니 놀라면서 ‘그런데 왜 존댓말을 쓰세요’라고 묻는 거예요.”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강연에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산골의 머슴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치인에게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성공을 이룬 것이 값진 자산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서민층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도 그가 바로 서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요 속에서 자란 지금의 IT 세대는 개천에서 용이 난 인간승리보다는 백신을 무료로 배포한 나눔에서 더 감동을 느끼는 모양이다. =>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해야만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고생을 겪고 성공해서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건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없다. 가난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구조적인 부분을 알고 고쳐야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나도 그거 해봤는데,나도 굶어봤는데, 나도 가난해봤는데,'는 식으로 문제를 보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넉넉한 환경에서 좋은 부모 만나 착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건, 인신공격이다. (이걸 갖고 인식공격하는 게 웃기다.) 사회에 악감정을 품고 열등감을 느낀다면 그게 더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IT세대가 안철수씨를 지지하는 이유가 백신을 무료료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할말이 없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 행위에서 감동을 받는게 잘못인가? 도대체 어떤 정치인이 자기의 이익의 포기하면서까지 공공을 위해 일했나. 이명박 대통령이 내 놓은 재산으로 만든 명박 재단도 세금 면제받으면서 대대로 물려 주는 좋은 방법이라던데.   

인재 빨아당겨 망가뜨리는 정치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채수찬 교수는 안 교수 부부의 연구실 사이에 연구실이 있었다. 채 교수는 “작년에 안 교수가 MB 정부에서 총리직 제의를 받았다고 토로하기에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서 훈련받을 기회가 없었던 명망가가 바로 총리를 하면 경험 부족으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에러를 내기 쉽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정운찬 전 총리도 그런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채 교수는 “안 교수가 정치와 딱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에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안 교수가 대통령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광역자치단체장을 거친다면 개인이나 국가로 볼 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블룸버그는 기업인으로 입신한 뒤에 막대한 부를 발판으로 뉴욕시장에 도전해 3선에 성공했다. 채 교수는 “안 교수가 대권에 꿈이 있었다면 서울시장에 먼저 도전하는 것이 순서”라며 “퍼블릭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권력의지는 없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대권에 꿈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퍼블릭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권력의지'는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서울 시장에 먼저 나와야 권력의지가 있는 건가. 준비 없이 성급하게 서울 시장이 나오느니 자기보다 더 준비된 사람을 위해 물러서는 게 권력의지가 없어서인가. 만약 다음대선이 아니라 먼 미래의 대선을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한 거면 오히려 권력의지가 불타는 거 아닌가. 그리고 만약 퍼블릭 서비스에 대한 욕구로 결정했다면 이번 보궐선거에 나가야 당연한거 아닌가. 

안 교수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아 석 달 동안 한 일은 융합과학보다는 융합정치에 가까웠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안 교수가 무척 순진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정치적 발언을 주저 없이 내지른다”며 “서울대 교수들 중에는 그가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려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KAIST에 갈 때 부인과 패키지로 갔고 이번에 서울대도 부부동반이었다. 김미경 교수를 받은 의대 쪽에서는 전공과 논문실적 문제로 교수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의사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부인만 보고 KAIST나 서울대가 교수로 선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 교수가 큰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주변의 작은 것까지 관리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지 모르겠다. 대학 다닐 때 복수전공하던 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떤 교수를 데려 오려고 그의 부인을 프랑스어과 교수로 채용하는 데 동의했다. 부인을 채용하는 게 조건이었던 거다. 만약 그의 아내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학교는 고용하지 말았어야 했던 게 아닐까. 동의를 했다는 건 자격이 되었다거나 아니면 남편을 데리고 오는 데 그 정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었거나일 것이다. 어쨌든 양쪽 다 합의해서 결정한 일이지 비리나 불법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도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도 아내와 함께 받아주는 학교를 택한 그 외국인교수가 도덕적으로 문제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대체로 변화, 나눔, 헌신, 양보, 도전에 대한 갈증으로 풀이된다. 그는 의사에서 벤처기업인으로, 경영학 교수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안 교수가 무료로 나눠준 백신을 시장가치로 환산하면 1조 원가량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안 교수에게서 대안을 발견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기득권 정치판이라면 여론조사 지지도 50%가 5%에게 양보하는 것 같은 기적은 생길 수 없다.

정치 개혁보다 소중한 권위 축적

대선까지는 1년 3개월이 남았다. 안 교수는 본격적인 검증을 거친 일도 없고 권력의지도 약하다. 정치적 기반도 없다. 안 교수에 대한 여론의 쏠림이 강력한 지지로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한때의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이런 빈약한 근거로 이런 결론을 내리셨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자면 과학기술 비즈니스 문화예술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치의 개혁에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조금 명성이 높아졌다 싶으면 여론조사에 올려보고 정치권에서 빨아당겨 결국 인재를 망가뜨리는 일은 말려야 한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 동아일보 논설 실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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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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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제대로 취업을 못해봤는데, 벌써 친구들은 이직을 고민한다. 추석 연휴에 만난 친구도 음식점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어떤 음식이 최근 먹었던 음식들과 겹치지 않는지, 오늘은 어떤 영양소를 뱃속에 넣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내게 불쑥 사표 얘기를 꺼냈다. 아직 메뉴도 정하지 못했는데, 친구 말에 보일 반응까지 생각해야 했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떤 결정을 먼저 해야 할지 망설였다면 거짓말일까.

남들이 부러워하고 보수가 짭짤하고 몇 백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하는 그 직업을 갖기 위해 그는 2년 가까이 애를 썼다. 주변인들은 그가 남들에 비해 그다지 노력이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 직업을 손끝에서 놓쳤을 때 그의 얼굴을 봤다면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깨는 물론, 눈 꼬리, 입 꼬리, 심지어 볼에 난 여드름까지 축 쳐져 있었다. 마치 소금에 절인 배추 같았다. 그랬던 그가 일을 시작한지 8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 한 것이다. 그것도 추석 연휴에!!

변화. 그가 변화를 생각한 건 그 직업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체적 특성과 맞지 않아서다. 애초에 그걸 모르고 입사했던 건 아니다. 현실은 예상보다 가혹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무엇보다, 그가 키우고 싶은 자질은 곁가지로 물러나고 그 직업에서 필요한 자질은 그가 발휘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한 마디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탔던 거다. 이런 결론에 이르면 더는 회사를 참고 다닐 필요가 없다. 원하는 치즈가 없는데 맛없는 치즈를 고수하며 창고에 남아 뭣 하겠는가.

하지만 다음 날 다시 만난 친구는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그러나 변화가 두려워서 고민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치즈가 정말 그 치즈인지 왜 지금 가진 치즈로는 만족을 못하는지, 내린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그것에 책임 질 수 있을지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사라진 치즈의 망령을 쫓고 있는 게 아니라, 눈앞에 아주 먹음직스런 치즈를 두고 다른 치즈를 찾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굶어죽을 수 있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변화를 찾아 나서야 할까?

‘내 치즈를 누가 옮겼을까?’에서 헴은 치즈가 사라졌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상황이 변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니 자신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헴과 달리 허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모험에 나선다. 계속 있다간 굶어 죽을 지경이다. 헴과 허처럼 주변 상황이 급격히 변했을 때 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하려고 하기보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교훈을 이용할 일이 잘 없다. 왜냐하면 상황은 늘 복잡, 다양하고, 생각은 이보다 한층 더 꼬여있기 때문이다. 치즈가 있는지 없는지 현실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떤 치즈를 찾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으며, 무엇보다 입맛이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자기 계발서의 문제점이 바로 이거다. 현실을 무 자르듯 잘라 ‘요렇게 하면 이렇게 됩니다.’고 얘기하는데, 엄밀히 따져 요렇게 하면 반드시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요렇게 해서 이렇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거다. 사람들에게 열 가지 규칙만 잘 지키면 행복해질 거라고, 성공할 거라고 하는 데 이것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안도감을 주어 판매 부수를 늘이려는 수작이다.

인생은 복잡하다. 잘 살려면 심사숙고해야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나쁘지 않다. 결국 그만큼 자신의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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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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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하다 읽을 책이 동났다. 시간은 남고 할 일은 없어 혹시 읽지 않은 책이 있나 책장을 둘러 보았다.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이렇게 2년 만에 먼지를 벗었다.   

이 책은 2년 전 어떤 강사가 준 것이다. 한 학기동안 조교 일하느라 수고했다는 뜻에서다. 책을 받는 순간 제목과 저자의 이름을 훑어보았다. 읽을 일이 없겠구나라는 생각과 내가 아니라 강사에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라는 조롱조의 생각을 했다. 그 교수는 한 학기 내내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얘기했다. 지나가면서 얼핏 듣기에 그의 고통은 물질적이라기보다 정신적인 것이었다. 그런 상처를 가볍게 보는 건 아니지만 용돈을 마련하려고 조교일을 하는 내게 바바리코트 입은 그의 과거 슬픔은 아이의 칭얼거림처럼 들렸다. 더 싫었던 건 자신이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봤기에 그 문제들을 푸는 열쇠 또한 쥐고 있다는 듯한 그 말투였다. 그런 사람이 내게 이런 책을 줬다는 건, "학생, 그렇게 하지말고 이렇게 해봐."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는 거였다.   

그럼에도 책을 집어 든건, 읽을 책이 없기도 했고 공지영씨에게 호기심이 생겨서다. 경향신문에서 공지영씨가 연재하는 '지리산 이야기'가 꽤 괜찮았던 거다. 이 책 또한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니 '지리산 이야기'같이 풋풋하지 않을까 싶었다.  

괜찮았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거나, 자신을 변명하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일을 겪었거든.'이 아니라 '나는 이러고 놀아'가 끝이라서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거 이래서야.'가 아니라 '나는 이래.'여서 깔끔했다. 그저 보여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책, 판단하고 싶음 하고 말면 마는 책. 그래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서 실망하는 이도 있겠다. 공지영이라는 상품성있는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싶은 독자의 관음증을 타깃으로 나온 상품이라 비판하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에세이가 꼭 탁월한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는 건 아니다. 공지영씨는 '사소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주변에 쏟아내고 그 쏟아냄에 변명하는지를 생각해보라. '풀잎,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로 독자에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욱이 몇 몇 에피소드는 유쾌하기 까지했다. 하나 소개하자면

   
  내 친구는 결혼 초기에 아이가 막 걸음마를 할 때,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데 아이 우는 소리에 달려와보니 아이가 넘어져 입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했다. 야구 중계를 보던 남편에게 "애 하나 안 본다."하고 잔소리를 하자 남편이 "내가 안 밀었어."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지금도 웃는다.  
   

  유머도 각자 취향이 있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우스웠다.  

문득 책을 읽으면서 화를 내거나, 우는 게 아니라 유쾌하게 웃어본 적이 있는지 생각했다. 늘 심각한 책, 영화, 뉴스, 수다에 싸여 자지러지게 웃은 기억이 없다. 학부때는 술에 취해 무단횡단이라도 하면서 베시시 웃었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다. 어쩌면 그 때 그 강사는 표정 없는 내 표정을 보고 내 일상이 어떤지 눈치 챘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서야 그 강사가 준 호의를 누릴 여유를 가졌고 덕분에 지난 밤 간만에 웃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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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이다 잠을 제대로 못잤다. 잠이 들듯 말듯한 순간 어렴풋이 '생각'이란 걸 했는데, 여기 몇 자 남긴다.  

이회창이 안철수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단다. 뭐,'정치란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자기 인기만 믿고 나서는 구나'하는 심정이겠다. 하던대로 백신이나 연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회창도 처음부터 정치를 했던 건 아니다. 그러고보니 처음부터 정치를 한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부분 판사, 검사, 변호사 혹은 명박 대통령처럼 회사원, CEO, 대학교수, 언론인 등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아닌가. (원래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안철수에게 배신감을 느끼는거지. 정치가는 권력에 눈 먼자들이고, 안철수는 권력에 욕심없어 보였는데, 그도 결국 같은 부류인거 같아서? 정주영 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부와 명성을 쥐니 더 큰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쟁이 같아서?   

그럼 정치는 어떤 사람들이 해야하는거란 말일까. 멀쩡한 아들 군대 면제 받았거나, 몰래 뒷돈 거래 한 일 없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을 원하는 건 국민 아닌가. 국회에서 욕하고 삿대질하고, 멱살 잡고 끌어내리지 않는 신사적인 정치인을 원하는 건 바로 국민이다. 몇 몇 정치인들이 성희롱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비리를 저지르고 권력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는다고 모든 정치인들이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런 탁한 정치계를 일급수로 만드려면 일급수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허나, 나 또한 마음에 들지 않은 점이 하나 있다. 정치는 분명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시장이 되려면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왜 서울 시장이 되려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오세훈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자 '나 저기 가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 자리는 할 수 있는게 많잖아.'라며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아무리 사람이 훌륭해도 이건 좀 아니다. 학급 반장 뽑는 것도 아니고 서울 시장 자리를- 막중한 책임을 요하는 자리인데-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후다닥 결정할 일은 아니다. 정치인이 연예인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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