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잠깐 교보에 들러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격월간지 악스트(Axt)를 샀다. 문학지치고 잘 팔린단 말에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3000원도 안되는 책값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글이 담겼길래 커피 한 잔값도 안된다 말인가 하는 생각.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정유정 인터뷰와 황현산의 글이었다. 특히 황현산의 '폐쇄 서사-영화 '곡성'을 말하기 위해'는 제목만 보고도 구미가 당겼다.
정유정 인터뷰는 '종의 기원'에 관한 것인줄 알았는데 읽고나서 보니 정유정이란 작가에 대한 인터뷰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주로 무엇을 어떻게 쓰나, 무슨 생각을 하나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자면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정유정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관념에 지배돼 이야기 전체를 보지 못할 때, 작가가 이야기를 장악하지 못했을 때, 이야기가 막히는 이유는 그 사람이 거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같은 맥락에서 '어떻게 하면 필력이 좋아지나'는 질문에 "작가는 이야기의 형식을 장악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어떤 틀 안에서 구현해내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형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장래희망이 '꾼'이었다는 정유정은 어릴 적 이야기하는 법을 배운 얘기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만담꾼 두 사람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천막 극장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흥부전'이다. 이 만담꾼들은 절대로 흥부가 가난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시간 내내 가난한 자만이 벌일 수 있는 온갖 궁상맞은 해프닝을 늘어놓는다."
작가의 의무에 대해선 "작가나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다만 변화이 징후를 반보 앞서 읽어내고 읽어낸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게 작가의 임무라고 여긴다."
기억에 남는 표현으로는, '꽃삽 하나 쥐고 알래스카 설원에 선 것 같다. 이 알량한 밑천으로 이 황량한 땅에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몰려든다"인데 정유정은 새 소설을 시작할 때 마다 이런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일꾼의 기원: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업무의 전체를 볼 수 있고 그 전체를 이해하고 장악해야 하는 것이고, 일이 막힌다는 것은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일테지. 나도 내일, 꽃삽 하나 쥐고 황량한 땅에 도시를 건설하러 출근해야 한다. 벌써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