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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 데이트, 쇼핑, 놀이에서 전쟁과 부자 되기까지 숨기고 싶었던 인간 본성에 대한 모든 것
앨런 S. 밀러.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박완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인간의 행위를 생물학적 구조로 인해 발생한 본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니 인간의 본성이 생물학적인 차이에 의해 진화하고 겉으로 드러난다고 말해야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모든 인간은 종족번식을 목적으로 혹은 본성으로 갖는데 이 본성에 충실하기 위한 방법으로 진화한다. 남자는 일생동안 몇 백명?천명?만명?의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천명의 아이를 퍼뜨린 왕이 있었단다. 반면 여자는 일생동안 최고 서른 번 정도의 출산이 가능하다. 기네스북에 오른 다산자는 69명?을 낳았다고 한다. (두쌍둥이 세쌍둥이가 많다) 아무튼 여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가 적고 아이를 낳기 위해 일 년 동안 뱃 속에 품어야 하기에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강한 반면 남자는 번식의 기회가 많고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에 자식에 대한 애착이 적은 편이란다. 또 남자의 입장에서 종족 번식을 하기 위해 여자보다 경쟁해야할 일이 많은 것도 남자가 여자보다 자손을 남길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남자는 골격이 커지고 힘이 세진 반면 여자는 그럴 필요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몸이 작게 진화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짝짖기로 설명가능하다. 허리가 잘록하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등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다 이런 본성때문에 그러하다. 어떤 본성이냐하면 당연히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자 하는 거다. - 이 외에도 저자는 여러 예를 들면서 우리의 행위를 짝짖기와 연관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적 요인은 없는 건가. 정말 종족 번식이라는 무의식에 의해 우리의 행동이 지배되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이러한 반론을 예상했는지(어쨌는지) 이것이 모든 것을 해명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는다. 사실 미적 기준도 시대를 달리하면서 변해왔다. 아무리 (달라진 미적기준들이 다) 종족번식을 위한 것이라해도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생물학적 본성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은 주어진 본성을 거스르려고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기도 하고 애인에게 배신당해 강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내일 먹으려고 음식을 아껴먹고, 살을 빼려고 굶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명예나 인정받으려는 욕망에서 생긴 행동으로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위를 지배한다. 그러나 이들은 명백하게 동물적인 종족번식의 본성과는 달리 인간이 사회를 이루면서 만들어낸 욕망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서 의심가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가난한 집에는 딸이 태어나고 돈이 많은 집에는 아들이 태어난다고 했는데 돈이 많으면 그 집에서 태어난 아들이 자식을 많이 낳을 확률이 높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들은 기껏해야 몇 명이라 그 집에서는 딸이 태어난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나라의 누구를 조사한건지 의심스럽다. 돈 많은 집에서 아들 낳으려고 딸을 낙태시켰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리고 사고력이 뛰어난 부모는 아들을 낳고 감정이 풍부한 부모는 딸을 낳는다는데 이도 마찬가지다. 태아의 성별이 정해지는 게 태어날 부모의 집이 가난한지 부자인지 그들이 공간지각력이 뛰어난지 예술가인지가 도대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 안간다.
또 한가지 더, 지난 몇 만년 동안 인간의 사회는 급격하게 발전했지만 인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단다. 그래서 현재 인간의 심리는 구석기 신석기 시대에서 멈춰있다. TV를 보면서 TV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이 마치 겪은 것 처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의 심리가 발달하면 TV는 재미가 없어진다냐.
이 책에서 유익한 점을 뽑자면 인간의 모든 행위 동기를 관통하는 이론을 냈다는 것이 아니라 퍼즐의 한 부분을 꺼내들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인간이 지난 만 년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동물이라는 것, 동물과 다름없는 본성에 지배를 받는 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내 생각) 이타적인 행위, 희생하는 정신 등 사회가 만들어낸 이념도 물론 우리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지만 적자생존(이건 또 다른 이야기 일 수 있지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