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이다 잠을 제대로 못잤다. 잠이 들듯 말듯한 순간 어렴풋이 '생각'이란 걸 했는데, 여기 몇 자 남긴다.
이회창이 안철수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단다. 뭐,'정치란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자기 인기만 믿고 나서는 구나'하는 심정이겠다. 하던대로 백신이나 연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회창도 처음부터 정치를 했던 건 아니다. 그러고보니 처음부터 정치를 한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부분 판사, 검사, 변호사 혹은 명박 대통령처럼 회사원, CEO, 대학교수, 언론인 등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아닌가. (원래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안철수에게 배신감을 느끼는거지. 정치가는 권력에 눈 먼자들이고, 안철수는 권력에 욕심없어 보였는데, 그도 결국 같은 부류인거 같아서? 정주영 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부와 명성을 쥐니 더 큰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쟁이 같아서?
그럼 정치는 어떤 사람들이 해야하는거란 말일까. 멀쩡한 아들 군대 면제 받았거나, 몰래 뒷돈 거래 한 일 없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을 원하는 건 국민 아닌가. 국회에서 욕하고 삿대질하고, 멱살 잡고 끌어내리지 않는 신사적인 정치인을 원하는 건 바로 국민이다. 몇 몇 정치인들이 성희롱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비리를 저지르고 권력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는다고 모든 정치인들이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런 탁한 정치계를 일급수로 만드려면 일급수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허나, 나 또한 마음에 들지 않은 점이 하나 있다. 정치는 분명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시장이 되려면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왜 서울 시장이 되려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오세훈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자 '나 저기 가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 자리는 할 수 있는게 많잖아.'라며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아무리 사람이 훌륭해도 이건 좀 아니다. 학급 반장 뽑는 것도 아니고 서울 시장 자리를- 막중한 책임을 요하는 자리인데-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후다닥 결정할 일은 아니다. 정치인이 연예인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