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다 눈에 띄는 칼럼이 있어 싣는다.  제목은 '신기루인가, 변화의 바람인가'지만 이 칼럼의 결론은'신기루'이다.

[황호택 칼럼]안철수, 신기루인가 변화의 바람인가

안철수 씨는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3년 동안 강의를 하다 금년 6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옮겼다. 안철수 김미경 부부 교수를 KAIST에 영입했던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는 안 교수가 KAIST를 떠나며 “사회가 정직해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안 교수에 대해 “험한 세상을 겪어보지 않은 착한 사람”이라며 “안 교수가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정치 외교 안보 경제가 복잡하게 얽힌 국정이 윤리도덕만으로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넉넉한 환경에서 좋은 부모를 만나 착한 성품을 가꾼 사람이다. 한 인간의 지능이나 신체는 DNA를 통해 물려받는 부분이 크지만 성격 형성은 사회경제적 성장 배경과 관련이 깊다. ‘유복한 집안’의 ‘착한 철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학교에 늦어 집 앞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어머님이 나오셔서 ‘잘 다녀오세요’라고 하신 거예요. 택시가 출발하자 기사 아저씨가 ‘형수님이냐’고 묻더라고요. ‘엄마’라고 대답했더니 놀라면서 ‘그런데 왜 존댓말을 쓰세요’라고 묻는 거예요.”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강연에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산골의 머슴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치인에게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성공을 이룬 것이 값진 자산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서민층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도 그가 바로 서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요 속에서 자란 지금의 IT 세대는 개천에서 용이 난 인간승리보다는 백신을 무료로 배포한 나눔에서 더 감동을 느끼는 모양이다. =>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해야만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고생을 겪고 성공해서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건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없다. 가난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구조적인 부분을 알고 고쳐야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나도 그거 해봤는데,나도 굶어봤는데, 나도 가난해봤는데,'는 식으로 문제를 보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넉넉한 환경에서 좋은 부모 만나 착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건, 인신공격이다. (이걸 갖고 인식공격하는 게 웃기다.) 사회에 악감정을 품고 열등감을 느낀다면 그게 더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IT세대가 안철수씨를 지지하는 이유가 백신을 무료료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할말이 없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 행위에서 감동을 받는게 잘못인가? 도대체 어떤 정치인이 자기의 이익의 포기하면서까지 공공을 위해 일했나. 이명박 대통령이 내 놓은 재산으로 만든 명박 재단도 세금 면제받으면서 대대로 물려 주는 좋은 방법이라던데.   

인재 빨아당겨 망가뜨리는 정치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채수찬 교수는 안 교수 부부의 연구실 사이에 연구실이 있었다. 채 교수는 “작년에 안 교수가 MB 정부에서 총리직 제의를 받았다고 토로하기에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서 훈련받을 기회가 없었던 명망가가 바로 총리를 하면 경험 부족으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에러를 내기 쉽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정운찬 전 총리도 그런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채 교수는 “안 교수가 정치와 딱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에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안 교수가 대통령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광역자치단체장을 거친다면 개인이나 국가로 볼 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블룸버그는 기업인으로 입신한 뒤에 막대한 부를 발판으로 뉴욕시장에 도전해 3선에 성공했다. 채 교수는 “안 교수가 대권에 꿈이 있었다면 서울시장에 먼저 도전하는 것이 순서”라며 “퍼블릭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권력의지는 없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대권에 꿈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퍼블릭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권력의지'는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서울 시장에 먼저 나와야 권력의지가 있는 건가. 준비 없이 성급하게 서울 시장이 나오느니 자기보다 더 준비된 사람을 위해 물러서는 게 권력의지가 없어서인가. 만약 다음대선이 아니라 먼 미래의 대선을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한 거면 오히려 권력의지가 불타는 거 아닌가. 그리고 만약 퍼블릭 서비스에 대한 욕구로 결정했다면 이번 보궐선거에 나가야 당연한거 아닌가. 

안 교수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아 석 달 동안 한 일은 융합과학보다는 융합정치에 가까웠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안 교수가 무척 순진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정치적 발언을 주저 없이 내지른다”며 “서울대 교수들 중에는 그가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려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KAIST에 갈 때 부인과 패키지로 갔고 이번에 서울대도 부부동반이었다. 김미경 교수를 받은 의대 쪽에서는 전공과 논문실적 문제로 교수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의사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부인만 보고 KAIST나 서울대가 교수로 선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 교수가 큰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주변의 작은 것까지 관리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지 모르겠다. 대학 다닐 때 복수전공하던 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떤 교수를 데려 오려고 그의 부인을 프랑스어과 교수로 채용하는 데 동의했다. 부인을 채용하는 게 조건이었던 거다. 만약 그의 아내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학교는 고용하지 말았어야 했던 게 아닐까. 동의를 했다는 건 자격이 되었다거나 아니면 남편을 데리고 오는 데 그 정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었거나일 것이다. 어쨌든 양쪽 다 합의해서 결정한 일이지 비리나 불법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도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도 아내와 함께 받아주는 학교를 택한 그 외국인교수가 도덕적으로 문제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대체로 변화, 나눔, 헌신, 양보, 도전에 대한 갈증으로 풀이된다. 그는 의사에서 벤처기업인으로, 경영학 교수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안 교수가 무료로 나눠준 백신을 시장가치로 환산하면 1조 원가량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안 교수에게서 대안을 발견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기득권 정치판이라면 여론조사 지지도 50%가 5%에게 양보하는 것 같은 기적은 생길 수 없다.

정치 개혁보다 소중한 권위 축적

대선까지는 1년 3개월이 남았다. 안 교수는 본격적인 검증을 거친 일도 없고 권력의지도 약하다. 정치적 기반도 없다. 안 교수에 대한 여론의 쏠림이 강력한 지지로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한때의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이런 빈약한 근거로 이런 결론을 내리셨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자면 과학기술 비즈니스 문화예술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치의 개혁에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조금 명성이 높아졌다 싶으면 여론조사에 올려보고 정치권에서 빨아당겨 결국 인재를 망가뜨리는 일은 말려야 한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 동아일보 논설 실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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