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더 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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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프의 그래픽 컬렉션 신간이 이번에 또 나왔다. 지난번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은 내용과 걸맞는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압권이었다면 이번 <Queen of the Sea>는 역사적 사실 한토막에서 빌려온 소재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갇혀 있었던 사토 디프 감옥이 있는 외딴 섬이 연상되는 알비온 왕국에 속한 작고 본토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이름 없는 작은 섬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매력인 작품이다.


   바다와 항해중인 선원들을 돌본다는 엘리시아 성녀를 수호성인으로 하는 엘리시아 수녀회 소속의 작은 수도원 하나가 이 섬의 전부이다. 그곳에는 한명의 신부와 여섯명의 수녀 그리고 세명의 하인과 열두살짜리 여자이아이인 마거릿이 전부이고 일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레지나 마리스호가 보급품을 싣고 오는 것이 마거릿이 외지인을 볼 수 있는 전부다. 마거릿은 자신이 어떻게 이렇게 외딴 섬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수녀님들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뭐, 마거릿은 이 섬에서의 생활이 재미있지만 예배당에 있는 '비통한 성자와 애도하는 성모' 조각이나 회의실에 있는 '에드먼드 왕과 엘리노어 공주의 초상화'처럼 엄마나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거릿은 이 섬에 다른 아이 한명만 보내달라고 날마다 기도한다.


   마거릿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당근! 하지만 소원이 가져온 이 작은 섬과 수녀원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에 이어 마거릿이 이 섬에 오게 된 진짜 이유까지! 작가의 상상력은 16세기 영국의 그 유명한 헨리8세가 벌여놓은 파란만장한 사건에서 빌려온 것이다. 바로 메리1세가 자신의 이복 여동생인 엘리자베스를 런던 탑에 가둔 사건인데 그 뼈대만 빌렸을 뿐 다른 모든 건 픽션임을 말해둔다. 이번 작품은 그래픽 노블 치고는 글밥이 많은 편이지만 스토리가 탄탄한데다가 각각의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게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유머코드가 빵 터지게 만든다. 그래픽 노블의 수준을 가늠하는 일러스트 역시 정교함과 섬세함으로 무장한 것은 기본이고 스토리와도 찰떡이다. 역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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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 - 대한민국 여성 1호 소믈리에의
엄경자 지음 / 아티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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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화이트 와인의 계절이다. 지금부터 여름까지는 레드 와인에는 손이 안간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라 유럽 아그들이 대부분인데, 프랑스 애들과 이탈리아 애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다. 자기네 와인이 더 훌륭하다고 핏대 세우는 거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사실 와인 뿐만 아니라 올리브 오일 가지고도 난리다. 여기에 가끔 양념으로 스페인 아이들이 합세하기도 하고.


   처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나름 이 책 저 책 많이 읽었는데, 와인에 대한 경험 부족을 이론이 메꿔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마시는 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진짜 많이 마신 것 같다. 물론 그래봤자 데일리 와인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이제 와인 관련 서적들을 읽을 때라고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 여성 소믈리에 1호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진 저자의 두툼한 책을 골라보았다. 대부분의 와인 서적들의 그렇 듯 이 책도 기본적인 와인에 대한 상식을 시작으로 나라별 구분법을 따른다. 뭐니뭐니 해도 아직까지는 프랑스가 먼저다. 프랑스 와인에 이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이탈라이, 스페인 같은 유럽의 다른 지역들의 와인이 다루어지고 그 다음은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 신대륙 와인, 그리고 아시아 와인이 마지막이다.


   나라별 와인의 특징과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물론이고 지역별 유명 와이너리에 관한 이야기나 특정 와인과 관련된 에피소들들이 중간 중간 읽을거리로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다. 와인에 관한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와인 비평가나 기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와인 세계의 어두운 면도 다룬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떼루아의 특성을 무시한 채 와인에 가해지는 획일적이고 인위적인 터치에 대한 우려나 기후의 온난화로 인해 와인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흔히 알고 있는 나라나 지역이 아닌 생소한 곳의 생소한 품종으로 재배되는 와인에 대한 소개에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와인입문자로서는 차고 넘치는 분량이니 두고두고 참고해 가면서 와인에 대한 나만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겠다.


   오늘은 영화 사이드웨이를 다시 보면서 피노 누아를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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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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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가 쓴 일반인을 위한 교양과학도서는 대체적으로 두 종류다. 재미있거나 뭔 소리인지 모르거나. <초파리>나 <원더풀 사이언스> 같은 책들은 진짜 명작이다. 과학자들이 자신들끼리만 통하는 외계어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지루하지 않게 번역하는 능력에 대해 새로운 문학상을 하나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상이 존재한다면 아마 이 책도 수상 후보에 거뜬히 오르고도 남으리라.


   이 책은 아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치토스를 하나 더 먹을 때마다 수명이 줄어들까?

- 선크림을 평생 발라도 정말 문제가 없을까?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과학 분야는 천문학과 생물학이다. 이유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니까. 하지만 과학이란 그렇게 경계가 뚜렷한 분야가 아니다. 천문학은 온갖 물리학 법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고 생물학과 화학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화학'하면 온갖 공식이 떠오르면서 두통이 생기려고 하지만 위의 두 질문을 보는 순간, 저게 화학 이야기라고? 급 호기심이 생긴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던져진 우리는 날마다 각종 카더라에 휩쓸려 다닌다. 그 중 단연 으뜸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다.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기사에서 뭐가 어디에 좋더라고 하는 순간 모든 홈쇼핑 채널에서 해당 제품을 팔고 먹는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동이 난다. 기업들은 초가공식품들의 판매를 위한 기발한 마케팅을 쥐어짜느라 고생이고 소비자들은 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걸 먹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가공 식품은 진짜 나쁠까? 자외선 차단제는 안전한가? 저자는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빌어먹을 논리의 모자'를 쓴다고 말한다. 저자와 함께 '빌어먹을 논리의 모자'를 쓰고 신문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자극적인 문구에 숨겨진 오류의 웅덩이들을 발견하는 과정이 진짜 재미있다. 특히 영양역학이 주장하는 각종 숫자들의 의미를 알고 나면 헛웃음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치토스를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 답은 말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진짜 웃긴 MIT 화학자와 여러분이 만날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 가공식품을 먹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거나 지나친 건강 염려증으로 괴로운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내 리뷰는 별로 재미없어도 책은 진짜 재미있다. 믿어도 좋다. 아, 한가지,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실내 수영장을 다시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해 둔다.

* 이건 사족이지만, 이 책이 이렇게나 재미날 수 있는 것에는 번역자의 공로가 크다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번역자도 화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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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미술을 만나다 - 두 번째 오페라 산책
한형철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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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오페라는 학교 다닐 때 교양 과목으로 들었던 '음악의 이해'의 과제로 접했던 베르디의 '아이다'였다. '아이다'는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라 무대 장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고 또 노래가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이 포진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첫 오페라의 단추를 잘 끼웠던 기억이 있다. 직접 극장에서 관람하는 오페라 공연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뭐 영상매체가 워낙 잘 되어있으니 실제 무대를 보는 것 만큼은 못하지만 종종 듣고 싶은 노래들을 검색해서 들어보곤 한다.


학교 음악 시간에 무조건 달달 외웠던 내용 중 하나는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라는 것. 사실 실제 오페라 한번 보고 나면 그런 거 외울 필요도 없이 무슨 의미인지 즉각 알 수 있었을텐데 예전 주입식 교육들은 정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밖에 안나온다.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는 오페라에서 연상되는 미술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묶어서 콜라보 형식으로 구성해 놓은 책이다. 전문가적인 입장보다는 일반 독자를 위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 정도의 기대감으로 읽으면 좋겠다. 요즘 음악이나 미술 관련 책들이 그렇듯이 작품마다 QR 코드가 있어서 그 때 그 때 검색의 번거로움 없이 음악을 듣거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페라 파트는 오페라와 등장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더불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잘 담겨있어 해당 오페라를 처음 접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잔니 스키키>와 <연대의 딸>, <몽유병의 여인>, <노르마> 같은 작품들은 처음 영상으로 보게 되었는데도 의외로 노래가 귀에 익은 것들이 많아 이번에 확실히 음악의 출처를 알게 된 것이 즐거운 소득이다. 오페라와 짝을 이룬 미술 작품들은 사실 기대에는 조금 못미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짝짓기가 일차원적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와 짝을 이루는 그림들이 그저 진주가 등장하는 그림들이라거나 <잔니 스키키>의 배경이 피렌체라서 메디치 가의 후원을 받은 화가들의 작품들이 나오고 <몽유병의 여인>의 배경 역시 풍광과 물레방아가 등장하는 자연이라 자연주의 화가인 밀레와 짝을 만들어 놓은 이런 식인데, 저자가 표방한 오페라와 미술의 융합에 대한 공감은 그리 되지 않는 방식이라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오페라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금도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유명한 간주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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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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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각색하여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유발 하라리의 이 작품을 워낙 재미있게 읽어던지라 그래픽으로는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해서 구입했는데 아직 1권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한 채 또 덜컥 구입해버린 이 손꾸락을 자책하는 중이다. 전체 이야기 중 1권은 멸종의 제1물결을 담당한 인지혁명까지 담고 있다. 총 4권으로 만들 예정인 듯 한데, 2권이 올해 나온다고 하는데 예정대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특히 만화로 되어 있으니 더더 생동감 있고 확실하게 전달이 잘 되는 것 같다. 물론 소설가 못지 않은 유발 하라리의 그 수려한 문장력이 가려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픽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유발 하라리는 딱 봐도 유발 하라리라고 생각하게끔 넘나 잘 그려놓았음 ㅋ)


   <사피엔스>를 처음 읽었을 때 받았던 몇가지 충격적인 부분이 떠오른다. 우선 인간의 진화를 한눈에 보여준답시고 그려진 유명한 그림이 말도 안되는 거였다는 사실. 왜..그 유인원부터 차례로 인간으로 진화한 단계를 계단식으로 설명해 놓은 그림 말이다. 마치 지구에 살았던 인류 종이 한 시기에 하나 뿐이었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 그 그림. 인류가 여러 종이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사피엔스에게도 형제 자매가 있었다는 것을 극구 부인하려고 하는 그 유명한 그림이 아직도 과학책에 있을 지 궁금하다. 인지혁명까지의 내용 중 또 하나 쇼킹했던 건, 바로 사피엔스가 대륙간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것! 사피엔스가 발을 들여놓은 족족 그 곳에 살고 있던 토착 인간이나 동물들이 싸그리 멸종의 길을 걸었다는 것은 정말 민망한 부분이다. 물론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알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아무래도 사피엔스의 변하지 않은 본성인 듯, 브라이턴 록 막대사탕처럼.


   순서대로라면 2권은 농업혁명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최대 업적인 것처럼 여기던 농업혁명이 사실은 우리의 여유로운 생활을 억압하고 지배와 계급을 형성한 주된 이유라는 더 쇼킹한 논증이 담긴 부분이다. 2권, 어서 나와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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